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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Dec 17. 2023

쾌락과 고통의 항상성

- 도파민네이션

도파민이 왜?

 도파민은 성취, 쾌락의 감정을 느끼게 하여 의욕과 흥미를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멈추지 않는 프링글스 섭취 열정. 드라마를 10시간 보게 하는 끈기. 야동을 찾기 위한 초집중. 모두 도파민의 영향이다. 도파민은 삶의 원동력이다. 인류는 도파민이 없었다면 멸종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뭐가 문제일까?


 딸기를 먹은 쾌락 경험은 10Km 떨어진 딸기나무를 갈망한다. 딸기를 향한 여정에는 고통이 수반된다. 목적지에 도착해 베어문 딸기는 쾌락을 쥐어준다. 육식의 쾌락 경험은 사냥의 동기부여가 된다. 인류는 사냥도구를 발전시켰고 사육에 눈을 떴다. 그 또한 고통이 수반되었다. 우리는 쾌락 보상을 얻는 데에 필요한 고통을 꾸준히 감소시켜 왔다. 운송수단의 발달로 10Km는 1Km가 되었다. 슈퍼마켓이 등장하며 100m, 배달 서비스는 0m를 달성했다. 고통은 감소하고 쾌락은 늘었다. 그런데 수많은 우울과 불안을 낳았다. 쾌락을 추구했지만 불행해진 것이다. 현대사회는 '쾌락=행복' 공식을 철저하게 부숴버렸고, 그 중심에 도파민이 있었다.



쾌락-고통 항상성

 이해를 돕기 위해 <도파민네이션>에 소개된 개념을 가져왔다. 인간 신체의 생리적 과정은 자기 조절 시스템(항상성)에 의해 이루어진다. 색지각 실험을 체험하면 이해하기 쉽다. 하얀 바탕에 초록색 이미지를 30초 이상 보고 난 후 하얀 종이로 시선을 돌리면 뇌가 어떻게 빨간 잔상을 만드는지 알게 된다. PC의 그림판을 이용해도 좋다. 초록색을 '최소 30초 이상' 봐야 하며 하얀 종이로 시선을 돌릴 때 눈을 0.5초 정도 깜빡여주면 도움이 된다.

하얀 바탕에 초록색만 있어야 한다.


일상에서 하얀 바탕 속 초록색을 30초 이상 볼일은 없다. 고의적인 개입이다. 항상성은 일종의 생존 시스템이다. 초록에 중독된 시신경을 재빨리 원상복귀 시키기 위해서 빨간 잔상을 만든 것이다. 쾌락-고통 역시 항상성을 지닌다. 초록 중독이 빨간 잔상을 만들어 냈듯, 쾌락 중독은 고통 잔상을 만든다. 항상성은 우리의 쾌락 빈도를 고의적인 개입으로 받아들였다. 현대사회의 쾌락은 초록색을 30초 이상 주시하는 것만큼 비정상적이라는 의미다.

쾌락이 사라지면 고통의 잔상이 남는다.

쾌락 쪽으로 기울어진 저울은 반작용으로 수평을 이루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쾌락을 얻은 만큼의 무게가 반대쪽으로 실려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색지각 실험에서 빨간 잔상을 만든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질 때 우리는 또다시 초콜릿을 먹기 때문이다. 초콜릿이 떨어지면 숏폼을 보다가 SNS를 한다. 이러한 불균형을 오랫동안 유지하면 저울이 고장 난다. 초콜릿 1개가 필요했던 쾌락은 2개를 요구한다. 하나 더 먹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3개로 늘어난다. 우리가 치러야 할 고통의 대가가 300% 증가했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신경적응'이라 말한다. 쉽게 말해 내성이 생긴다.


문제는 고장 난 시스템이 다른 곳에 적용될 때다. 초콜릿을 10개 먹어야 쾌락을 느낄 레벨이 되면 들꽃과 노을 따위에 쾌락을 느끼지 못한다. 작은 성공에 기뻐하지 못한다. 화사했던 것들이 회색으로 보인다.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기가 아득하다. 문제가 보이는가? 그것들은 초콜릿처럼 복제할 수 없다. 노을 1개, 노을 2개, 노을 3개, 이런 건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증상이 우울증과 닮았다는 점이다.



도파민 디톡스 챌린지

 도파민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다. 2024년 트렌드 예측 키워드에 '도파밍'이 있을 정도다. 도파밍은 도파민+파밍의 합성어다. 파밍은 게임에서 아이템을 얻어나가는 행위를 일컫는 단어다. 도파민을 얻으려는 몸부림을 풍자한듯하다.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누구나 해당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SNS, 숏폼, 야동, 로맨스소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수만 가지 쾌락 속에 살아간다. 동시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데 도파민이 주범으로 언급되고 있다.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불안과 우울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만 년 동안 결핍 속에 살아왔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과하게 풍족하다. 집을 나서지 않고도 수많은 쾌락을 누린다. 몇 번의 핸드폰 터치로 오만가지 음식을 주문한다. 배달이 오기 전까지 숏폼으로 쾌락을 달랜다. 먹고 나면 게임을 하거나 야동과 로맨스소설을 즐긴다. 술과 담배는 옵션이다. 천 년 전에 오늘날의 쾌락을 누리려면 칭기즈칸의 왼팔정도는 되어야 했다. 우리의 DNA는 이러한 쾌락을 경험해 본 역사가 없다. 인류의 급격한 쾌락 공급은 항상성에게 적응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고장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톰 피누케인 박사의 명언이 떠오른다.


"인간은 열대우림의 선인장입니다."


 도파민 디톡스 챌린지의 본질은 항상성의 회복이다. <도파민네이션>의 저자는 40일을 추천하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간은 아니다. 도파민도 일종의 중독이므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번 망가진 저울은 회복이 되더라도 일순간에 무너지기 쉽다. 유튜브에 올라온 도파민 디톡스 챌린지 후기는 공통된 말을 한다.


"노을을 보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몰랐어요."

"사소한 감동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고통에서 쾌락으로

 항상성은 반대로도 작동한다. 오히려 이쪽이 체감하기 쉽다. 매운 음식, 탄산의 톡 쏘는 통증, 운동 후 느끼는 상쾌함, 앓던 이의 발치, 두통과 복통의 해방 등 모두 고통 후 찾아오는 쾌락이다. 고통이 불러온 쾌락은 항상성을 이해하기 위한 훌륭한 사례다.


 그 밖에도 많은 사례가 있다. 금욕적인 삶도 항상성 원리다. 결핍에 순응하면 평상시 저울은 쾌락으로 기운다. 간헐적 단식도 비슷한 원리다. 고통에 덜 취약해지고 쾌락을 더 잘 느낀다. 쾌락중독과 반대되는 현상이다. 흥미로운 실험도 있었다. 적정온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된 벌레는 25%나 오래 살았다. 방사선에 소량 노출된 사람은 수명이 좀 더 길었고 암 발병률이 낮았다.


 위와 같은 이론을 다루는 분야가 호르메시스다.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과학의 한 분야다. 논란이란 적절한 고통의 경계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적정온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된 벌레가 25% 더 오래 살았지만, 그보다 높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된 벌레의 생존율은 4분의 1이었다. 방사선 과다노출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람에게 적용하기엔 윤리적 문제가 있다.


 대안은 운동이다. 운동을 고통-쾌락 항상성으로 해석하면 과거의 현인들이 왜 그렇게 운동을 중요시했는지 의문이 풀린다. 운동은 몰입을 유도하고 몰입은 행복의 호르몬 세로토닌을 발생시킨다. 이 정도면 무적이다. 인생 문제의 90%는 운동으로 해결된다는 말도 있다. 운동에 금욕적인 삶을 가미하면 어떤 인간이 되는 것일까? 궁금증은 풀리지 않을 것이다. 금욕적인 몸짱 종교인은 희귀할뿐더러 그들도 초콜릿 먹고 SNS를 한다.



찬물샤워

 사람들은 윤리적 논란을 야기하지 않는 고통-쾌락 요법 중 하나로 '찬물샤워'를 떠올렸다. 프라하의 카렐대학교 과학자들은 성인남성 10명이 한 시간 동안 섭씨 14도 찬물에 잠겨있는 실험을 했다. 실험결과 혈장의 도파민농도가 250% 증가했고 노르에피네프린은 530% 증가했다. 수치는 일정 부분 감소했으나 찬물에서 나온 후 1시간 이상 유지되었다. 북유럽과 러시아의 얼음물 입수는 괴짜의 취미가 아니었다! 그들만의 생존법이자 행복의 단서였다.


"그럼 찬물 샤워만 하면 해피앤딩?"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쾌락을 끌어내는 찬물의 고통은 '몸이 떨릴 정도'여야 한다. 어설프게 시원한 물은 그 자체로 쾌락이며 중독이다. 한여름 달궈진 수도관을 타고 온 찬물은 초콜릿과 같다. 가벼운 산책도 고통보단 쾌락에 가깝다. 쾌락을 유발하는 고통은 위험한 도전이다. 자칫하면 운동중독이나 과훈련증후군을 야기한다. 고통중독은 쾌락중독과 다르지 않다. 갈수록 더 많은 고통이 필요하다. 쾌락을 위해서 고문을 감수한다? 이쯤 되면 도파민 중독이 낫다. 자신이 극심한 운동중독이거나 신체를 혹사시키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도파민 디톡스가 아니라 고통 디톡스를 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항상성의 이해가 우선이다. 도파민 디톡스 챌린지와 운동을 병행하면 빠르게 변화를 느낄 것이다. 감수할 수 있다면 찬물샤워도 좋다. 최소 1분에서 4분은 버텨야 한다. 결과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찬물샤워 효과가 좋았다. 심리적 효과(플라세보)도 있었을 것이다. 삶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안 하는 게 낫다. 너무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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