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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Feb 03. 2018

닭 수난의 날

이 아침에...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이 주말로 다가왔다. 이날은 한국의 삼복과는 비교가 안되게 닭들에게는 수난의 날이다. 이날 하루 미국인들은 13억 개의 닭날개를 먹어 치운다고 한다.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길에는 차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평소에는 붐비던 가게들도 한산하다.


내가 미식축구를 (football) 처음 접한 것은 70년대의 일이다.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미군 TV 방송을 (AFKN) 시청하면서의 일이다. 주말이면 미식축구를 중계해 주었는데, 처음에는 뭐 이런 운동도 있나 싶었다. 축구와는 전혀 다르고 럭비와도 달라 룰을 익히는데 애를 먹었다.


그 무렵 미식축구 최고의 팀은 미국을 상징하는 “댈러스 카우보이스”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70년대에만 슈퍼볼에 5번 올라 2번 우승을 했고 최고의 승률을 자랑했던 팀이다. 지금은 한국의 프로 스포츠에도 치어리더들이 등장하지만 핫팬츠에 배꼽티를 입은 치어리더들의 모습은 70년대 한국의 정서로는 과히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게다가 카우보이스 치어리더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미녀로 알려져 있다

.

난 미식축구의 룰도 잘 모르며 카우보이스의 팬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댈러스의 팬이다. 주말이면 가끔 카우보이스 모자를 쓰고 외출을 하는데, 거의 빠짐없이 댈러스 팬을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된다.

 

미국인들은 유럽에서 건너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고향에서 하던 축구를 (soccer) 계속하지 않고 미식축구와 야구를 만들었을까. 어쩌면 이들은 살기 힘들어 떠나온 고향, 신세계를 식민지로 삼아 착취를 계속하려는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새로운 스포츠를 시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 번에 한 점씩 올라가는 축구에 비해 야구와 미식축구의 득점 방식은 파격적이다. 한 번에 다득점을 해 단번에 역전이 가능하다. 선수들의 역할이 세분화되어 있으며 전문성이 필요하다. 게임의 방식도 공격과 수비가 정확히 구분되어 있다. 공격하는 팀은 공격만 하고, 수비를 하는 팀은 수비만 한다.


축구가 자급자족을 하던 농경사회의 모습이라면, 미식축구나 야구는 산업혁명 이후 분업화된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대신 구성원 모두의 협동이 요구된다.


축구에서는 반칙이 생길 경우에만 심판이 개입을 하지만 야구와 미식축구에서는 시합이 진행되는 내내 심판의 판정이 필요하다. 야구에서는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하고, 미식축구의 경우에는 한 번의 공격이 끝나면 전진한 (또는 후진한) 거리만큼 심판의 줄자가 이동한다. 


공권력이 강하고 시민들이 법질서를 잘 지키는 미국인들의 정서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슈퍼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광고와 해프 타임 쇼다. 기업들은 엄청난 광고비를 들여 슈퍼볼을 위한 광고를 따로 찍는다.


미국의 슈퍼볼은 승패와 상관없이 온 국민에게 축제의 날이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라면 슈퍼볼은 친구 또는 낯선 이들과도 하이 파이브를 날리며 지난 1년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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