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동운 Don Ko May 23. 2020

미국에서 보는 KBO

미국 이야기

TV에 야구가 돌아왔다. ESPN에서 매일 한 경기씩 한국 KBO 야구를 중계하는 것이다. 생중계는 11시 이후에 나오기 때문에 보기가 힘들고, 다음날 오전 또는 오후에 재방송하는 것을 보곤 한다.


이맘때쯤이면 퇴근길 또는 주말에, 동네 야구장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코로나 탓에 지금 미국에는 야구가 없다. 나는 운동 중에 야구를 가장 좋아한다. 투수와 타자의 머리싸움, 감독의 작전, 매회 재정비를 해서 새로 시작하는 공격과 수비 등이 야구의 매력이다. 여유로우면서도 중간중간 적당한 긴장이 있고, 클라이맥스와 기적 같은 엔딩이 있어 더욱 그러하다. 


야구가 그리워 KBO 야구를 보기는 하지만 아직은 별다른 재미는 못 찾고 있다. 생소한 선수들과 메이저리그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스타일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메이저리거들이 모두 수퍼스타고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각 팀에는 마이너리그가 있어, 신인 드래프트에 뽑힌다는 것은 이런 마이너리그 계약을 의미한다. 내가 좋아하고 탄탄한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다저스의 경우, A, AA, 그리고 AAA 등의 등급으로 마이너리그 팀을 가지고 있다. 이들만의 리그가 있어, 그곳에서 기량을 연마한다. AAA는 메이저리그 바로 아래의 팀이다. 이곳에는 오늘이라도 당장 불러올려 메이저리그 선발에 내세울 수 있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이렇게 해서 메이저리그에 입성을 하면, 보통 연봉 $50-75만 달러를 받는다. 2-3년 후에 연봉 조정이 가능하다. 보통은 팀에서 6년을 뛰어야 자유계약 선수의 자격을 얻게 된다. 자유계약을 해야 비로소 수백만 달러를 받게 되는 것이다. 스타의 반열에 오른 선수는 6년이 되기 전에 팀에서 거액을 주며 잡기도 한다. 한국에서 오는 메이저리거들은 이런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자유계약으로 오기 때문에 수백만 달러로 시작을 하는 것이다.


다저스 같은 경우는 지난 수년간 주전 선수의 절반 가량이 이렇게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선수들이었다. 성적이 부진하면 바로 다시 마이너리그로 가게 된다. 그래서 선수들은 온몸을 던져 ‘허슬 플레이’를 한다.


지난 2주 동안 KBO 야구를 보며 느낀 점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번트를 대고, 도루를 하며 찬스를 만드는 아기자기한 야구가 아니었다. 하위타선도 치는 야구를 한다. ESPN의 중계진들은 이를 보고 한국야구는 일본 야구보다는 메이저리그에 가까운 ‘하이브리드’라고 평한다. 


투수들의 투구 수가 많다. 보통 한 회에 20-30구, 어떤 경우에는 30개 이상의 공을 던지기도 한다. 파울볼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타자들이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배트를 조금 짧게 잡고 공을 맞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투수의 공에 위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타자를 압도하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드물다.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승부구가 있어야 한다. 


외야수들의 송구가 약하다. 내야를 빠져나가는 안타에 거의 모든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온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외야수 앞으로 떨어지는 안타에 2루에서 홈으로 들어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외야수들이 단숨에 홈으로 빨랫줄 같은 송구를 하기 때문이다. 


수비수들의 허슬 플레이가 부족하고, 포수들의 수비가 엉성하다. 포수는 투수의 공을 온몸으로 막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투수가 마음 놓고 공을 던질 수 있다. 몸을 움직여 막아야 할 공을 팔만 내밀어 잡으려다 빠트리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다.


사족을 하나 달자면, 빈 관중석에 굳이 관중의 사진이 실린 배너나 인형을 세워놓을 필요가 있나 싶다.  


야구가 없는 미국에서 생중계로 KBO 야구를 볼 수 있어 즐겁다. 미국의 야구 종사자들,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멋진 플레이,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칩거 2주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