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시작이 불꽃이 되기까지

by 크리AI티브

산책에서 시작된 질문

모든 일에는 시작점이 있다. AI Spark for 2026의 출발은 거창한 기획서도, 화려한 투자도 아니었다. 추석 무렵, 지인이었던 주한 핀란드 대사관의 배영준 수석상무관과 나눈 짧은 산책이 전부였다.

"AI티브님이 운영하는 커뮤니티로, 연말에 컨퍼런스를 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가볍게 던져진 질문이었지만, 그 말은 오래도록 내 안에 울렸다. 카카오톡에 흩어져 있던 250명 남짓의 사람들. 각자 AI를 배우고, 쓰고, 고민하고 있었지만 서로를 깊이 알지는 못했던 느슨한 연결들. 그때 처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컨퍼런스 같은 큰 행사를, 이 커뮤니티 사람들과 함께 만들 수 있다면 결속력도, 연대감도 훨씬 커지지 않을까?'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현실은 생각보다 거칠었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매끄럽지 않았다. 함께하겠다고 했던 사람이 중도에 마음을 바꿔 떠나기도 했고, 기대했던 커뮤니티의 협조는 솔직히 말해 기대 이하에 가까웠다. 조용하고 냉담한 기류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외부에 손을 내밀기에는 아직 너무 불안정했고, 결국 커뮤니티 안에서 조금이라도 적극적인 분들을 준비위원으로 모아 하나하나 기초부터 다져야 했다. 처음부터 친한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인간관계란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함께 부딪히며 조금씩 끈끈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 시간은 외로웠고, 동시에 나를 단련시키는 시간이었다. 무언가를 '조직한다'는 일이 얼마나 많은 책임과 결정, 그리고 감정 노동을 요구하는지 몸으로 배웠다.

핀란드 대사관의 점심 후원이 확정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한숨 돌릴 수 있었다. 2만 원의 등록비로 8개의 강연과 더불어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이 행사를 조금은 더 당당하게 권할 수 있었다.

함께 만든 빛나는 순간들

준비 기간 내내 헌신적으로 함께해주신 분들이 있었다. 그분들의 존재가 없었다면 AI Spark for 2026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DS 텍스타일의 박운범 대표님은 금전적 후원을 넘어 6~7장의 대형 현수막을 무상으로 제작해 직접 행사장까지 가져와 빈 벽을 채워주셨다. 그 현수막들이 공간에 걸리는 순간, 우리의 행사는 비로소 '공신력'이라는 옷을 입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뢰의 시각화였다.

밤을 새워 디자인을 완성하고 행사 전체를 주관해준 호랑코퍼레이션의 홍범화 대표님.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디자인들은 우리의 진심을 시각적으로 번역해주었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담아낸 작품이었다.

현장답사 중 "제가 사회를 보겠습니다"라고 나선 김태림 대표님은 부동산 마케팅 전문가답게 깔끔한 딕션과 주저하지 않는 진행으로 행사 전체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준비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그의 능숙한 진행이 그 틈을 메워주었다.

한국AI크리에이터협회와의 연대도 큰 힘이 되었다. 심원문 협회장님을 비롯해 MCP로 잘 알려진 알렉스님, 필로소피 AI 채널의 바울로님, 일반 회사원이지만 감각적인 AI 영상을 만드는 크리스타스님, 패션 트라이온 이미지를 직접 제작하시는 박운범 대표님, 건축 CG에 AI를 접목하는 실험을 이어온 김외학님, 그리고 강연자 8인의 전신상 트로피를 제작해주신 프롬프트 타운의 김하영 이사님까지. 이들의 합류는 행사에 깊이와 다양성을 더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행사는 '가능성'에서 '현실'로 이동하고 있었다.

나만의 또 다른 싸움: 3개월 만에 전문가 되기

하지만 나에게는 또 하나의 싸움이 있었다. AI 에이전트에 대해 강연을 해야 했지만, 사실 나는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그것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상품을 먼저 팔고, 나중에 만들어라.'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이미 약속을 했기에 나는 배워야 했다. 신용이 곧 자산인 사회에서 나는 그 신용을 지켜야 했다. 약속을 어기는 것은 나 자신을 배신하는 일이었다.

필로소피 AI의 교육을 받고, 바이브 코딩의 기초를 익혔다. 12월 13일을 불과 2주 앞두고는 MCP, 바이브 코딩, AI 에이전트를 거의 집요하다 싶을 만큼 파고들었다. Claude Code와 GitHub, Netlify를 연동해 AI 교육 기업 '크리AI티브 랩'의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었고, Notion MCP를 활용해 프로그램 북을 완성했다.

배우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코드 하나하나가 낯설었고, 에러 메시지 앞에서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AI 에이전트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었다.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파트너라는 것을.

나는 여전히 하루가 두렵다. 일이 잘 풀려도, 언젠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쉽게 떨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갔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계속 나아가면 된다.

12월 13일, 사람들이 모인 날

12월 13일 아침. 행사장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나는 생각보다 긴장하고 있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준비는 더뎠고, 기기간 연결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과연 사람들이 올까?" "실망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준비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완벽을 기다리다가는 영원히 시작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오프라인 등록자 54명, 온라인 신청자 30여 명.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노트북을 펼치는 손, 강연 자료를 집중해 바라보는 눈빛, 점심 도시락 앞에서 오가는 웃음 섞인 대화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행사는 이미 성공했다는 것을. 성공의 기준은 완벽함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우리가 모인 이유

개회사를 하며, 추운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함께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주한 핀란드 대사관의 배영준 수석상무관님, 한국AI크리에이터협회의 심원문 협회장님, 호랑코퍼레이션의 홍범화 대표님, DS 텍스타일의 박운범 대표님, 프롬프트 타운의 김하영 이사님, 그리고 자발적으로 마음을 모아준 모든 강연자와 준비위원들. 이분들의 후원과 협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자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다가오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크리에이터'라는 주제로 모였다. 지난 1년 반 동안 유튜브 채널 '크리AI티브'를 운영하며 분명한 변화를 목도했다. AI는 이제 도구를 넘어 함께 일하는 동료이자 협업 파트너가 되고 있었다.

특히 AI 에이전트는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여러 에이전트가 협력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 자리는 단순한 기술 강연이 아니라, 2026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끝나고 난 뒤에 남은 것

행사가 끝난 뒤, 공간은 다시 조용해졌다. 비어 있는 의자들, 벽에 남아 있는 현수막들 사이를 나는 천천히 걸었다. 피곤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은혜의 과정'이 떠올랐다. 아픈 경험마저도 결국은 감사로 귀결된다는 역설. 갈등도, 이탈도, 기대에 못 미친 협조도 모두 나를 성장시켰다.

나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법을 배웠고, Notion과 MCP를 연결하는 법을 익혔으며, 바이브 코딩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체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조직하는 법을 배웠다. 완벽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이번 행사는 나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첫째, AI 에이전트 시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것.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 있어도, 그것을 함께 배우고 나눌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둘째, 커뮤니티는 숫자가 아니라 신뢰로 만들어진다는 것. 250명의 느슨한 연결보다, 10명의 진심 어린 참여가 더 큰 힘을 만든다.

셋째,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시작하는 용기가 완벽한 준비보다 중요하다.

이미 시작된 미래

AI Spark for 2026은 완벽하지 않았다. 준비 과정은 혼란스러웠고, 기술적 결함도 있었으며,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그러나 진심이 있었고, 존중이 있었으며, 다음으로 나아갈 이유가 있었다.

이제 나는 안다. AI 에이전트 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더 많은 도구를 배우는 일이 아니라, 함께 배울 사람들을 잃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사람과의 신뢰는 천천히 쌓인다. 그리고 그 신뢰가 결국 모든 혁신의 기반이 된다.

2026년을 보름 앞둔 2025년의 마지막 달, 우리는 이미 한 걸음을 내디뎠다. 불완전했지만 진실했던 그 시작을, 우리는 이미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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