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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Jun 01. 2020

불타는 LA

미국 이야기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이었다. 코로나발 재택명령으로 불만이 고조된 군중에게 ‘조지 플로이드’를 사망에 이르게 한 백인경찰의 폭력은 도화선에 불을 붙인격이 되고 말았다.


어제 오후, LA 지역에서 시위대들이 경찰차를 불태울 때만해도 ‘에릭 가세티’시장은 주 방위군 요청은 없다고 잘라 말했었다. 해가 기울며 폭도들로 변한 시위대가 다발적으로 ‘페어팩스’ 와 ‘로데오’ 거리의 상점을 털기 시작하며 사태는 심각해졌다. 약탈과 방화의 소용돌이 속에 200여 곳의 업소가 털렸으며, 10여개 건물이 방화 피해를 입었다.결국 주지사는 LA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한인타운과 ‘사우스센트럴’ 지역을 털었던 1992년 LA 폭동과 달리 이번에는 부자동네를 털기로 마음을 먹고 시작한 것 같다. 페어팩스는 베벌리힐스와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유대인들의 밀집지역이고 부자들이 사는 동네다. 


경찰의 흑인 과잉단속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미국의 대도시에는 상존해 온 문제다. 인종별 형무소 수감을 보면, 흑인인구의 4.7%, 히스패닉계 1.8%, 백인은 0.7%에 불과하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흑인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둘 수 밖에 없다.


조금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2000년에 대학에 다니는 흑인의 수는 2,224,181명이었는데, 감옥에 수감된 수는 610,300명에 달했다. 교육은 범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흑인 대학 중퇴자의 30%, 고등학교 중퇴자의 60%가 범죄기록을 갖게 된다.


2016년 자료에 따르면, 흑인의 경우 66%가 편부모 가정이며, 히스패닉 42%, 백인 24%, 아시안 16%라고 한다. 대부분의 편부모는 어머니다. 흑인 남자아이들은 아버지없이 이웃 아저씨나 형들을 롤 모델로 삼고 자란다. 이들은 정부보조 아파트에 거주하며 생활비의 대부분은 정부의 저소득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이런 내용은 내가 80년대초 대학의 사회학 강의시간에 들었던 내용과 유사하며, 4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흑인문제는 그들이 스스로 변하지 않는 한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배우고 일하여 얻는 성취감이 불로소득보다 훨씬 더 달콤하다는 것을 느껴보아야 한다. 몇세대를 두고 바꾸어 나가야 할 문제다.


LA 지역에서는 1965년에 왓츠 폭동, 1992년에는 LA 폭동이 있었다. 어제폭동을 보면 대부분의 시위대, 밤시간 폭도들의 대부분은 10대 후반-30대 초반의 흑인들이었다. 이들은 할아버지 세대에게서는 왓츠 폭동, 아버지 세대에게서는 LA 폭동을 전설처럼 듣고 자란 세대다. 이제 이들에게는 후손들에게 들려줄 자신들만의 이야기가 생겨난 셈이다.


흑인 문제는 누가 나서도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치 남북의 대치관계로 득을 보는 계층이 남한과 북한에 공존하는 것과도 같다. 늘 적당한 긴장이 있고, 가끔은 소요를 일으켜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고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어젯밤 폭동으로 많은 시민과 상인들이 불편을 겪고 피해를 보았지만 앞으로 몇달, 몇년 동안 이익을 보는 집단들도 생겨났다. 경찰들의 재교육, 커뮤니티 화합, 인종갈등 해소 등에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이며, 이런 일에 종사하거나 관련된 단체들은 이익을 챙기게 된다. 이 기회에 새로 부상하는 정치인들도 생겨날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 어제 일은 기억 속으로 사라질 것이며,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가 또 다른 기회에 폭발할 것이다. 역사의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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