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공기는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11월의 공기는
분명히 조금 다르다.
10월까지는 일정한 박자였던
시장의 흐름이 11월 중순을 넘어서자
잠잠했던 물결이 갑자기
거칠게 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국 시장은 하루에 3%씩 흔들리고,
미국 시장도 장중에 급락과 급반등을 반복하며
그동안 보였던 안정적인 흐름이 한순간 깨지기 시작했다.
채권, 금, 비트코인, 주식, 심지어 안전자산까지
모든 자산의 차트가 동시에 흔들리는 지금,
시장은 무언가를 감지한 듯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시장은 무엇을 보았길래 갑자기 멈칫했을까
4월부터 지금까지 시장을
움직인 서사는 단순했다.
AI가 간다 → 반도체가 간다 → 클라우드가 간다 → 결국 시장 전체가 간다.
누구도 이 흐름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11월,
그 단단했던 믿음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묻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좀 오버 아닌가?”
“AI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돈이
이 속도를 따라오고 있나?”
“혹시 버블 시그널인가?”
이 질문들은 농담처럼 흘러나왔지만,
지금은 시장 전체의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투자자들이 놓치고 있던 또 하나의 신호: CDS
CDS, 즉 Credit Default Swap.
기업이나 국가의 부도 위험을
가격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위기 앞에서는 가장 먼저 움직인다.
최근 들어 몇몇 빅테크의
CDS가 조용히 상승하고 있다.
오라클, 소프트뱅크,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까지
그동안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곳들마저 그렇다.
CDS가 뜬다는 건 단순한
변동성 문제가 아니다.
시장이 속삭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회사들… 혹시 부채가 생각보다 빨리 늘고 있는 거 아니야?”
빅테크는 왜 갑자기 돈을 빌리기 시작했을까
AI는 새로운 공장이다.
그리고 이 공장은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비용을 집어삼킨다.
-데이터센터 건설
-GPU 대량 구매
-전력 인프라 확충
-모델 개발
이 모든 것이 ‘현재형 비용’이다.
한때 현금 부자였던 빅테크조차
이 모든 비용을 현금흐름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선택지가 하나 생겼다.
회사채 발행, 즉 빚이다.
시장도 이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빚을 내야 한다고…?”
“AI 경쟁이 생각보다 훨씬 힘든가 본데?”
“이 속도로 가면 투자금 vs 수익, 언제 만나는 거지?”
이 의심들이 쌓이며 CDS 상승으로 나타난 것이다.
AI에 들어가는 돈은 얼마나 많은가
“매출의 25%를 AI에 투입하는 시대”
현재 빅테크들의 매출 대비
AI 투자 비중은 이미 25%를 넘었다.
2년 뒤에는 30% 가까이
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익 대비 투자 비중이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많은
투자가 들어가는 구간.
이 지점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불안을 느낀다.
지금 시장은 ‘몇 번째 평가 단계’에 있을까
“싼 구간은 이제 끝났다”
시장의 가격 평가 방식은
조금 크게 나누면 세 단계로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순자산을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인정하는 구간
-부채까지도 자산처럼 인정받는 구간
-미래의 가치까지 가격에 반영되는 구간
여기서 세 번째 단계부터는
누가 뭐래도 어느 정도의 거품이
끼기 시작하는 구간이다.
지금 시장이 딱 그 문턱을 넘는 느낌이다.
아직 완전히 거품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미래 가치가 가격에 슬슬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점.
그래서 나는 지금의 시장을
‘절대 싼 구간은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지금은 그저 가격이 올라간 이유보다
올라 있는 상태의 무게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미국 대선 한 달 전까지, 정리할 계획”
이런 흐름 속에서
내 선택은 아주 단순하다.
미국 선거가 시작되기 한 달 전쯤
해외 자산을 정리해 나올 생각이다.
국내 주식도 항상 그렇게 해왔고,
해외 투자라고 해서
내 방식이 달라질 이유는 없다.
적당히 먹고 나오고,
그다음 흐름은 다시 관찰하면 된다.
물론 이 선택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장은 늘 예상보다 빠르거나 느리니까.
다만 지금의 흐름 속에서는
그게 내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자리일 뿐이다.
그런데…
이 모든 걸 ‘버블’이라고 보기엔 이르다
“투자보다 앞서가는 시대, 그러나 아직 초기다”
겉으로 보면 닷컴 버블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AI 시장은
그때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미래 현금흐름과 투자비용을 기간별로 매칭하는 ALM 전략
투자하지 않으면 시장 자체에서 밀려나는 구조적 경쟁
이미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AI 기반 수익률
이 요소들을 모두 보면
지금의 상황을 단순히 “버블”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비용이 수익을 앞서가는
성장 초기’라는 표현이 더 가깝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를 지나고 있을까
11월의 흔들림은
AI 시대가 끝나서가 아니라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의 진통일 가능성이 크다.
변동성은 커졌고,
의심도 늘었고,
부담도 올라갔지만,
이런 흐름 자체가
새로운 산업이 정착되는 초입에서
늘 반복되는 움직임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입구에 서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입구를 지나가는 시장을
조금 더 멀찍이 떨어져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절대 싼 구간은 아니다.
그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