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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Sep 11. 2021

또 딸입니다

일상에서...


딸아이가 둘째를 가졌다. 내년 1월에 낳으면, 첫째 하린이와는 23개월, 두 살 차이다. 터울로는 딱 알맞다. 친정아버지의 마음은 기쁨보다는 딸 걱정이 먼저다. 임신과 출산, 게다가 고만고만한 아이 둘을 키우려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얼마 전 초음파 검사를 하고 아기의 성별을 알게 되었다. 딸이다. 소식을 듣는 순간, 혹시나 시부모님이 실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돈은 나보다 나이가 한두 살 아래지만, 언행을 보면 상당히 한국적이다. 사위가 외아들인데 첫아이가 딸이었으니, 둘째는 아들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 같아서다.


이미 여러 명의 손자 손녀가 있는 내게 손주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임산부와 아기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보니, 굳이 따지자면 나이 든 부모의 입장에서는 딸이 더 좋은 것 같다. 상대방의 감정을 간파하는 것이나, 소소한 일에도 신경을 쓰는 것은 아들보다는 딸이 낫다.


아들 딸 하나씩 키우기보다는 같은 성별의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이 조금은 쉽다. 첫 아이가 쓰던 물건과 옷을 쓸 수 있고, 방도 따로 장만한 필요 없이 둘이 하나를 쓸 수 있으니, 재정적인 부담도 적다.


며칠 후, 딸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시부모님은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수고했다며 용돈까지 두둑이 받았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나온 김에, “이제 그만 낳을 거지?” 하고 물으니, 사위가 아들을 낳고 싶어 해서 하나쯤  낳을  같다고 한다. 정말 사위가 아들을 원하는 것인지, 차마 며느리 앞에서는 섭섭함을 표하지 못하지만 아들 손자가 있었으면 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읽고 하는 말인지는   없다. 후자일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첫 아이 하린이의 태명은 아빠 엄마의 성을 따, ‘최고’였다. 둘째 아이는 아빠 (자인) 엄마 (세미) 이름에서 한자씩 가져와 ‘미인’이다. 하린이는 고생 끝에 제왕절개로 낳았는데, 둘째 ‘미인’은 잘 낳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인아, 무럭무럭 잘 자라서 내년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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