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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Dec 31. 2022

성공이 착각인가 실패가 착각인가.

- 냉수와 온수

 어렸을 때부터 찬물로 샤워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그러다가 고등학생 무렵 찬물로 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할만했다. "참을만한데? 이게 어른이 된다는 건가?" 성장했다는 자신감은 그 당시 보이지 않던 미래의 언젠가, 자신의 성공을 그리는 밑바탕이 되었다.


 2022년 12월 31일. 누군가 나에게 찬물 샤워를 권한다면 5만 원은 받아야 할 것 같다. 너무나 춥다! 물이 더럽게 차갑다! 고등학교 시절 성공이 취소됐나? 조금 허약해졌지만 병약한 정도는 아니다. 고통을 견디는 성장이 단절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찬물 공포증에 걸렸나?


 답은 간단했다. 시설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계절에 따른 냉수의 온도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내가 추우니까 찬물이 싫은 게 아니고, 그냥 물 자체가 차가운 것이다. 지금 우리 집 냉수 온도라면 한여름 샤워도 고문일 것이다. 여름에 그 정도 냉수를 경험하려면 냉각기를 돌려야 하는데 그런 시설물은 흔하지 않을뿐더러 필요성도 의문이다. 간단한 이치를 뒤늦게 깨우친 원인은 겨울 냉수가 차가워서가 아니고 실내 온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믿기 힘들겠지만 30년 가까이 지속된 착각이었다.


 어렸을 때 싫어하던 찬물의 온도는 몇 도였을까? 찬물 샤워도 할만하다던 그때의 계절은? 찬물샤워를 성공했다는 기억은 착각이었다. 그렇다고 실패로 단정 짓는 판단도 착각이다. 어렸을 때라면 5만 원은커녕 울고불고 난리가 났을 게 뻔하다. 그런데 지금은 "5만 원은 받아야 할 것 같다."라며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은 성장하지 않았는가.




 성공을 느꼈던 주변 환경은 여름과 겨울 중 언제였나. 좌절감을 안겨준 것은 여름의 냉수인가 겨울의 냉수인가. 특정 조합의 성공만이 착각이 아니다. 어느 조합의 실패도 착각이다. 지금 느끼는 성공에 확신할 수 있나. 타인의 실패에서 성공의 씨앗을 본 경험은 없는가. 자신의 성공을 누군가는 실패로 해석한다는 가정은 존재하지 않는가.


 성공과 실패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성공한 사람의 마지막 메시지에 실패가 담기는 일이 적지 않고, 뒤늦게 인정받는 실패도 많다. 성공도 착각이고 실패도 착각인 셈이다. 그러나 결과가 무엇이든, 성장이 착각이 아님은 확실하다. 인간은 어차피 성공이 실패고 실패가 성공이라는 착각을 반복한다. 성장과 결과는 독립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성장은 성장일 뿐이다. 성공과 실패에 집착하면 성장하지 못한다. 성장하지 못하면 성공도 없고 실패도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착각의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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