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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Dec 18. 2022

나의 브런치가 읽히지 않는 이유

- 글쓰기 취미

 제목을 저렇게 하면 평소보다 조회수가 높다. 하지만 그뿐이다. 글을 잘 쓰면 되지 않느냐. 정말 그럴까. 내용이 좋더라도 단발성이다. 그동안 써온 주제들과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조회수 팁 따위를 서술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전문성이다.


 '전문'이라는 표현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여기서는 기술이 아닌 지속성을 뜻한다. 예를 들어 퇴사 경험도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 퇴사라는 주제는 하나지만 상황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20대의 퇴사와 50대의 퇴사 이야기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퇴사 이유부터 각자의 시선까지. 그것에 집중하는 주제를 지속하면 자신만의 스토리가 전문성을 갖는다.


 라이트 노벨이나 문학 쪽은 이 글의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쪽이 브런치의 메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곳을 조금만 둘러봐도 알 수 있다. 브런치는 감성 에세이, 직업과 취미 특화, 개인적인 스토리가 주류다. 특징을 하나 더 꼽자면 블로그와 유사한 스타일도 많다는 점.


"그렇게 잘 아는 너는 왜."


 문제점을 아는 것과 해결하는 능력은 별개다. 개인적인 한계를 인정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들은 해결 능력이 있지만 문제점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어제는 영화 리뷰. 오늘은 요리. 내일은 운동. 주제가 바뀌더라도 큰 줄기는 유지되어야 한다. 주인공이 30대 전업주부라면 곳곳에 그에 맞는 지속성이 묻어나야 한다.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욕심에 하루는 전문 평론가 같은 위엄을, 하루는 사춘기 감성을 갖는다면 독자가 기억하고 다시 찾기 어렵다.


 또 다른 실패 원인은 알고리즘이다. 큰 줄기를 유지하는 글쓰기는 '키워드'가 누적된다. 취업 준비생은 면접, 스펙, 연봉이. 재테크가 중심이면 부동산, 대출, 투자 같은 키워드가 쌓인다. 이는 검색 노출 빈도에 큰 영향을 끼치며 대중적으로 알려진 알고리즘의 핵심이기도 하다. 무조건 한 가지 주제만 쓰자는 뜻이 아니다. 줄기를 놓지 않는다면 키워드는 자연스레 쌓인다.


 키워드가 중구난방인 시간이 길어지면 알고리즘 순위가 밀린다. 블로그 동네에서 계정을 새로 만드는 행위가 이것 때문이다. 마이너스를 0으로 끌어올리는 노력보다는 재시작이 빠른 것. 그런데 알다시피 브런치는 불가능한 편법이다. 이게 뭐라고 브런치 작가 지원을 또 하겠는가. 아이러니하지만 브런치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독자를 사고파는 것까지는 막지 못하지만, 타 플랫폼에 비하면 공정한 면도 있다.


 브런치에서 필요한 능력이 정말 압도적인 필력일까. 있다면 좋겠지만 어차피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누적된 글쓰기가 보편적인 필력은 보장한다."라는 사실만 믿을 뿐. 브런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이곳의 성향이 '등단'이라는 옛 표현과는 확실히 다른 감성이라는 의미다. 작가라는 직업을 산신령처럼 여기던 과거에 비해서 말이다. 필력만을 탓하기엔 브런치의 인기 있는 글들은 특색이 너무나 뚜렷하다. 진짜 문제는 필력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한 번은 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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