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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Oct 20. 2023

초보도 두 달 안에 합격하는 법?

- 노베이스, 누구나

노베이스

 노베이스(NO-BASE)는 기초가 부족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노베이스 누구나 두 달 안에 합격 가능!" 이러한 마케팅 문구에 솔깃한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노베이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 누구나 합격할 수 있을까? 정답은 내가 어떤 노베이스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IQ, 노력, 열정, 학습법 따위를 따져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노베이스'는 '누구나'가 아니다. 위와 같은 문구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그들이 말하는 '누구나'에 자신이 속하는지 객관성 있게 분석해야 한다.



공무원 5개월 단기합격?

 단기합격은 공시생 콘텐츠의 단골손님이다. "5개월 단기합격! 공시생이라면 혹할 수밖에 없는 문구다. 단기합격을 주장하는 이들 중 몇몇은 '노베이스'를 강조한다. 그들은 강력한 학습법과 효율적인 커리큘럼을 제시한다. 하루 12시간을 초과하는 학습시간은 필수다. 혹독한 스케줄을 견뎌내면 누구나 합격할 것만 같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왜냐하면 혹독함을 견뎌내는 개인의 노-오-력은 수치화가 어렵고 불합격자는 합격수기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될 놈만 된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아니다. 양심적으로 성실히 따라서 했는데 떨어졌다면, 그들이 말하는 '노베이스'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나는 영어에 콤플렉스가 있었다. 서른이 훌쩍 넘어 영어공부를 하기로 했다. 수능 기초 3000 단어장을 사서 하루에 100개씩 외웠다. 학창 시절에는 깜지를 써도 외워지지 않던 단어들이 외워졌다. 망각곡선 따위를 적용한 유용한 학습법 덕분이었다. 독서를 통해 알게 된 '인출' 훈련과 꾸준함을 더했더니 10000개도 외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문법과 구문을 병행하자 자신감이 폭발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아가고 있는 지식은 고1~고2 수준이야. 진지하게 수능을 준비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지식인데?" 게다가 '노베이스'사이에서도 중1부터 알파벳을 배웠던 90년 이전 세대와 조기 영어 교육 열풍에 노출된 이후 세대는 본질이 다르다.


 학창 시절 전교 1등을 자주 했던 지인이 있다. 그 사람이 재미 삼아 풀어본 9급 공무원 국어, 영어, 국사 3과목의 점수는 95, 95, 75였다. "9급은 몇 개월만 하면 '누구나' 붙겠는데?" 그 사람의 베이스도 놀라웠지만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모르는 감각이 더욱 놀라웠다. 그 사람이 단기합격을 한다면 자신은 공무원 시험 '노베이스'였다고 말할 것이다.



전기기사 취득 경험

 전기기사 자격증에 관해 알아볼 때 혼란스운 정보가 많았다. 6개월이면 누구나 딴다는 의견과 2년 동안 불합격했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원인은 응시 연령층에 있었다. 전기기사는 취업 준비가 한창인 20대에게 좋은 자격증이면서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도 인기 있는 시험이었다. 때문에 두 부류가 말하는 '누구나'가 일치하지 않았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이 어디에 더 가까운 존재인지 인지하자는 것이다.


"이 방법이면 누구나 3개월 안에 영어 뉴스가 들려요!"

"누구나 합격하는 전기기사 6개월 코스!"

"3개월 안에 누구나 1등급이 되는 방법!"


 성취를 적절히 가늠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말하는 '누구나'와 '나'를 이해해야 한다. 마케팅과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서 메타인지가 중요한 이유다. 90년대 이후 출생이며 수능 인서울 정도의 성취가 있었다면 '누구나'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해당되지 않을 경우 의심해봐야 한다. 나 같은 경우 '누구나'만큼 빠릿빠릿하진 않지만 수학과 이과적인 머리회전이 중간은 되었고, 은퇴를 앞둔 사람보다는 낫다는 확신이 있었다. 때문에 예상 기간을 '누구나'보다 길게 책정했다. 만약 잘못 파악하고 진입했다면 낙담하여 엉망이 되었을 수도 있다.



좌절과 자만

 "남들은 6개월 만에 붙는데 나는 1년이 지나도 못 붙었어." (노력을 했다는 가정) 그들은 자신의 재능, 운, 학습법을 탓하며 좌절하는데, 내 생각에는 메타인지가 부족한 탓이다. 메타인지가 잘못 작동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의욕이다. 노력이 1년을 6개월로 만들고 6개월을 3개월로 만든다는 믿음은 무한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나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1년을 1개월로 만들 수는 없다. 메타인지란 '내가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노력'을 감안한 판단이다. 이러한 발상이 자기 계발서에서는 금기인듯한데, 나는 노력이라는 '희망'에는 동의하지만 종교처럼 믿지는 않는다. 꾸준한 노력은 현실이지만 무한대의 노력은 존재할 수가 없다. 성공은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지 현실을 이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은 많은 것을 채워주지만 지식에도 물리적인 영역이 존재한다. 위에서 언급한 영어공부가 그렇다. 예를 들어 35살 노베이스가 9급 공무원을 준비한다면, 한 달 동안 죽어라 외운 영어단어 3000개는 경쟁자 대부분이 10~15년 전에 마스터한 지식이다. 전기공부 경험이 없더라도 기초수학은 시작부터 차이를 만든다. 시험경험이 없다는 말은 관련 지식도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노베이스가 시험경험 NO인지 관련 지식 NO인지 분간해야 한다.


 반대로 자만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검정고시 출신이다. 당시에는 자퇴하는 학생이 많지 않아서 비교군이 없었다. 나에게 조언을 주던 사람들은 나이 많은 어른이었는데, 그들이 겪었던 역사 속 검정고시는 꽤나 하드 했다. 때문에 고득점으로 검정고시를 합격한 나는 수능 공부를 하기 전까지 자만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사이버대학 초창기에 올 A+를 받은 일도 자만을 남겼다. 공익 시절에 계장의 공무원 교육을 대신 받았던 적이 있는데, "이렇게 시험을 잘 보면 어떡하냐~!"라는 계장의 립서비스에 우쭐했던 기억도 있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회생활에서 마주치는 교육이수 어쩌고 하는 시험은 중학생도 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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