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CTFULNESS
정답을 맞힌 사람은 평균 7%였다. 설문에 응한 사람은 각계각층에 종사하는 전문가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했다. 결코 문맹이거나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책에서는 침팬지를 등장시킨다. 녀석들의 정답률은 언제나 33%였다. FACTFULNESS. 사실충실성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모르는 질문이라면 인간도 7%가 아닌 33%였어야 한다. 모르는 것과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다르다.
정답은 C다. 가장 높은 정답률이 25%인데, 이마저도 저자(스웨덴 출신)가 TV에서 자주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침팬지보다 낮다. 책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질문을 '사실문제'라고 표현한다. 질문의 정답이 비공개이거나 선행 지식을 요구하는 정보가 아니어서다. UN을 비롯한 많은 기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통계다.
잘못된 사실을 믿는 원인으로 10가지를 꼽는다.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 '간극 본능'을 예로 들어 보자. 인간은 어떠한 현상에 관해 둘로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그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길 바라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그렇다. 선진국의 조건을 GDP로 정한다면 그룹은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간극이라는 게 있을까? 선진국 최하위와 개발도상국 최상위 사이에 크나큰 벽이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은 4%다. "K-한국!"의 경쟁력이 빛나려면 비교군으로 극빈국을 가져와야 한다. 우리나라 언론이 빈곤 포르노를 해석하는 행태만 보아도 얼마나 무지하고 편향됐는지 알 수 있다. 책에서 다루는 '사실문제'의 정답 비율을 살펴보면 그 나라의 언론과 대중의 관심사가 보인다. 한국이 압도적으로 1위를 한 질문이 있다.
정답은 C. 한국이 정답률 45%로 1위. 일본이 36%로 2위.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8%로 최하위다. 이 조사에는 작가의 특별 언급이 있었다. "이 문제는 한국과 일본이 침팬지를 이겼다. 아직 그 이유는 찾지 못했다. 두 나라의 편향된 연령 구조 때문일 수도 있고, 출산율 하락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거론됐기 때문일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첫 번째 질문에 4% 정답률이던 한국이 45%, 첫 번째 질문에서 25%로 1위를 했던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정답률이 8%다. 사실충실성은 교육과 경제 수준 그리고 지역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가 엉망인 셈이다.
사실충실성은 사실을 말한다. 어떻게 활용할지는 각자의 숙제다. 책에서는 아프리카의 성장을 강조한다. 아프리카의 대다수 국가는 지난 20년 동안 극빈층을 탈출했지만 사람들은 관심이 없거나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않는다. 알지만 인정하지 않는 부류도 있다. "아프리카는 어차피 안돼."라며 운명 본능을 주장한 이는 세계 10대 은행의 고위층이었다. 금융업계 종사자의 냉철한 판단력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그만큼 우리의 사실충실성이 오염됐다는 것 아닐까? 사실충실성은 아프리카가 안된다는 '예상'을 제공하지 않는다. 완료된 팩트의 통계다. 현대인들이 한번 즈음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오늘자 포털 메인 뉴스도 부지런히 사실충실성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