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칠한 금융이야기
<까칠한 금융이야기>도 금융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금융감독원이 2015년부터 운영 중인 1사 1교 금융교육이라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전국의 초중고에 금융회사의 직원이 방문하여 교육을 하는 시스템이다. 전국 약 7600개 학교가 참여 중이다. 얼핏 보면 문제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금융회사'라는 점이 문제다. 한국인은 금융회사보다 '금융기관'이라는 표현에 익숙하다. 따져보면 금융기관은 많지 않다. 그들 대부분은 기관이 아니라 회사다.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은 이유도 금융교육이 부실해서다. 어쨌든 교육을 담당하는 인력이 회사 소속이다 보니 내용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금융지식의 핵심은 금융회사의 수익구조, 즉 고객의 돈을 어떻게 갈취하고 있느냐다. 회사에서 양심 있게 교육할지 의문이다. 역사적 편견이 있는 교사에게 국사 과목을 배정한 것과 같다.
현업 종사자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는다. 금융을 공부하라는 말의 핵심은 그들의 치부를 공부하라는 의미다. 금융회사의 교육만 듣거나 현업 종사자의 설명에만 귀를 기울이면 핵심을 놓칠 수밖에 없다. 금융 공부는 능동적으로 해야 한다.
보험침투율(Insurance penetration)은 세계적 재보험사인 '스위스 리'에서 매년 발표하는 숫자로 한 국가의 GDP대비 보험료를 의미한다. 한국은 2017년 기준 11.57%로 세계 5위라고 한다. 1~4위를 북유럽이나 미국을 떠올린 사람이 많겠지만, 1위 대만, 2위 케이만군도, 3위 홍콩, 4위 남아공 순이었다. 11.57%는 국방비의 4배가 넘는 수치이며 사회복지비용보다도 높다. 더 놀라운 사실은 공적보험을 제외한 민간보험의 수치라는 점이다.
금융교육의 부재가 보험공화국을 만들었다. 보험설계사가 40만 명인 구조에 의문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흥미로운 자료도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50.4조 원에 암보험 실손보험 등 사적 보험 37조 원을 꾸준히 합했더라면 무상의료에 가까웠을 거라는 가정이다. 현실성 없는 이야기지만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보험으로 지출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원금보장을 바라보는 금융초보는 두 가지 오해를 한다. 첫째는 손해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다행히 최근의 물가상승을 통해서 화폐가치 개념이 대중화되었다. 오늘의 5만 원이 10년 후의 5만 원과 같지 않다는 인식이 정착되고 있다. 금융 초보라도 보험에서 말하는 수십 년 후의 원금보장이 갖는 의미는 알아야 한다.
둘째는 금융회사가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시각이다. 투자를 했는데 손실이 없다고? 따지고 보면 단순한 원리다. 10%만 투자하고 90%는 국채로 채운다고 가정하면, 10%를 몽땅 날려도 몇 년이면 복구된다. '몇 년'은 고객과 약속한 만기보다 짧은 기간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공짜 도박 자금인 셈이다. 개인의 주식투자로 치환하면 이해하기 쉽다. 1000만 원 중 100만 원만 주식에 투자하고 900만 원은 예금을 넣으면 된다. 100만 원이 휴지조각이 되어도 900만 원이 1000만 원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 원금보장이다.
소비자가 인식하는 이자는 월간 기준인 반면 은행이 말하는 금리는 연간 기준이다. 이것은 기초적인 마케팅 기법이다. 내야 할 이자는 적게 보이고 받아야 할 이자는 많아 보이는 편이 금융회사에게 좋기 때문이다. 연금보험의 '연금'도 마찬가지다. 연금은 매달 받는 금액이 아니다. 연금이 360만 원이면 매달 30만 원을 받는다.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서 국민연금에서는 '연금월액'이라는 표현을 도입했지만 금융 초보에게는 낯선 단어다.
금융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연금'을 '월금'으로 알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며 자신의 연금을 월금으로 착각했다는 사례도 많다. '한 달 연봉'은 말 같지도 않은 우스갯소리로 치부하며 '한 달 연금'에는 무감각한 사람이 많다. 금융 공부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