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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Mar 21. 2020

코로나가 바꾼 세상

미국 이야기

지난주 금요일, 3월 13일 (그러고 보니 공포 영화의 대명사 Friday 13이었다), LA 교육구 초중고교가 2주 동안 휴교를 하면서 시작된 사태는 1주일 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휴지가 동이 나더니 처음 며칠간은 거의 모든 매장이 텅 비어 버렸다. 이제 겨우 조금씩 회복을 하고 있긴 하지만 세정제나 마스크 등은 지금도 구할 수 없고, 마켓에는 통조림류와 고기가 없다.


수요일부터 LA 교육구는 60개 학교에 급식소를 마련하여 아침과 점심을 나누어 주고 있다. 목요일 아침 집 근처의 중학교에 갔다. 재학증명을 요구할 것 같아 조카들의 성적표를 가지고 갔는데, 그런 건 확인도 하지 않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몇 개가 필요한가만 묻는다. 어른 2명, 학생 2명 분의 급식을 받아 왔다.


봉지 안에는 우유 2개, 과일 2개, 시리얼, 빵과 크래커 등이 들어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터키 샌드위치와 커피 케잌이 들어 있었다. 별로 맛은 없지만 그래도 급한 대로 끼니는 때울 수 있는 양이다.


주말이 되면 마켓은 더 난장판이 될 테이다. 아침에 가면 조금 나을까 싶어 아내는 마켓에 갔다. 간 고기가 필요했는데, 그건 없고 그나마 덩어리 고기가 있어 샀고, 감자도 다 떨어졌는데 작은 봉지를 하나 사 왔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LA 시장은 어젯밤 각기 ‘집에 머물라’는 긴급 명령을 발동했다. ‘세이퍼 앳 홈’(Safer at Home)이라는 이 명령에 따르면 필수적인 활동을 제외하고 모든 주민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 무엇이 필수적인 활동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불투명한 부분이 있다. 


국무부는 미국인의 외국여행을 금하는 ‘여행금지’를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958명 (사망 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건 별 의미가 없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병세가 확실한 사람만 검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오전에만 회사에 나가고 남어지는 집에서 일을 했지만, 지난 1주일 동안은 아예 나가지 않았다. 일부 부서는 월요일부터 한 달간 자택 근무를 하기로 했고, 남어지 부서는 반씩 돌아가며 자택 근무에 들어간다. 


모든 식당과 패스트푸드는 문을 닫았고, 배달이나 드라이브 스루만 영업을 한다. 일부 도시락과 to-go 전문점들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부분의 소유모 사업체는 문을 닫게 되었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경제공황이 목전이다. 미국 정부는 경제를 살리고 수입을 잃은 사람들에게 재정적인 도움을 주고자 곧 성인 $1,200, 부부 $2,400, 그리고 미성년자에게 $500 씩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그건 마치 큰 상처에 밴드에이드를 붙이는 정도의 효과가 아닌가 싶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 바로 내 곁에서 일어나고 있다.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 매일이 불안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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