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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Mar 24. 2020

칩거 2주째

미국 이야기

LA 교육구(LAUSD)가 휴교령을 5월 1일까지로 연장했다. 다른 교육구와도 협의를 거친 결정이라고 한다. 여름방학 이전에 학교가 문을 열기는 힘들 것 같다. 교육구가 지역별로 선정한 60개 학교에 임시 급식소가 마련되어 있다.


아침 7-10시까지 운영을 했었는데, 오늘부터는 7-11시까지 한 시간 연장했다. 아침과 점심 두 끼분의 식사를 나누어 준다. 간단한 아침과 점심 식사, 과일 두 개, 그리고 우유를 두 팩씩 준다. 교육구 학생인지 여부도 묻지 않고, 몇 개가 필요한가 만을 묻고 그냥 내어준다. 금요일에는 아침으로 커피케잌, 점심으로는 터키 샌드위치가 나왔고, 오늘 아침은 애플이 든 브렉퍼스트 바, 점심으로는 샐러드와 칲이 나왔다.


초콜릿 우유가 많이 남아도는지 며칠째 초코 우유만 두 개씩 준다. 우리 식구들은 달달한 초코 우유를 좋아하지 않아 냉장고에 쌓여간다. 아내는 이제 하루 걸러 가라고 종용하고 있다.


급식소에 가면 내가 필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미리 만들어 놓은 봉투를 나누어주기 때문에 그냥 들고 와야 한다. 며칠 전부터는 경찰 한 명, 교통정리 요원 두 명이 드라이브 스루를 지키고 있다.


곧 통과될 것 같던 경기 부양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의회를 통과하려면 100명인 상원에서 60표를 얻어야 하는데, 다수당인 공화당이 가진 의석수는 53석이다. 그나마 1명은 코로나 확진, 다른 4명은 자가 격리 중이라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통과가 어렵다.


가장 업데이트된 내용에는 4인 가족 $3,000 현금 지원이 들어있다고 한다. 실업률이 최대 3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체와 직장이 문을 닫았다. 4주 후에도 문을 열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재난 시에도 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으로 나뉜다. 26년 전 노스릿지 지진이 났을 때, 나는 아무런 공적 혜택을 보지 못했다. 세를 살던 집이 일부 망가지기는 했지만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고, 갑자기 아이들과 집을 구해 나갈 수도 없어 그냥 살았다. 부서진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은 새로 집을 얻으며 정부보조를 받았고, 몇 달치 월세를 감면받기도 했다.


10 수년 전 월가에서 시작된 불경기 때도 이번보다 규모는 작지만 현금 지원이 있었다. 나도 $600 정도 받았던 것 같다. 


벌써 집세와 집 모기지를 면제해 달라는 청원이 여기저기 올라 있다고 한다. 저임금을 받던 근로자들은 곧 봉급에 준하는 실업수당을 받게 된다. 이럴 때 가장 힘든 계층은 중산층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이다.


오늘 한국 신문을 보니 강남에 있는 클럽들이 문을 열었고, 지난 주일에 일부 교회는 모여서 예배를 보았다고 한다. 아직도 매일 두 자릿수 확진자가 나오는 사회답지 않은 모습이다. 


미국인들은 정부가 하는 일에 잘 협조하는 편이다. 모든 상가는 문을 닫았고, 거리에는 현저하게 차가 줄었다. 우리 집도 내가 아침에 급식소에 다녀오는 것 외에는 모두 외출을 금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을 보면 반갑다. 아침에 잠시 급식소에 가는 길에 산보하는 사람을 만나면 손을 흔들어 준다. 골목에서 마주치는 차량에도 손을 들어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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