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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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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Jan 28. 2018

유치원에서 배웠던 것

이 아침에...

과연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입소문에 오르내리지 않고 남들에게 손가락질당하지 않고 사는 것이 잘 사는 일이 아닐까. 나이가 들어가니 이런 생각들을 자주 해보게 된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저자 “로버트 훌검” 은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이미 유치원 연령인 5-6세에 배웠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가진 것을 남들과 나누어라. 아이에게 과자 한 봉지를 주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하면 아이는 신이 나서 나누어 준다. 상대방이 받아먹고 좋아하는 모습에 덩달아 좋아하며 제 입에 들어갈 것이 줄어드는 것도 잊고 남의 입에 넣어 준다. 형제가 많은 집 아이들은 먹을 것 입을 것을 나누는 일에 익숙하다. 주는 만큼 얻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워런 버빗”이라는 억만장자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부자들의 세금을 더 걷으라고 해서 화제에 올랐었다. 최근에 "트럼프" 대통령이 부자 감세안을 발표하자 많은 수의 미국 부자들에 반발하였다. 이에 동참하는 백만장자들의 수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금은 부를 재분배하는 수단이다. 세금을 많이 내는 일은 나보다 못한 이웃들과 나누는 일이니 칭찬받아 마땅하다.

 

규칙을 지키며 공정하게 놀아라. 아이들은 승부에 연연하지 않으며 놀이 그 자체를 즐긴다. 겨울에도 춥지 않은 캘리포니아에서는 사철 공원에서 아이들의 야구나 축구경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때 소리를 지르고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대부분 어른들이다. 심판의 판정에 항의를 하고 상대방 팀의 아이들에게 야유를 퍼붓는 것도 어른들이다.

 

돈 있고 권력 있으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고 수십억 뇌물을 받고 세금을 떼어먹은 이들이 버젓이 국회에 재등장하고 다시 재계의 지도층이 되는 세상은 결코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때리지 마라. 그리고 남에게 상처를 주었으면 사과해라. 어느 재벌 총수는 아들이 술집에서 언쟁 끝에 맞았다고 조직 폭력배를 동원해서 잡아다가 장갑을 끼고 직접 그 상대방을 때렸다고 한다. 코미디 같은 이야기다.

 

“… 카더라” 또는 “아니면 말고” 따위의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한번 흠집난 상처를 회복하기는 힘든 일이다. 남에게 상처를 주었으면 이를 사과하고 배상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건은 쓰고 난 후 제자리에 갔다 놓고 네가 어지른 것은 네가 치워라. 아직 기저귀를 차는 어린아이에게 더러운 기저귀를 쓰레기 통에 버리라고 하면 아이는 총총걸음으로 달려가 기저귀를 버리고 온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자기가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들을 모두 제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지방자치 단체장들은 임기가 끝나면 그동안 썼던 것들은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자신이 어질러 놓은 일들은 정리정돈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큰 병폐 중의 하나는 자신이 저질러 놓은 일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관을 하다가 큰일이 터지면 사퇴하면 그만이고 사업을 하다 연애를 하다 일이 꼬이면 목을 매어 죽어버리면 그만이다. 참으로 비겁하고 무책임한 일이 아닌가.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마라.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범죄와 불륜은 결국 남의 것을 갖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욕심이 생각에 머물면 그나마 다행인데 남의 집, 남의 통장, 남의 지위, 남의 연인 등을 탐하여 손을 대게 되면 사태는 수습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만다.

 

우리는 왜 유치원에서 이미 배웠던 일들을 잊고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 모르겠다. 철들자 망령이라고 했던가. 50여 년 살고 난 지금 이제야 세상사는 요령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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