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절의 경계
우리나라에 유승준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연예인의 일탈로 봐주기에는 선을 넘었다. 주변 사람들은 플레이 리스트에서 그를 삭제하며 정의구현에 일조했다. 20여 년이 지났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어본 기억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도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극소수지만 수요는 있었고, 그들 중 하나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잘못이지 음악이 잘못은 아니잖아요."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공감하기 힘들었다. 확실히 데뷔 전부터 병역기피를 계획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데뷔 초의 열정까지 거짓이라면 대단한 배우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뮤직 비디오 속 그는 연기를 참 못했다. 어쨌든 1집이 기록된 공간과 열정은 진심일 확률이 높다. 그래도 나는 듣기 싫었다.
일간 베스트(일베)라는 커뮤니티가 사회적으로 악명을 떨치던 때다. 그곳의 단어를 학습해서 피해야 했고, 접속한 기록이 알려지면 왕따와 퇴사로 이어지는 일도 있었다. '일밍아웃', '만물일베설'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여론은 예민했고, 그 중심은 이번에도 정의구현이었다. Steve Sueng Jun Yoo (스티브 승준 유) 사건과 구조는 달랐지만 '매장'이라는 형량은 같았다.
그 무렵 나는 게임 중독이었다. 공략과 노하우를 얻기 위해 단톡방과 커뮤니티에 자주 갔는데, 그곳에 일베를 떠올릴 법한 아이디가 있었다. "헐, 뭐지. 일베야?" 의식은 했지만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소통할 이유도 없었고 그들은 어디에나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어? 일베충이 있네? 아 tlqkf x 같네. 나가야지. 퉤!"
일베로 추정되는 아이디는 퇴출되었지만, 박차고 나간 그 사람은 최신 게임 정보를 놓쳤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타인의 잘못으로 내가 잃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추억 속에는 배경음악이 흐른다. 그러다가 '그 음악'이 나오면 회피한다. 팬이 아닌 나도 이러는데, 콘서트에 갔을 만큼 추억이 많은 사람은 어떨까 싶다.
과잉 정의구현. 배신감. 혐오. 미련 남은 팬심. 뭐라도 좋다. 왜 타인의 잘못 때문에 손해를 봐야 할까. 대부분이 정신적 손해, 즉 추억의 손상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을 옹호하고 용서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추억을 열어보는 것 정도는 망설이지 말자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