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 취미
MBTI의 유례. 과학적 근거. 이 글에서 그런 것은 필요 없다. "A형은 소심하다."라는 표현이 엉터리임을 알면서도 수십 년간 써오지 않았는가. 특정 정보가 고착되면 그것은 더 이상 과학이 아닌 '언어'가 되기 때문이다. MBTI는 이미 젊은 층에게 언어가 되었다. 이는 신조어와는 다른 결이다. 전세가 무슨 뜻인지 모르면 간단한 설명 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전제, 월세, 청약, 대출, 금리를 생전 처음 듣는 사람과 어떻게 주택담보대출 이야기를 하겠는가.
"신조어를 학습해서 젊은 층과 소통하자!"
의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MBTI 동향은 신조어처럼 소멸과 변화를 반복하지 않고 수년 동안 확장되는 추세다.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초반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남들이 웃을 때 웃지 못하는 경험이 쌓이니 꺾일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젊음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상식'의 문턱까지 올라왔다는 생각이다.
E(Extraversion) or I(Introversion)
S(Sensing) or N(iNtuition)
T(Thinking) or F(Feeling)
J(Judging) or P(Perceiving)
E와 I 중에 하나. S와 N 중 한쪽이 결정되는 시스템. 경우의 수는 4 * 4로 16가지가 나온다. A와 T도 있지만 일반적인 MBTI 대화에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ENFP는 가능해도 EISN은 불가능하다.
MBTI 이야기의 초석이 되는 부분. 이것만 알아도 40%는 먹고 들어간다. 우선 E는 Extraversion의 첫 글자를 땄다. 외향적이라는 뜻인데 이게 뭐라고 영어단어까지 외우나. Ex가 대충 '밖'이라는 어감이 있으니 그에 맞춰 암기. 개인적으로는 너무너무 외향적인 사람이 너무너무 신이 나서 "E런 xx!!!"이라고 외치는 장면을 상상해서 암기했다.
I는 Introversion. 내향적이라는 의미다. In이 '안'이라는 어감이니 기억하기 쉽다. "I 참... 부끄럽게..."라고 암기는 것은 자유다.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가. "너 E야 I야?"라는 질문은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를 묻는 것뿐이다. 그런데 뭔가 빠진 것 같다. 이게 도대체 어디가 재밌고 왜 화젯거리가 되었냐는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몇 가지 예를 가져와 봤다.
외향인 : 주중에 회사(실내)였으니 주말엔 밖에 나가야 한다.
내향인 : 주중에 회사(집밖)였으니 주말엔 집에 있어야 한다.
외향인 : 아~ 잘 놀았다! 충전완료!!
내향인 : 아~ 잘 놀았다! 이제 집에 가서 혼자 쉬면서 충전해야지!
- 외향인은 자기보다 외향적인 사람을 만나면 좀 당황하는 것 같음. 내가 말을 하면 상대방이 들어줘야 하는데 오디오가 겹침. 본인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입장이 되니까 어색해함. 이래서 외향인은 내향인과 친해지는 듯. 내향인도 굳이 자기가 말을 안 해도 상대방이 알아서 다 하니까 편하고. 윈윈.
- 외향적인 사람은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내향적인 사람은 상대를 기분 나쁘지 않게 배려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함.
MBTI가 확장되는 이유는 '콘텐츠'를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 예전에 B형 남자친구가 어떻고 AB형이 어떻다느니 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추가적으로 E와 I를 나누는 질문 유형을 보자.
- 여러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
-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더 많이 듣는 편이다?
- 주목받는 것을 좋아한다?
- 몇 개월 동안 집에 안 나가도 잘 살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을 '점수'로 누적해서 E성향이 높으면 E. 반대면 I가 된다. 그런데 E가 51점이고 I가 49점이어도 결과는 E다. 다시 말해 검사를 할 때마다 E와 I가 계속해서 바뀌는 사람이 적지 않고, S/N, T/F, J/P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MBTI 결과는 의미가 없게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일 뿐, 여기서는 논란과 신빙성 문제는 덮어두기로 하자.
S(Sensing)는 감각형. N(iNtuition)은 직관형이다. '직관'이라는 표현 때문에 이해하기 까다로운 항목이었다. 직관형을 다른 말로 '직감', '촉', '이상주의'로 해석하면 그나마 낫다. S와 N은 상극이라는 해석이 많아서 자석의 S극과 N극으로 암기했다. 무례할 의도는 없지만, 통계상 S의 비율이 매우 높다 하니 S는 남한 N은 북한의 인구를 생각했다. S가 현실주의. N이 이상주의라는 설명에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떠올렸다. 나는 기억력이 안 좋아서 이렇게라도 암기해야 했다.
S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즉, 오감에 의존한다. 사실적인 묘사를 선호하고 현재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사과를 보면 "빨갛다.", "둥글다.", "맛있다."를 떠올린다. 요리할 때 손대중보다는 레시피 정량을 선호하고 미래보다는 현실에 집중한다.
N은 S와 반대라고 이해하면 쉽다. 사과를 보면 비타민C, 스티브잡스, 백설공주를 떠올린다. 대화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지만 의외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래는 그나마 이해하기 쉬웠던 S와 N의 차이를 몇 가지 가져왔다.
- S는 숲보다 나무를 본다.
- N은 나무보다 숲을 본다.
- S는 세심한 관찰 능력이 뛰어나다.
- N은 가능성을 중요시하며 비유적인 묘사를 선호한다.
- S가 직장 상사고 N이 부하직원일 때, S는 N에게 일처리에 관해 세세하게 설명한다. N은 "시켰으면 가만히 있지, 왜 이렇게 간섭하지?"라는 생각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 N이 직장 상사고 S가 부하직원일 때, N은 S에게 "대충 이러이러한 상황이니 잘해봐."라고 말한다. 오감을 활용해야 하는 S는 자세한 경위와 부가 자료가 없으니 고민하고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
- S는 이동경로를 취합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길을 잃지 않을 확률이 높다.
- N은 감에 의존해서 빠르게 길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S와 N의 핵심은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그리고 상극임을 떠올리면 암기하기 쉽다.
T(Thinking)와 F(Feeling)는 이해하기 쉽다. T를 Thinking이 아닌 True로 인식하면 이해도 쉽고 암기하기도 좋다. F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TF팀도 좋다. "True를 말했는데 Force를 당했다." 어쨌든 T는 사고형이라 표현하고 F는 감정형이라 말한다. 대충 느낌이 오지 않는가. T와 F는 알려진 예시가 많다.
- T는 결과주의적 사고
- F는 과정주의적 사고
- 시험에 떨어진 친구가 속상해하며 전화를 걸어왔다.
T : 무슨 시험인데? 커트라인은?
F : 다음엔 잘할 수 있을 거야.
- 교통사고를 당한 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T : 보험은 있어?
F : 놀랐겠다. 많이 안 다쳤어?
- 말하기 힘든 개인사정으로 직장동료가 힘들어할 때.
T : 당연히 업무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내가 대신해 줄게.
F : 아고... 힘들지?
- 나 머리 잘랐어.
T : 얼마나 잘랐어? 삭발? 단발?
F : 무슨 일 있었어?
사람들이 T와 F의 스토리를 유쾌하게 여기는 이유는 양쪽이 악의가 없음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MBTI의 장점이라 확신한다. T와 F라는 개념이 존재하기 전까지는 다툼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다. 추가적으로 T는 남성이, F는 여성이 많다는 통계가 있지만 MBTI이 시각에서는 유의미한 정보가 아닌듯하다.
JP의 암기는 옆나라 Japan(JP)을 떠올렸다. J(Judging)는 판단형. P(Perceive)는 감지형이라고 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검색을 해보면 JP는 계획과 즉흥으로 나뉜다는 설명이 대부분이다. J와 P의 구분 암기는, "J는 Jeong리정돈을 잘하고 P는 P곤해 한다."로 정리했다.
J : FM, 정리정돈, 계획 짜기
P : 융통성, 임기응변, 즉흥적
개인적으로 매력을 못 느꼈던 항목이다. 주의할 점은 게으른 J도 있고 부지런한 P도 있다는 사실.
E와 I는 'Ex'와 'In'을 떠올려서 외향적, 내향적.
S와 N은 S극과 N극처럼 상극. S(남한)는 현실주의. N(북한)은 이상주의로 연상 기억.
T와 F(Feeling)는 TF팀. "True를 말했는데 Force를 당했다."
J와 P는 Japan(JP). "J는 Jeong리정돈을 잘하고 P는 P곤해 한다."
나도 배우자는 생각으로 쓴 글인데 잘은 모르겠다. 중간에 MBTI 장점을 언급했지만 언뜻 봐도 단점이 더 많다는 생각이다. 타인을 16가지 방법으로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인지, 16가지 틀에 가두고 재단하자는 것인지. 추가적으로 INFP를 인프피로 발음기도 하는 등, MBTI 궁합부터 특정 유형을 열받게 하는 방법까지 오만가지 콘텐츠가 존재한다. 어쨌든 앞으로 MBTI 이야기가 나오면 뻥져있을 일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