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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Feb 27. 2024

PC 논란과 반사 이득

- 스텔라 블레이드

화제의 양면성

 스텔라 블레이드는 4월 26일 플레이 스테이션(PS5) 독점 발매를 앞두고 있는 국산 '콘솔' 게임이다. 우리나라를 게임 강국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반만 맞는 말이다. PC방 종주국으로 불리며 E-스포츠를 휩쓸고 있지만 게임 개발은 정반대다. 온라인 게임과 핸드폰 게임은 사행성에 잠식된 지 오래이며 그마저도 중국에 따라 잡혔다. 특히 게임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콘솔 게임 분야는 매우 취약하다.


"한국은 랜덤 박스나 만들 줄 알지 기술력이 없어."

"우리도 이제 콘솔 게임 많이 하는데 국산이 이렇게 없어?"

"우리나라 개발사도 제대로 된 게임 좀 만들자!"


 크고 작은 시도가 있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하던 중 작년에 <P의 거짓>이라는 국산 콘솔 게임이 작은 결과를 냈다. 한국 게이머의 오래된 염원은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스텔라 블레이드>다. 국내 게이머들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해외에서 PC논란이 터졌다. 각자 다른 이유로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이다.


P의 거짓 (좌), 스텔라 블레이드(우)



PC가 뭐길래

 국내에 알려진 PC(Political Correctness - 정치적 올바름) 논란의 대표는 인어공주 에리얼이 흑인으로 캐스팅된 일이다. 게임 업계에서는 <라스트 오브 어스 2>가 유명하다. 개발사는 후속 편을 기대한 팬들을 'PC 사상 주입'으로 배반했다. "공부하라고요!"라는 작가의 인터뷰는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작가 핼리 그로스


다수의 해외 매체는 스텔라 블레이드에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싸우는 설정과 영상 속 이브의 화려한 복장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다. 이와 함께 복장의 선정성을 지적하며 최신 콘솔 게임 개발 트렌드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매체 뉘메라마의 막심 클로델은 "스텔라 블레이드는 성차별적이고 개발자는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라며 "퀄리티는 의심할 여지없이 뛰어나 보이지만 이 게임에서 판타지의 산물 이외의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 게임인사이트

<스텔라 블레이드, '선정성-현실성' 논란의 쟁점> - (기사 링크)


스텔라 블레이드


 PC에 예민할 만큼 예민해진 게이머는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 일단 스텔라 블레이드는 성인 게임이다. 선정성은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북미 드라마에 비하면 아주아주 양반이다. 이번 논란은 중립에서 보아도 무리가 있다. 차라리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합리적이다.



반사 이득

 글을 쓰면서도 내가 노이즈 마케팅에 이용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떠나지 않는다. 최근 여론을 보면 어지간한 차별이 아니고야 지지받기 어려울 게 뻔했다. 굳이 유명하지도 않은 한국의 콘솔 게임을 콕 찍어 지적한다? 어쨌든 게임사는 호재가 아닐까 싶다. 반 PC 세력은 응원의 일종으로 사전 예약에 뛰어들고 있다. 평점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규모가 큰 채널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이니셜.



우려되는 점

 게임보다 PC 대결이 주목받을 우려가 있다. 완성도가 수준 미달이면 민망한 형국이다. 안 그래도 한국 게임은 '페이 투 윈'이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Pay to Win은 돈 많은 사람이 이긴다는 게임용어다. 게다가 K-콘텐츠의 유명세는 해외에 선입견을 주었다. 한국은 미의 기준이 비정상적이며 외모주상주의가 만연하다는 인식이다. 스텔라 블레이드가 최악의 성적을 낸다면, 한국 게임이라서 PC에 참패했다고 보일 수 있다.




 나는 흑인 인어공주는 반대지만 흑인이 싫지는 않다. 동성애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지만 동성애를 혐오하진 않는다. 하지만 PC 주의는 양극화를 부채질하며 극단 주의를 양산하고 있다. 얼마 전 환경 단체가 도로를 점령한 사건이 화제였다.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는 방해시위도 유명했다. 여론의 불편함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일부는 급진적 페미니즘의 대항마로 여성혐오를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들은 취약계층을 게으른 거지라 말하며 채식주의를 조롱한다. 타인에게서 PC의 흔적을 찾으려 한다. PC 주의 '낙인'은 선한 영향력을 위축시킨다. 지금 '선한 영향력'이라고 썼는데 이게 요즘 PC를 색출하는 필터 같은 단어 중 하나다. 낙인이 두려운 사람은 기후변화, LGBTQ, 인권, 인류애 등을 언급하길 꺼린다. 더 무관심해지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옳다. 하지만 방법은 글쎄.


 최근 여론이 심상치 않다. 반사 이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문화 예술 계통이 아무리 진보적이라 하더라도 자본을 거스를 수는 없다. 수요가 증가하면 반 PC 콘텐츠가 공급될 것이다. 반 PC 세력도 올바름이 뭔지는 안다. 단지 강경한 PC 주의를 응징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자라는 세대는 올바름 자체를 혼동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도 낙인이 찍히는 세상 말이다. 선은 지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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