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_1화

연필과 나막신

by 돈미새

나는 손에 쥔 동전을 움켜쥐었다.

손끝이 차가웠다.

몰래 모은 돈이었다.

나는 엽전 꾸러미를 내밀었지만 입을 벌릴 틈조차 얻지 못했다.

어머니는 멈췄던 손을 다시 움직여 장독대 뚜껑을 두드렸고, 매듭을 묶는 손길엔 아까보다 더 지독한 힘이 실렸다.

나는 그 침묵 아래서 몸을 웅크린 채, 손바닥을 뚫고 들어오는 심장의 고동을 견뎌야 했다.

몇 날 며칠을 돈을 모았다.

나막신을 깎고, 나무를 쪼개며, 잔뜩 먼지 낀 골목을 기어 다녔다.

한 장씩, 천천히 쌓인 엽전이 내 주머니 속에서 삐걱거렸다.

억지로 구해온 교복에선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배어 있었다.

나는 어머니 몰래 그 옷을 우물가로 가져가, 손마디가 하얗게 될 때까지 비볐다.

비누도 없이 비벼 빤 옷에선 곰팡이 냄새 대신 비린 물비린내가 났다.

가난의 흔적을 다 지워내지 못했다는 불안함이, 젖은 옷감처럼 몸에 착 달라붙었다.

첫날, 교실 문을 열었다.

책상은 딱딱하고, 하얀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고, 아이들은 단정한 교복을 입었다.

나는 발끝부터 검게 물든 손바닥까지 의식했다.

발을 숨기려 몸을 웅크렸다.

하얀 바닥 위에 박힌 검은 흙줄이 흉터처럼 선명했다.

연필을 쥐자, 손가락 끝의 굳은살이 삐걱거렸다.

나무를 쪼갤 때처럼 힘을 주자, 연필심이 툭 부러졌다.

나는 부러진 연필심처럼, 발끝을 책상 밑으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종이의 거친 질감, 연필심의 부러짐, 주변 아이들의 손끝이 매끄럽게 움직이는 모습.

내 몸과 손이 적응할 틈이 없었다.

아침에 나설 때,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툭, 밥 한 덩이를 싸서 내 등 뒤로 던졌다.

그 무심한 손길이, 그날의 허락과 닿았다.

나는 그것을 주워 가방에 넣고, 숨을 고르며 교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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