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 취미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지만 타인의 브런치 글을 즐겨 보지 않는다. 겉으로는 독서 습관 부족이라 말하지만 박탈감 탓이 크다. 늘지 않는 구독자와 조회수에 허탈해하던 시기는 지났다. 요즘 느끼는 박탈감은, 충분히 잘 쓴 글인데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쟤는 되는데 나는 왜 안 돼?"라는 생각이, "쟤도 안 되는데 내가 되겠냐?"로 바뀌는 요즘. 글 못 쓰는 병에 걸리는 주기가 짧아진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누구든 글이 잘 안 써지는 시기가 있다. 마음을 다잡고 키보드 앞에 돌아오길 반복. 그런데 가끔씩 상황과 심리가 묘하게 어긋나 글 자체를 쓸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누군가는 이것을 '내 글 구려 병', '나는 안돼 병'이라 불렀다.
글쓰기가 심리에 끼치는 영향을 프러스 마이너스로 따진다면 긍정에 손을 들어준다. 결과에 상관없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 얻는 것이 많다. 짧으면 몇 시간, 길면 수 일에 딱 한 번 주어지는 '발행'버튼을 누를 찬스도 누린다. 소소한 만족감이 긍정을 채우길 반복하면. 스멀스멀 욕심이 생긴다.
누군가 내 글을 봐주면 좋겠다. 글 쓰기 실력이 좀 늘었을까? 내면의 평화가 외부로 확장될 때마다 글 못 쓰는 병에 걸린다. 현실을 인지하고 내면으로 후퇴하는 길. 그동안은 글을 쓰지 못한다. 병의 지속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위안이 되었던 점은 생각보다 일반적인 이슈라는 것이었다. 전업 작가가 1~2년 가까이 글을 못썼다는 경험담은 희귀하지 않다.
공모전 수상을 한 지인이 있다. 프로가 아닌 이들 중 내가 아는 최고의 재능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1년 가까이 글을 못쓰고 있다. 이유는 단순했다. 스스로 만족할 자신이 없다고. 공모전 수상이라는 객관적 지표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글을 다시 쓸 것이다. 믿음과 희망 따위가 아니다. 본능이 움직일 것이다.
글 못쓰는 병에 걸릴 때마다 오만가지 해결책을 찾았다. 하지만 별다른 깨우침 없이 제자리에 돌아온다. 애초에 글을 못 쓰게 된 이유가 별 것 아니었다는 뜻이었을까. 공황장애 불안도 그랬다.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 않았고, 피할 수 있었는데 못 피했던 것들. 반드시 잡거나 피했어야 했을까. 글 못쓰는 병에서 돌아와도 변한 것은 없다. 필력은 제자리고 떠오르는 생각도 거기서 거기다. 꼭 노력하지 않더라도, 할 말이 쌓이면 참지 못하는 게 본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