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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Oct 20. 2023

<무빙>과 방구석 전문가들

- 부정적 댓글 의견

무빙

 최민식과 손석구가 나온다며 <카지노>가 언급될 즈음 디즈니+의 존재를 알았다. 하지만 디즈니+까지 찾아갈 정도로 끌리지는 않았다. 디즈니+의 존재를 잊을 때 즈음 <무빙>을 알게 되었고 한 주 한 주 기다리는 드라마가 되었다. <카지노>는 여전히 안 보고 있다. 어쨌든 이제 와서 <무빙>의 장점을 나열하면 지루한 글이 될 것 같다. 시청자 댓글을 300시간 넘게 읽으면서 발견한 부정적 의견을 가져왔다.


회차별 짧은 러닝타임

 한 주에 2회씩 공개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혜자'라는 댓글이 많았지만 가면 갈수록 러닝타임에 관한 불만이 늘었다. 40분 내외로 편성된 회차도 있었는데,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상술을 배제하고 정량으로 채웠다면 20화가 아니라 16화 정도가 되었을 것 같다.


북한 미화

 원작자의 진보적 행적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좌파는 종북."이라는 진부한 프레임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대부분의 작가는 진보적 성향일 수밖에 없다. 애초에 감수성과 공감을 아우르는 문학적 시각은 '우리가 놓쳤던 것들', '외면했던 것들',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눈여겨보고 발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모기는 우리의 '주적'이지만 모기의 삶을 의인화한 감동 스토리를 "모기를 양성하자."라고 곡해해선 안된다.


CG와 액션

 양동근이 등장하는 후반부 '강당 전투씬'에서 불만이 극에 달했다. "고등학생인 두 주인공의 첫 번째 전투는 엉성할 수밖에 없다."라는 의견과 "객관적으로 액션 자체가 엉성하다."라는 의견의 대립. 개인적으로 후자에 무게를 둔다. 와이어의 중력 법칙에 충실했던 희수의 낙하 장면과 누가 봐도 CG인 봉석의 창문 깨는 장면 등이 그랬다. 후반부 북한 주석궁에서 벌어진 총격전은 "주인공은 절대 맞지 않는다."는 할리우드 법칙을 남용했다. 반면 학교폭력과 조폭의 아날로그 액션에는 호평이 많았는데, 누아르에 강하고 SF에 약한 K드라마의 현실이 대비되는 것 같았다.


캐릭터 비판

 차태현이 연기한 전계도는 원작에 없던 캐릭터다. 무빙은 등장인물의 과거 서사가 핵심인데 전계도의 스토리가 초반부에 배치되었다. 원작비교가 해묵은 논란이라지만 솔직히 전계도의 스토리는 흥미롭지 않았다. 토르를 연상케 하는 후반부 전계도의 연출이 유치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봉석의 캐릭터가 순수함을 넘어서 '모자람'이라는 평도 있었다. 고3이 버스에서 번개맨 노래를 부르는 감각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플랫폼 지적

 무빙 댓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말 중 하나가 "디즈니가 아니고 넷플릭스였으면 오징어 게임만큼 인기가 있었을 거야!"라는 의견이다. 디즈니가 K드라마를 견제해서 홍보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적지 않다. 동의하기 어려운 발상이지만 한국인으로서는 고개를 끄덕일 법한 주장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강남스타일이나 오징어게임만큼의 파급력은 의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는 생각이다. 디즈니가 K드라마를 견제한다는 말은 불확실한 구석이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중국 드라마가 대박을 친다면 그것을 홍보하고 관리하는 '일부 한국인'은 소극적일 여지가 있다. 자본주의 관점에서 바보 같은 행위지만 인간 개개인은 자유롭게 작동하는 법이다. 하지만 K드라마를 철저히 배척한다는 관점은 그들이 '투자'라는 모험을 강행한 시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의견들이 있었구나~"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무빙>의 장점은 이보다 10배는 많다. 인기작에 들러붙는 잡음은 성공의 증거다. 나 역시 지인들에게 망설임 없이 추천했다. <무빙>을 진지하게 '망작'이라 평하는 방구석 전문가 대부분은 '악플러'가 맞지만, 소수의 목소리로써 존중받아야 할 부분도 있다. 악플러도 문제지만 과도한 팬심도 정상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하늘을 나는 연습을 하다가 엄마(한효주)에게 걸린 봉석이 복받쳐 우는 장면에서 어색한 느낌이 있었는데, 악플러로 몰릴까 봐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작품이 없으면 의견도 없다. 작품은 인간의 다양성을 표면 위로 끌어올려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주는데, 무조건 배척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끝으로 '소수의 목소리'를 방구석 전문가로 폄하한 이유는 그들의 공격성에 있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의견으로써 존중하겠지만 그들을 존중하기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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