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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Feb 02. 2018

행복의 조건

이 아침에...

내가 아직 철없는 어린아이였던 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진지 잡수셨어요?” 가 일상에서 이웃 간에 흔히 주고받는 문안인사였다. 중국인들도 이와 유사한 의미의 인사말을 이웃끼리 주고받으며 살았다고 한다. 먹고살기가 힘들던 시절에 나누던 인사말이다. 

 

이제 중국에서는 “행복하십니까?”라는 말이 자주 화두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홍콩의 반환을 전후해서 제한적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중국에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물질적 풍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도 이제는 명품 쇼핑을 비롯해 돈 잘 쓰는 관광객으로 그 이미지가 바뀌어가고 있는 추세다. 명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아웃렛 스토어의 주 고객은 중국인들이다. 

 

중국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차이나 닷 컴” 이 1,300여 명의 중국인을 상대로 행복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6퍼센트의 응답자만이 매우 행복하다고 답했으며, 48퍼센트의 응답자는 행복하지 않다고, 남어지는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갤럽이 전 세계 124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삶의 질에 대한 조사에서 12퍼센트의 중국인만이 현재의 삶이 좋아졌다고 답했는데 이는 참가한 나라 중 92위에 속하는 결과며 이집트, 리비아, 예멘, 바레인 등의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1위는 72퍼센트의 덴마크였고 미국은 59퍼센트로 12위를 기록했다.

 

우리들의 행복지수에서 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돈의 액수보다는 상대성이 더 크다. 단순히 봉급이 올랐다고 해서 행복을 느끼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웃에 비해 수입이 많이 늘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중국처럼 갑자기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는 사회에서는 모두들 높은 기대치를 갖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못 미치게 되면 사람들은 실망하게 된다. 일가친척이나 이웃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상대적인 열등감에 불행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중국 남성들은 41세에 가장 행복하고 여성의 경우에는 28세에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아마도 남성의 경우에는 40대 초반에 이르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경제적으로도 자리를 잡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부류는 40-44세 사이의 여성이라고 한다. 여성의 나이 40대가 되면 양가의 부모님들은 나이가 들어 보살핌이 필요하며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들과는 갈등을 겪게 되어 여성들이 부담을 느끼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인사회의 경우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질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새 차를 타서 즐거운 것은 차에 작은 흠집이 하나, 둘씩 나기 시작하면 사라진다. 새로 산 스마트 폰은 손에 익숙해지면 싫증이 난다.

 

굳이 행복하지 않아도 하루 세끼 밥 먹고 사는 일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건강하게 장수하며 살 수 있다. 하지만 행복이 없는 삶은 내용물이 빠진 포장만 근사한 빈상자와 같다. 앙꼬 없는 찐빵이다.

 

아무리 노을이 아름다워도 이를 바라보고 감상하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고 내게 없는 것을 욕심내어 바라지 않으며 가진 것에 감사하고 즐길 수 있으면 그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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