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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Jun 13. 2023

디지털 노마드 포식자 그룹

- 나는 자는 동안에도 돈을 번다

 디지털 노마드의 대중적 확산은 블로그였다. 이후 유튜브, SNS가 등장했고 코로나를 겪으면서 견고해졌다. 사람들이 디지털 노마드에 끌리는 이유는 "누구나 할 수 있다."라는 슬로건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의 디지털 노마드라면 '누구나 할 수는 없는 것'이 맞다. 전업 프리랜서도 디지털 노마드다. 하지만 과열된 경쟁이 디지털 노마드의 정체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요즘은 어떻게든 인터넷으로 수익을 창출하면 디지털 노마드라고 말하는 듯하다.




포식자와 피식자

 며칠 전 <게임 부업 한 달 후기>라는 글을 썼다. 캐릭터에 애정을 갖거나 게임에 재미를 붙이면 수익내기 어렵다. 게임을 철저하게 돈 버는 도구로만 봐야 한다. <나는 자는 동안에도 돈을 번다>라는 디지털 노마드 책에도 같은 이야기가 있다. 블로그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적은 '돈'이기 때문이다. 수익을 염두에 둔다면 SNS와 브런치도 수단이어야 한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말이 불편하게 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따라서 우리 같은 부류는 디지털 노마드의 포식자가 되기 어렵다.


 디지털 노마드 생태계는 야생이다. 조회수는 돈이며 경쟁이다. 이상과 도덕은 조회수를 높여주지 않는다. 사실상 자유경쟁 자유시장과 같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자유시장주의자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들의 논리에서 빈틈을 찾기 어렵다."

피식자 : 블로그를 돈 버는 도구로 여기는 건 좀 그렇지 않아?
포식자 : 수익을 안 낼 거라면 왜 그렇게 열심이해?

피식자 : 심판을 속이면 안 되지.
포식자 : 그것도 실력이고 노력이야.


 티스토리 블로그는 애드 센스를 이용해서 수익을 창출한다. 블로그에 광고를 넣고 수익을 얻는 도구인데 사용하려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애드고시'로 불리는 이유는 쉽지가 않아서다. 알려진 승인 노하우는 많다. "최소 15일은 꾸준히 포스팅해라.", "1500자 이상은 채워라.", "중복 문서를 피해라." 그러던 중 유료강의에서 배운 방법을 공개한다는 포스팅을 보았다. 최신 해외 기사를 번역기에 돌리고 문단 순서와 문장을 다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포식자 : 그것이 노하우고 노력이다.
피식자 : 인터넷에 쓰레기 정보를 배출하는 행위다.

피식자 : 결국 표절 아니야?
포식자 : 시스템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브랜딩 효과

 <나는 자는 동안에도 돈을 번다>에서는 브랜딩을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브랜딩 효과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저자의 책을 읽는 것이었다. 저자는 블로그 월 수익 1000만 원을 인증해서 주목을 받았고 그 브랜딩 효과로 강의를 하고 책을 낸 것이다. 내가 저자의 책을 읽고 있는 것 자체가 그의 디지털 노마드 수익원 중 하나인 셈이다. 저자와 독자라기보다는 포식자와 피식자의 먹이사슬처럼 느껴졌다.


"무슨 짓을 하든 일단 유명해져라."


<나는 자는 동안에도 돈을 번다> 첫 페이지 추천사는 신사임당 주언규의 글이다. 신사임당은 디지털 노마드의 최상위 포식자다. 얼마 전 논란으로 활동이 뜸해졌지만 여전히 추종자는 많다. 책의 저자와 신사임당은 동일한 플랫폼에서 강의를 하는데 강의료 역시 그들의 디지털 노마드 수익이다. 포식자가 되려고 강의를 듣는 수강생은, 어쨌든 그곳에서만큼은 피식자다. 디지털 노마드 포식자 그룹의 영향력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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