일상에서...
아내가 11년 만에 한국에 갔다. 초등학교 3, 5학년 조카 녀석 둘을 데려와 키우며 한국방문은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다. 준이가 대학에 진학하면 그때 한국에 가자고 서로를 위로하고 달래며 10년을 살았다.
준이가 대학 1년을 마치고 방학을 맞았던 작년 여름, 아내가 한국에 가자고 했다. 생각해 보니 나의 한국 방문은 득(pros) 보다는 실(cons)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가까운 일가친척도 없고, 반겨줄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10 수년 전에 몇 차례 한국에 나갔던 것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그런 일도 없다.
한국에 나가면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숙소를 얻는 일부터 차량편까지 걸리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내도 나이가 들어 예전 같지 않다. 휠체어를 차에 올리고 내리고, 나를 밀고 다니기에는 힘이 벅차다. 아내에게 혼자 다녀올 것을 권하자, 그건 싫다고 했다.
금년 봄, 아내가 다시 여름방학에 한국에 다녀오자고 했다. 이번에도 작년에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며 혼자 다녀오라고 하니, 그래도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두말 않고 그날 아침 항공권을 예매했다.
아내가 봉사를 하는 꾸르실료 교육이 끝난 다음 날, 8월 25일, 아내는 한국으로 갔다. 밴나이스에서 FlyAway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겠다는 것을 말려, 25일 아침에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준이와 아내를 터미널에 내려주고 나는 공항 밖에서 대기할 수 있는 무료 주차장으로 갔다. 차를 세우고 가지고 간 책을 읽으려 하는데 준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항공사 카운터가 한가해 금방 끝내고 고모는 들어갔다고 한다.
아내가 집을 비우고 3일이 되었다. 아직은 크게 불편한 것은 없다. 첫날 저녁에는 아내가 지어놓은 밥에 돼지불고기를 데워 먹었고, 아침이면 깎아놓고 간 과일을 먹는다. 무화과는 다 먹었고, 참외와 수박은 아직 남아있다. 이 과일들을 다 먹고 나면 장에 다녀와야 할지, 아니면 과일 없이 2주를 버틸 건지, 그건 그때 고민할 생각이다.
전에는 밥도 해 먹고 살았는데, 20년 동안 손 놓고 살았더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내에게는 tri-tip도 해 먹고, 스테이크도 구워 먹을 거라고 했는데, 달걀 프라이 하는 것도 귀찮다. 어제는 전날 다저스가 홈경기를 이겨, 판다 익스프레스를 할인받고 사 먹었다. 가끔 사 먹는 음식들을 돌아가며 2-3번 사 먹으면 아내가 돌아올 것 같다.
아내가 한국에 나가 잘 지내는지 이것저것 궁금하긴 한데 자꾸 연락을 하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연락하지 않는다. 집걱정하지 말고 즐겁게 잘 지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