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에 시보니(Olivier Sibony)외 2인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6월 호에 실린 다니엘 카네만, 댄 로발로, 올리베에 시보니의 글 ‘Before You Make That Big Decision’을 번역한 전문을 요약한 글임을 밝힙니다.
<출처> [HBR 코리아] 의사결정 전 선입견 체크리스트 12 http://www.hbrkorea.com/ma/1_1/1/174
경영자들은 의사결정 상황에서 개인의 편향성이 작용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인지적 편향을 의식한다고 해서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스스로의 결정 오류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기업은 하나의 조직이기 때문에 편향성을 줄이거나 제거할 방법이 충분히 존재한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직관을 통제하기는 힘들지만 다른 사람의 직관적 오류를 이성적 사고를 통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이미 윤색된 제안서의 ‘내용’보다는 직관적 오류가 침투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경영진이 의사결정 사항에서 객관적인 진단을 하도록 돕는 12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진 체크리스트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제안서를 제출한 팀의 인식적 편향성을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다. 전체 질문은 의사결정자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제안서를 제출한 팀에게 묻는 질문, 그리고 제안서를 평가하기 위한 질문 등 3개의 그룹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의사결정권자를 위한 질문]
1.제안서를 제출한 팀이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휘둘렸을 가능성은 없는지
어떤 특정 의도를 가지고 거짓된 제안서를 작성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기만이나 합리화의 오류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자신들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에 대한 선호가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결정권자들은 오류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긍정적 결과뿐만 아니라 부정적 결과를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결과를 통해 특정 조직이나 인물이 이익을 많이 보는 경우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다른 대안이 없는지 고려해 봐야 한다.
2. 제안서를 만든 사람들이 해당 내용을 얼마나 지지하는지
인간은 감정적 반응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부분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제안서를 작성한 사람들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제안내용을 지지한다면 의사결정과정에서 영향을 끼쳤을지 모르는 모든 형태의 선입견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3. 팀내 다른 의견은 없었는지
어느 집단이나 그들의 주장을 외부에 제시할 때 내재된 갈등을 감추고 단합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특히 상사의 지나치게 강한 주장에 의해 이뤄진 의견통합은 타당한 의견을 묵살하고 비생산적인 의사결정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진은 반대 의견이 개진되고 논의될 수 있는 토론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팀원 각자와 비공개적 만남을 통해 반대의견에 대해서도 귀를 기우릴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권자가 제안서를 만든 팀에게 해야 할 질문]
4. 과거의 사례를 너무 많이 참고하지는 않았는지
대부분의 제안자들이 과거의 성공 사례를 참조한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결과에 대해 확신시키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소수의 사례만 근거로 삼은 제안은 객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의사결정권자는 더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도록 하거나 두 사례의 비교분석을 통해 설득의 객관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5. 대안을 충분히 마련했는지
바람직한 의사결정 과정을 위해서는 개관적 시각에서 다른 대안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이나 집단은 문제 해결과정에서 하나의 그럴듯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선택하여 오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제안한 내용에 대해 최소 2개 이상의 대안을 제출하고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가설이 맞을 수 있는 자료뿐만 아니라 틀렸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찾았는지 ‘위험 요인 및 완화 조치’ 항목을 세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6. 현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모두 수집했는지
경영진은 제안서를 검토할 때 제안서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 무엇인지를 고려하며 살펴야 한다. 대부분 제안서 작성자들은 자신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나열하고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사이사이의 간극을 무시하기 일쑤다. 이럴 경우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모두 갖춰져 있는지를 체크할 수 있는 별도의 리스트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7. 사용한 데이터는 모두 정확한 것인지
제안서에서 사용한 수치들의 출처를 면면히 검토해 보면 ‘정박의 오류(anchoring bias)’의 유무를 밝혀낼 수 있다. 사업결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3가지 정박의 오류는 추측에 의한 추정치를 신뢰하는 경우, 과거 수치를 바탕으로 미래 추세를 예측하는 경우, 자신이 희망하는 수치를 의도적으로 고수하는 경우 등이다. 이런 오류를 발견했다면 제안서 작성팀에게 새로운 시각을 기준으로 추정치를 재검토하려고 요청해야 한다.
8. 성공 사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았는지
업계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받는 기업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그들의 성공적인 결과만을 강조하고 성공에 대한 구체적 분석에 대해 소홀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법은 성공 사례와의 비교가 얼마나 적절한지 평가하고 성공적이지 못한 다른 사례들도 함께 찾아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9. 관행에 얽매여 있지 않는지
기업이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은 배우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나 현재의 관행에 얽매이거나, 과거 투자비용의 손실이 두려워 새로운 선택의 상황에서 과감한 결정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손실기피성향을 극복하고 이성적으로 앞으로의 득과 실을 재검토함으로써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안서 평가를 위한 질문]
10. 미래를 너무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있지 않은지
대부분의 제안서에서 예상치는 낙관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성공한 전력이 많은 기업일수록 실제 결과가 초래할 현실보다 과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또한 내부적 시각 혹은 외부적 시각에 편향된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매몰될 수 있다. 그리고 경쟁업체가 우리가 내린 결정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지 못할 수 있다. 이렇듯 예측은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제안서를 작성하는 팀원들이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갖도록 주문하고 경쟁업체와 가상의 경쟁 시나리오 작성을 통해 경쟁업체의 반응을 예상해 보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11. 최악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전망했는지
기업의 전략팀은 중요한 결정을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최소한 최고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를 예측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심리학자 개리 클라인이 제안한 사전문제 평가(pre-mortem)가 유용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만든 시나리오는 심각한 위험을 완화하거나 제안서 내용을 재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12. 너무 보수적이거나 조심스럽게 만들지 않았는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신중한 태도 또한 문제가 있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소극적 태도는 반복적인 성과 하락의 원인이 된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럴 경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완화시켜주거나 좀 더 신뢰감이 가는 방식으로 책임분담 의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독립적 하위 조직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 중 하나다.
이렇게 제시된 12가지 체크리스트를 필요한 부분만 분리해서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마치 수술실에서 모든 감염의 원인을 차단하기 위한 엄격한 체크리스트의 이행을 강조하듯이 이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안서 판단에 대한 편향성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사용되는 시간과 비용을 우려하기보다는 의사결정의 질이 향상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경영자라도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직관력이 뛰어난 경영자가 되기보다는 기강이 제대로 잡힌 의사결정과정을 수립하고 유지하는 경영자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활발한 토론 문화를 가진 기업문화를 장려함으로써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게 근무하는 가운데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이끌어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