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시대, 낡은 경험이 날카로운 무기가 될 때

제49화

by 크리AI티브

이번에는 2월 초를 일정으로, 교직원 대상 교육 프로그램 제안을 받았다. 그동안 미드저니나 클링과 같은 도구로 이미지와 영상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왔는데, 이번에는 교직원들의 업무 역량을 향상하는 실무 교육을 맡아달라는 요청이었다. 교육 프로그램은 내가 직접 기획했다.

요청의 핵심은 ‘직무역량 강화’였다. 그래서 교육을 설계하기에 앞서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수요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가 꽤 명확하게 드러났다. 많은 이들이 실제 업무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화려한 도구가 아니라, 엑셀 데이터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시각화하는 법, 그리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 지점에서 잠시 망설였다. 나는 엑셀 전문가도 아니고, 교직원들의 세부적인 업무 환경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곧 다른 판단에 이르렀다. 복잡한 함수는 잊었을지언정, 26년의 직장 생활 동안 데이터가 어떻게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지, 그리고 보고서의 어떤 문장이 사람을 움직이는지는 몸으로 익혀왔다는 사실이었다. 기술은 바뀌어도, 일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문해력’이다

요즘 AI 교육 시장은 뜨겁다. 젊은 유튜버들은 놀라운 속도로 새로운 도구를 익혀 정보를 쏟아낸다. 솔직히 말해 기술 습득 속도만 놓고 보면 50대인 내가 그들을 앞서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의 AI는 더 이상 ‘사용법’의 문제가 아니다. AI는 이미 문해력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어떤 버튼을 누르느냐보다 이 기술을 내 일과 삶에 어떻게 결합해 의미 있는 결과로 만들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이른바 에이전트 시대다. 여기서 내가 가진 직장 경험은 단순한 연차가 아니라, AI라는 도구에 맥락을 부여하는 자산이 된다. 젊은 강사가 AI로 화려한 차트를 그릴 때, 나는 이 차트가 왜 필요한지, 어떤 데이터를 덜어내야 설득력이 생기는지를 이야기한다. 실패한 프로젝트의 결과보고서를 쓸 때 어떻게 서술해야 책임 추궁을 피하면서도 솔직한 인사이트를 전달할 수 있는지 같은 감각은, 솔직히 말해 깨져본 사람만이 안다. 이것이야말로 중년 세대가 AI를 다루며 가질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라고 나는 믿는다.


스스로 결정하는 ‘멈춤’의 권리

AI가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해서 삶의 불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일을, 더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새로운 압박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내 삶에서 가장 큰 변화는 나를 지배해온 ‘강박’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밤 11시 30분이 넘도록 일의 손을 놓지 못하던 날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조직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끝까지 버텼겠지만, 그날은 노트북을 덮었다. 우리는 어제의 무리한 피로가 오늘의 집중력을 망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 내에서는 상사의 눈치, 조직의 평가 때문에 열심히 하는 정도를 넘어서 몸을 갈아넣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불안함은 여전히 나와 공존하지만, 내 시간에 대한 나의 결정권의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시간의 자유가 향하는 곳

어떤 날은 건강에 대한 불안 때문에 운동에 집착하듯 매달린 적도 있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도 가족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운동을 계속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운동 시간을 조금 줄이고 가족을 위해 저녁을 준비했을 때, 집 안의 공기가 훨씬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AI로 시간의 자유를 얻으려는 이유는 결국 사람 때문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소속감을 느끼고 안정감을 얻고 싶어 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삶의 본질이다.


80%의 법칙, 완벽보다 지속

모든 강의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교육에서는 만족도가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목표가 4.5였는데 결과는 4.42였다. 이번 캠프에는 나를 포함해 세 명의 강사가 함께했고, 강의의 전문성과 태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AI 도구 구성과 실습 방식 역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그럼에도 만족도가 목표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분명했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는 것. 이것도 중요해 보였고 저것도 빼기 어려워 보였지만, 결국 덜어내는 판단을 하지 못했다. 책임은 설계자에게 있다. 교육의 흐름과 밀도, 시간 배분을 결정한 사람은 나였고, 강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자로서 내가 욕심을 조절하지 못한 결과였다.

잠시 낙담했지만 나는 이 실패를 숨기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내가 다시 붙잡은 기준이 ‘80%의 법칙’이다. 완벽주의는 종종 시작을 가로막는다. 100%가 아니어도 80%라면 세상에 내놓는다. 습작이든 기록이든 경험이든, 계속해서 구르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부족함을 드러낼 때 비로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AI와 함께 하는 나의 삶은 종종 불안과 자신감 사이를 오간다. 괜찮아 보이는 날도 있고, 앞날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당장 내일의 일이 없을까봐 걱정이다. 그래도 오늘도 다시 움직인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듯, 멈추지 않기로 한다.

산전수전이라는 경험이라는 거름 위에 AI라는 새로운 꽃을 피워내는 과정. 그 여정 속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신호를 건네고 싶다. 우리는 삶의 시작을 선택할 수는 없었지만, 그 끝은 계획할 수 있다. 나의 끝은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온기를 나누는 가장 자유로운 모습이 되도록 만들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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