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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Dec 07. 2019

감동의 콘서트

일상에서...

합창공연에 다녀왔다. 우리와 살고 있는 조카딸, ‘민서’가 속한 합창단의 겨울 정기 공연이었다.


콘서트는 민서가 속한 여성합창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혼성합창단, 합창 클래스를 듣는 아이들을 모아 만든 그룹의 공연, 그 중간에 단독 공연도 넣고, 마지막으로 모두가 무대에 올라 피날레를 장식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고등학교 합창단이니 만큼 매년 졸업생이 있어 봄/가을 학기에는 오디션을 통해 신입 단원을 보충한다. 일주일에 3번, 방과 후 1시간씩 연습을 한다. 클리브랜드 고등학교 (Cleveland High School) 합창단은 LA 교육구에서는 잘 알려진 합창단이다. 합창대회에 나가 수차례 상도 탔고 각종 행사와 축제에 초대되어 공연을 하기도 한다.

                                                    (민서가 속한 여성합창단)


첫 해에는 우리 집 아이가 하는 공연이니 마지못해 갔었다. 뜻밖에 감동이 있고 멋진 공연을 보고 난 후 이제는 다음 콘서트를 기다리게 되었다.


콘서트는 교직원과 학부모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 공연장 입구에는 스낵 코너를 만들어 피자와 스낵, 음료수 등을 판다. 여기서 파는 음식은 모두 도네이션을 받아서 이루어진다. 음식이나 물품을 기부하면 티겟을 두 장 준다. 나는 늘 피자 두 판을 기부한다.


합창단에는 아직 아이 티를 벗지 못한 9학년 신입생도 있고, 성인의 모습을 한 12학년도 있다. 혼성 합창단에는 수염을 기른 남학생들도 있다. 해가 바뀌며 새로운 얼굴도 있지만, 지난해보다 성숙해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여성과 혼성합창단의 합동 공연)


합창단 아이들의 수만큼이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도 많을 것이다. 노스릿지의 부촌에 사는 아이도 있고, 낡은 아파트에서 형제나 사촌들과 방을 나누어 쓰며 사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의사나 변호사의 딸도 있을 것이고, 가드너나 메케닉의 아들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도 있을 것이며, 민서처럼 어린 나이에 미국에 와서 영어를 배우느라 애를 먹었던 아이도 있을 것이고, 더러는 부모의 손을 잡고 어두운 밤 몰래 국경을 넘어온 불법체류자도 있을 것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집에서 쓰는 언어가 다르고 먹는 음식이 다른 아이들이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모여 하모니를 이루어 만들어 내는 노래에는 진한 감동이 있다.


특히 감동을 주는 것은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정식 합창단이 아니고, 합창 클래스를 선택과목으로 듣는 아이들을 모아 만든 합창단의 공연이다.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합창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중에는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있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도저히 저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누군가 그들의 노래를 CD 나 테이프로 내게 들려주었더라면 나는 번듯한 외모의 세련된 합창단을 생각하며 들었을 것이다.


                                                            (합창 클래스 공연)


학교를 졸업하면 어디서 무엇이 되어 살아갈지 모르지만 부디 이 아이들이 오늘 밤의 성공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마음과 정성을 다할 때, 우리는 기대 이상을 성취할 수 있는 것 같다.


벌써 내년 봄 공연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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