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에서 배운 한 가지

화폐가 흔들릴 때, 자산은 어디로 흐르는가

by 돈미새
튀르키예 경제는 정말 무너졌을까?



튀르키예라는 나라를 처음 깊이 바라보게 된 건

단순히 해외 뉴스를 읽다가가 아니었다.


CGV가 유럽 시장으로 확장하며

튀르키예에 극장을 세우던 시기,

나는 그 투자 배경을 믿었다.


당시 터키는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였고,

문화 소비가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극장은 분명히 성장할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주저 없이 투자를 했고,

그 결정이 나에게 여러 의미의

‘수업료’를 가져다줄 줄은 그때는 몰랐다.




CGV 투자로 튀르키예를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튀르키예의 경제는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던 시기에 터키는

오히려 금리를 낮췄다.


돈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는

아주 단순하고 교과서적인 진실이

그대로 현실이 되면서, 리라화 가치는

눈에 띄게 무너졌고, 정부는

금리 인상을 시도하는 은행을 ‘도둑’이라 부르며

다시 금리를 더 내려버렸다.



시장에 화폐량은 크게 늘었고,

나는 그 변화를 투자자라는 작은 자리에서

생생하게 체감해야 했다.


내 주식은 한여름 햇빛 아래

아이스크림이 녹듯 형태를 잃어갔고,

나는 그 고통을 느끼면서도

이상하리 만큼 배움의 순간을 함께 경험하고 있었다.


내 주식을 잃는 것은 고통스러웠지만,

책에서 보던 경제 상황을

실제로 보는 것은 짜릿한 경험이었다.




경제가 무너져도
자산 가격은 오를 수 있다



흥미로웠던 점은 실물 경제가 무너지고

기업 이익이 바닥을 치는데도,

부동산 가격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경제는 어려웠고

시장은 혼란스러웠으며

화폐 가치는 폭락했지만,


튀르키예의 부동산은 평균적으로

5배에서 10배까지 치솟았다.



화폐 가치가 7분의 1로 줄어드는 동안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내야

집을 살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핵심 지역이 올랐고,

사람들은 “역시 중심지밖에 답이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작은 도시,

낡은 주택, 소외된 지역의 건물들까지

화폐 가치 하락만큼 가격이 재조정되기 시작했다.



떨어진 화폐가 결국 모든 부동산에

반영되는 과정이었다.


그 경험을 떠올릴 때마다

지금의 한국 상황이 자연스레 겹쳐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은 어떤가?



해외여행이나 직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우리 화폐 가치

역시 조용히, 천천히 약해지고 있다.


실물 경제는 무겁게 가라앉고 있고,

많은 이들은 “이러다 서울 집값도 떨어지겠지”라고 말한다.


반대로 지방의 정체된 가격을 보며

“역시 서울만 답이지”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튀르키예에서 봤던 흐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물론 인정해야 할 건 인정해야 한다.


지방은 수요층이 얕고

성장 동력이 약하며,


거래가 멈출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 현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장기적인 화폐 가치 하락 속에서

자산 가격이 수도권을 지나

지방까지 파고드는 흐름은

튀르키예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처음엔 핵심지만 올랐고,

시간이 지나자 주변 지역이 뒤따랐으며,


결국 마지막에는 외곽의 낡은 집들까지

화폐 가치만큼 가격을 끌어올렸다.


떨어진 화폐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가격 재조정이었다.



물론 한국을 튀르키예와 그대로

겹쳐 놓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화폐가 약해지는 흐름 앞에서

자산 가격은 결국 그 가치를

반영한다는 것, 그리고

그 반영은 생각보다 넓고 깊게 퍼진다는 것.



화폐 가치가 떨어질 때 자산은
단순히 '지역'이 아니라 '성질'이 반응한다



나는 지금의 한국을 바라볼 때도

한쪽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서울만 오를 것이다”라는 말도,

“지금은 하락 초입이다”라는 주장도,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



다만 확률적으로 보자면,

장기적 흐름에서 화폐 가치의 방향이

일정 부분 시장의 방향을 알려준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것도

우리 자신이다.



하지만 나는 튀르키예에서 배운

그 생생한 감각을 잊을 수 없다.


흔들리는 경제 속에서도

자산이 어떻게 다시 제 가격을 찾아가는지,

화폐 가치가 어떻게 모든 가격의

바닥을 바꿔놓는지,


시장은 늘 예상보다 더 천천히

그리고 더 깊게 반영한다는 것을…



그래서 지금도 조용히 생각한다.



지나치게 단정하지 말자.

흐름의 본질을 놓치지 말자.



튀르키예에서 그랬듯,

우리는 지금 또 하나의 변곡점

앞을 지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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