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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Mar 10. 2023

특이점에 도달한 AI 국뽕

- 부끄러움은 누구의

 글감으로 국뽕을 다루었던 이유는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그런 것을 보고 믿는 사람은 늙은이."라며 세대갈등만 키웠다. 정말 그럴까? 내가 봤던 댓글에는 자신이 10대 20대라며 열변을 토하는 젊은이가 적지 않았다. "한복은 한국 고유의 의복이죠!", "이순신 장군님! 존경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젊은 층이 인식하는 국뽕 콘텐츠는 K-어쩌고, 손흥민, BTS, 외국인 리액션이 주류였다. 때문에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을 비판하는 콘텐츠에 '감히' 국뽕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없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상은 거짓이다. AI를 이용해 음성 정보를 획득하고, 존재하지 않는 기록은 TTS(인공지능 내레이션 음성)로 제작한다. 이퀄라이저(주파수 특성을 보정하는 음향 장치)로 강의실 음향을 구현하고 잡음도 삽입한다. 댓글은 치욕스러울 정도다.



 "국뽕이 아닌 팩트를 다루어서 보기 좋네요."라는 댓글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저런 영상에는 당연하게도 '원본 링크'가 없다. 반박하면 매국노로 몰리기 십상이다. 구독자와 유튜버 중 누가 돈을 더 많이 벌까? 이런 식으로 벌어진 부의 양극화는 누구의 책임일까? 절망적인 이유는 또 있다. 국뽕채널의 원산지가 동남아시아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이 봐주니까 만들었다? 만들었으니까 봤다? 어느 쪽이든 부끄럽다. 아래는 특이점을 넘어선 케이스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위해 덧붙이자면 손흥민은 축구선수고 WBC는 야구 시합이다. 다시 말해 김연아가 레슬링 국가대표에 합류했다는 소리다. 우리가 해당 영상에 속을 만큼 바보는 아닐 것이다. 국뽕이 만연한 현 상황을 지적한 '풍자'로 보일 수도 있다. 실제 댓글들도 속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애국심을 자극하는 또 다른 거짓 영상(상단 중국 관련 영상)을 보면서 "나는 국뽕에 속지 않지."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영상을 하나부터 열까지 AI가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chatGPT나 그림 그리는 AI, 최근 논란이 되었던 유튜브 표절을 떠올리면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영상제작을 해보았다면 알겠지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것은 기존 국뽕 채널도 마찬가지였다. 거짓 영상도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했다. 하지만 AI가 국뽕 영상 대량생산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앞으로가 걱정이다.


 댓글 중에 "저 정도면 간첩 아니야?"라는 말이 와닿았다. 한중일의 관계악화를 원하는 자가 있다면 만세를 부르고 있을 것.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실제로 TED(미국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를 활용한 유튜브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다. 나이 많은 사람만 속는다는 편견보다, 내가 보는 것은 조작이 아니라는 확신이 더 무서운 것 아닐까.


////2023 03 15 내용 추가.

 본인 등판.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속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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