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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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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Mar 09. 2018

고맙습니다

이 아침에...

이번 주말부터 서머타임이 시작이다. 벌써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다시금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 나이도 더 이상은 중년이라 부를  없는 나이가 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60은 노인의 나이다. 외할아버지 환갑잔치 때가 생각난다. 생신 전날부터 전을 부치 밤을 깎고 상을 괴어  잔치를 벌였다. 자식들이 잔을 올릴 때는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여인이 곁에서 소리를 했고, 하루 종일 손님들이 오갔다. 손님이  때마다 집안의 여인네들이 작은 소반에 상을 차려 손님 앞에 내놓았다. 


평균 수명이 80을 넘고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는 요즘 환갑에 나이 타령이 웬 말인가 싶기도 하지만 길다면 긴 세월이 아닌가.

 

나이가 들어가며 좋은 점이라면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전 같으면 큰일 난 듯 떠들썩하며 수선을 떨었을 일도 담대하게 마주하게 된다. 살아보니 세상에 견디어 내지 못할 고통은 없으며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도 없다는 생각이다.


성당에 다니는 나의 입장에서는 "주님께서는 우리가 견디어낼 만한 고통만을 우리에게 주시고, 그런 시련을 이겨낼 도구와 힘도 함께 주신다."라는 다분히 종교적인 이야기를   있다. 지나온 나의 삶을 돌아보면 도처에 그런 증거가 산재해 있다.

 

내게 육신의 장애는 있었지만 좋은 부모와  많은 형제들이 있었고, 힘들 때면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어 오늘에 이르렀다. 때로는 생각지도 않았던 이들에게서 도움을 받기도 했다.


내게 수학을 가르쳐 주었던 채규칠 선생님, 영어공부를 도와주었던 이일 선생님, 미국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을   있게 다리를 놓아주었던 Ms. Greer, 내가 존경하던 임규선 선생님, 나를 업고 2층 탁구장을 드나들던 교우들, 그 외에 이름도 얼굴도 잊었지만 지난 세월 동안  삶을 거쳐간 많은 이들이 있었다.


지금은 모두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이가 드신 분들 중에는 이미 돌아가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때 고맙다는 말과 마음 제대로 전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이들이다.


굳이 멀리 떠나온 사람들에게 마음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곁에는 나를 격려해 주고 위로해 주며 힘들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 주어야겠다. 


"고맙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정작  사람에게는 보답하지 못하고 마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다른 사람에게나마 내가 받은 고마움을 나누어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렇게 다들 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돌려준다면  마음과 뜻이 돌고 돌아 내가 은혜를 입고도 갚지 못했던 이들도 누군가에게서 필요한 도움을 받게 될 것 아닌가.


60 년 동안  살았다. 내가 잘나서   것은 아니고 나를 사랑하는 이들의 은혜로  것이다. 남은 세월 받는 것보다 내어주는 것이 많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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