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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Jun 12. 2023

역관절과 북극성

- 몰랐다니 이럴 수가

책을 읽다 보면 "지금까지 이것도 모르고 살았다고?"라는 정보를 얻을 때가 있다.

   



역관절

 역관절은 무릎이나 팔꿈치가 인간과 반대 방향으로 굽혀지는 것을 의미한다. 말이나 사슴의 뒷다리를 떠올리면 쉽다. 사람도 역관절로 보이는 체질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역관절, 즉 반대로 굽고 펴지는 역관절을 보유한 척추동물은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체질적으로 역관절로 보이는 경우
역관절? 저기는 분명히 접힌다.

사슴의 뒷다리는 완벽한 역관절로 보인다. 동물원에서 사슴의 뒷다리가 역으로 접히는 장면을 분명히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역관절이 아니다. 1번이 허벅지. 2번이 종아리. 3번의 앞면은 '발등'이고 뒷면이 '발바닥'이다. 따라서 2번의 뒷면 하단이 아킬레스 건이다. 포식자의 위협으로부터 재빠르게 반응하기 위함이다. 단거리 육상선수의 스타트 자세도 마찬가지다.


하얀색 박스 안을 역관절로 알고 있는 것
만족스러운 그림

이런 정보의 매력은 지식과 상식의 경계에 있다는 점이다. 경계 지점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중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지루해하고 전문지식에는 피로감을 느낀다. 최근 블로그를 해보면서 절실하게 와닿았다. 사실 블로그에 올렸어야 했는데, 나의 블로그는 저주를 받아서 포털에 노출이 되지 않고 있다.




북극성

 강타의 '북극성'이라는 곡을 자주 들었다. 짝사랑하던 시절이라 기억에 남는 곡이다. 나는 북극성이라는 별이 수성, 금성, 화성처럼 어떠한 덩어리라고 알고 있었다. <재밌어서 밤새 읽는 천문학 이야기>을 읽고서야 의문이 풀렸다.


 북극성은 북극에 가장 가깝게 보이는 '밝은 별'을 의미한다. 현재의 북극성은 작은 곰자리 알파별이다. '현재의 북극성'이라니 무슨 말일까? 말 그대로 현재에만 그렇다는 의미다. 자전축이 달라지기 때문에 북극에 가까운 별이 시대마다 달라지는 것이다.

자전축이 변하면 바라보는 북쪽이 바뀐다

자전은 빙글빙글 도는 행위다. 제자리에서 팽이처럼 돈다면 정수리가 자전축이다. 정수리와 일직선상에 놓인 점을 천장에 찍어보자. 그것이 북극성이다. 이제 서른 바퀴를 더 돌아보자.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천장을 바라보면 전에 정수리 위에 찍었던 북극성은 천장의 다른 위치에 있을 것이다. 이제 그 점은 북극성이 아니다. '현재의 북극성'은 서른 바퀴를 돌고 난 후 정수리 위의 천장이다.


 지구는 달과 태양의 인력으로 2만 6천여 년 주기로 자전축의 기울기가 변한다. 책에서는 팽이가 흔들리며 회전하는 모습과 비유했다. 전문용어로 '세차운동'이라고 한단다. 그리고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예로 들었다. 피라미드는 정확하게 남북을 향해 건설되었다. 5천 년 전에는 방위를 측정하는 도구가 없었을 텐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북극성을 기준으로 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북극성'은 세차운동의 영향으로 5천 전에 다른 곳에 있었다. 따라서 피라미드는 현재의 북극성인 작음곰자리 알파별이 아닌, 5천 년 전의 북극성인 용자리 알파별 투반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추론이 타당하다. 1만 1000년 후의 북극성은 거문고자리 알파별 베가라고 한다.

세차게 돌아서 세차운동일까.

 별이 무한하고 모두가 밝다고 가정하면 북극성은 매분 매초마다 바뀔 것이다. 실제로 현재의 북극성은 약 1도 정도 벗어나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그 또는 그녀는 북극성처럼 빛나지만 영원히 북극성일 수는 없다. 한번 지나간 북극성은 다시는 북극에서 만날 수 없고 더 이상 북극성도 아니다. 북극성이 사랑의 소재로 활용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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