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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Apr 09. 2020

아침 그리고 저녁

책 이야기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은 장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135페이지 분량에 판형도 소설책이라기보다는 아담한 시집에 가깝다. 중편 소설 정도의 분량이다. 내용은 소설 같기도 하고 서사시 같기도 하다.


아름답지만 황량하고 고독한 피오르에서 태어난 아기가 평범한 어부로 살다가 늙고 죽어가는 과정을 시처럼 노래한다.


책은 1부 아침과 2부 저녁으로 나뉘어 있다. '아침'에서는 아기 요한네스가 산파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태어난다. '저녁'은 요한네스가 아침에 눈을 뜨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으로는 치즈를 얹은 빵을 한 조각 먹는다.


평생을 험한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으며 힘들게 살다가, 은퇴를 해서 연금을 받게 되며 살림에 여유가 생기지만 아내가 먼저 죽었다. (자영업자인 어부도 은퇴를 하면 연금을 받는 북유럽 국가의 복지를 엿볼 수 있다.) 


조금 읽다 보면 독자는 그가 이미 죽은 사람임을 짐작하게 된다. 독자는 책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욘 포세의 문장과 그가 펼치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요한네스는 바닷가에 나가 이미 죽은 친구 ‘페테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배를 타기도 한다. 총각시절 마음에 두었던 ‘안나 페테르센’을 만나고, 죽은 아내 ‘에르나’를 만나기도 한다.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오후에 딸 ‘상네’가 찾아와 의사를 불러 그의 사망을 확인하며 그의 죽음이 드러난다. 그의 다른 자식들과 손자들, 이웃과 지인들이 모여 장례 지내는 것을 보며, 그는 친구 ‘페테르’를 따라 길을 나서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집 근처에 딸과 사위가 살기는 했지만, 결국 그는 혼자 침대에서 죽음을 맞았다. 노인의 고독사를 생각해 보게 한다. 병원에서 혼자 죽어가는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자원봉사를 한다는 워싱턴주 어떤 여성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위독한 상태에 있었는데,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어머니가 홀로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그 후, 그녀는 혼자 외로움과 공포 속에 죽는 이들의 친구가 되기로 했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들도 그렇게 외롭게 요양병원에서 홀로 돌아가셨다. 가슴 아픈 기억이다.


과연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는지. 죽은 이의 영혼이 그 주변을 떠돌게 되는 것인지. 나도 이제 죽음이 먼 세상의 일이 아닌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죽음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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