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만드는 불꽃

by 크리AI티브

지난 12월 5일 금요일, 리허설 날이었다. AI Spark는 12월 13일 토요일 행사지만, 우리가 사용하고자 하는 공공 강연장이 12일 금요일에 이미 대관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 5명과 함께 공간을 둘러보고 음향을 점검했다. 참가 예상 인원 80명에 맞게 좌석과 책상을 배치하며, 줌 방송은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논의했다. 여러 의견을 나누며 가장 좋은 결론을 찾아냈다.

문득 생각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왜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이들에게 단돈 한 푼 지불할 능력이 없는데. 1년 전 권고사직 후 세상에 혼자 내버려진 것 같았고, 심지어 가족들까지 나를 한심스러워하고 답답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들과 연대감을 느끼고 있었다. 함께 함으로써 이 큰 행사를 치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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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리허설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가장 마지막 순간에 문제가 터졌다. TV 한 대가 미러캐스트 신호를 받지 못했다. 강연장이 넓었기 때문에 미러캐스트와 같은 무선 송수신 방식이 여러모로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았는데 말이다. 몇 시간을 보내며 몸과 정신은 점점 지쳐갔지만, 현장에서는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서야 갑자기 깨달았다. 10m짜리 유선 HDMI 케이블 하나만 구입하면 되는 일이었다. 단발성 행사에 굳이 문제를 어렵게 해결할 필요는 없는 거다. 가격은 단돈 9천 원.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반면에 내 강연 제목을 '쉬워지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크리에이터'로 정한 이유는 정반대였다. 스스로에게 어려운 목표를 설정해 내가 빠르게 성장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 주제를 정하기 전까지 AI 공정 자동화 부분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Vibe Coding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컨퍼런스 행사를 1.5주 정도 짧은 시간 앞두고 많은 공부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지금 당장 필요한 내 개인 회사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는 시도를 강연에도 담아보면 어떨까. 배움이 훨씬 빨라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내가 AI를 공부하기 위해 AI 초보 시절부터 유튜브를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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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해냈다. HTML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내가 Claude와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멋진 홈페이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깨달았다. AI는 전문가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가 아니어도 뭔가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도구구나. 어쩌면 AI 시대에 필요한 건 모든 걸 아는 능력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고하고 질문하면서 AI와 함께 답을 찾아내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이런 작은 깨달음들이 쌓이면서 점점 더 분명해진 게 있다. 나는 지나치게 작은 디테일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신은 디테일 안에 있지만, 제대로 된 구조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왜 하는가,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그 구조만 선명하다면 디테일은 AI와 함께 채워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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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Spark for 2026은 거대한 자본으로 만들어진 행사가 아니다. 이 컨퍼런스는 AI 생태계에서 자신을 알리고 싶은 강연자들과, 배우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시간을 내어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은 실험이다. 강연자들도 자원봉사자들도 스태프들도 각자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이 행사를 함께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집단지성의 힘으로 작은 동네 모임이었던 세미나가 80명이 모이는 거대한 컨퍼런스로 성장하고 말았다.

나는 종종 한 번쯤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AI 시대에 이르러서야 나는 그 꿈을 다시 실현할 기회를 갖게 된 것 같다. AI를 공부한 지 1년 6개월 만에 이렇게 많은 강연자, 자원봉사자, 그리고 많은 참관객이 함께 하는 큰 컨퍼런스를 주최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AI Spark for 2026이 나처럼 AI로 새로운 희망을 찾는 이들을 위한 불꽃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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