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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Mar 19. 2024

아이돌 라이브로 비교해 본 사회 신뢰도

- 후보정

일관성 상실

 아이돌 무대 영상 댓글에는 라이브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라이브다. 립싱크다. 후보정이다. 과거에는 립싱크를 구별하기 쉬웠습니다. 입모양과 오디오에 집중하면 누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립싱크는 CD를 틀지 않습니다. 숨소리를 넣고 정밀하게 편집된 '특수 음원'을 사용합니다. 게다가 노래를 전혀 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에 후보정이 더해지면 음정은 물론 음이탈까지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일관성이 유지될 수 없는 환경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법부 신뢰도는 굉장히 낮습니다. 일관성 없는 판결은 악당을 특정하기 어렵게 하여 국민들은 어디를 비판해야 할지 헤맵니다. 립싱크를 라이브로 믿고 라이브를 립싱크로 오해하는 현상과 닮았습니다. 기획사가 클수록 특수 음원의 완성도가 높고, 소속 가수의 후보정을 이쁘게 해 줄 방송국 인맥도 많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말하는 것은 비약일까요?


아이돌 크레용팝 출신 유튜버 웨이



무관심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라이브 논란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속습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를 비롯해 일반인이 출연하는 음악 프로는 후보정 범벅입니다. 관심이 없으니까 당한다는 인식도 없습니다. 공정성이 훼손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어쩜 일반인이 저렇게 노래를 잘할까?"라며 즐거워합니다.


 정치 시사에 관한 무관심은 잘못된 판단을 초래합니다. 관심을 쏟았다면 자신이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무관심에서 비롯된 피해는 당하고도 인지하지 못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의 무관심이 가져온 오판을 다수가 감당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완성된 사회는 신뢰도가 낮습니다.


경연 프로는 공정성 문제가 있어서 이슈화되기 쉽다. 후보정이 정말 심각한 분야는 음악 예능 프로다. 



정직하면 손해

 라이브와 립싱크를 구별할 수 없게 되자 라이브 기피현상이 만연해집니다.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간혹 라이브를 도전하는 팀이 있는데 못하면 손해고 잘해봐야 본전입니다. 단 한 번의 실수는 경쟁 팬덤의 먹이가 되며 자칫 낙인이 찍힐 수도 있습니다. 라이브가 정의이며 립싱크는 부도덕하다는 견해는 지양해야겠지만 아이돌과 팬이 속고 속이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대학 때 역사 레포트가 떠오릅니다. 나름 정직하게 해 본다며 자력으로 작성하여 C를 받았습니다. 레포트를 돈 주고 구매한 동기는 A를 받았고, 짜집기를 했던 친구는 B를 받았습니다. 선택과 책임은 각자의 가치관에 맡긴다지만 정상적 행위가 리스크로 인식되는 사회는 건강할 수가 없습니다.



눈높이

 아이돌이 라이브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는 대중의 눈높이 상승입니다. 오디션 프로를 떠올려 봅시다. 역경을 딛고 올라선 참가자의 스토리 영상이 나옵니다. 시청자의 감성이 고조되면 전주가 흐릅니다. 이때 참가자가 실수를 하면 흥이 깨지는 겁니다. 감동 스토리를 극대화하려면 후보정을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청률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PD시각에서 보면 프로그램의 완성도 문제도 있을 겁니다.


큰 논란이 되었던 사건. 재도약을 꿈꾸는 감동 스토리 연출로 평가받고 있다.


 오디션 프로의 흥행은 대중의 눈높이를 올려놓았습니다. 후보정이 들어간 일반인 참가자의 라이브는 중견 가수에 버금갑니다. 가수들은 "가수가 일반인보다 못 부른다."는 핀잔을 듣기 쉬워졌습니다. 눈높이를 낮추어야 합니다. 라이브는 깔끔하지 않은 것이 정상입니다.


 SNS가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SNS 풍토에 적응하면 별 볼 일 없는 식사, 평범한 옷차림, 후보정 없는 사진 등을 업로드하고 싶지 않게 됩니다. 오디션 프로의 PD가 되어서 자신을 연출하다 보면 마음의 병을 얻습니다. 하지만 멈출 수도 없습니다. SNS 세대이며 오디션 프로를 보고 자란 20살 전후 아이돌도 비슷한 불안을 갖고 있을 겁니다. 완벽한 라이브가 아니라면 공개를 꺼리는 게 당연합니다. 이 부분만큼은 아이돌을 탓할 수 없습니다.



요약

 아이돌 라이브 문제는 사회 문제의 축소판입니다. 찬반이 대립하며 끝없이 다툽니다. 저도 이유 있는 립싱크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규제는 있어야 합니다. 규칙이 없으면 신뢰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무의미한 소모전에 낭비되는 자원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돌려야 합니다.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까요? 국회의원이 자신의 월급을 깎는 법안을 발의하기 어려운 것처럼 KPOP 업계가 자발적으로 움직이긴 힘듭니다. 팬들이 요구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습니다.


 사회 문제도 국민들이 요구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습니다. 국민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도덕적 선택을 지지한다면 눈높이가 회복되고 일관성을 찾을 겁니다. 국민 수준 국민성 운운하는 부류가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도덕은 본능입니다. 관심만 가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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