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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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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Jan 27. 2018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

이 아침에...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 정말 그렇다우리들의 기억은 잊혀지기도 하고 적당히 바뀌기도 하지만 한번 찍힌 사진은 세월이 지나도 그 순간의 감동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내게는 아주 소중한 흑백 사진이 한 장 있다그건 나도 한때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두발로 뛰어다니며 재롱을 떨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일한 사진이다낡고 바랜 사진 속의 아이는 신발까지 신고 우뚝 서 있다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소아마비에 걸려 다시는 내 힘으로 서서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었다

난 사진발이 잘 안 받는 편이다그래서 사진 찍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사진 찍자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얼굴이 굳어져 버린다그래서 잘 나온 사진이 별로 없다.

그러나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앨범 속 사진의 숫자는 내가 살아온 세월의 두께만큼 늘어가고 있다어떤 사진에나 사연은 있게 마련이다함께 사진에 박힌 사람들과의 인연, 사진을 찍던 날의 이야기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에 찍히지 않은 세월, 일기장에 채 적지 못한 이야기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비록 세월이 많이 흘러 다 기억해 내지는 못하더라도 그때 그런 일들은 분명히 있었으며 이제 와서 그 일들을 바꿀 수는 없다그런 날들이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든 것이며 싫건 좋건 우리는 지난날들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

누구나 기억의 저편에는 몇 번이고 다시 돌아가고픈 애틋한 날들도 있지만 기억조차 하기 싫은 그런 날들도 있게 마련이다산다는 것은 결국 이런저런 추억을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닌가 싶다

지나가 버린 개인의 세월은 추억이지만 나라와 민족이 겪고 지나온 세월은 역사가 된다역사를 정확하게 기록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후손들에게 우리들이 살았던 세월을 있었던 모습 그대로 전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세월이 흐르고 난 후 사람들은 그 역사를 보고 잘잘못을 배우며 좀 더 공정한 역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당대에 그것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의 내용이 달라지고 해석을 바꾸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이나 미국 모두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면 어떤 식으로든 과거사를 재해석하고 평가하는 일이 벌어진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풋볼 시즌이 종반에 접어들었다풋볼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쿼터백이다그는 전함의 함장과 같다그가 순간에 내리는 결정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월요일 아침이 되면 장안의 화제는 지난 주말 시합의 결과다이때 사람들은 쿼터백의 잘잘못을 두고 설왕설래하게 되는데 이를 두고 '월요일의 쿼터백'이라고 부른다시합의 결과를 알고 난 후 선수와 감독의 결정을 비난하기는 쉬운 일이다

사진첩 속 낡은 사진에 박힌 우리들의 모습이 세월이 흐른다고 변하지 않듯이 그 시대 벌어졌던 일들을 이제 와서 다시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둘 때 아름다운 것이며 역사는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겨울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일에 흠뻑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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