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는 나를 1인 크리에이터라고 불러왔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고, AI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와 영상 제작 방법을 공유했다. 그 채널은 나를 알리는 통로였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주는 가장 쉬운 명함이었다.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요즘 들어 나는 크리에이터로만 머물고 있지 않고, 다른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 영상을 자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 책임져야 할 프로젝트, 결정해야 할 선택들이 늘어났다. 유튜브 광고 수익만으로는 현실적인 생계 기반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기보다는, 그것을 다른 구조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시작은 교육이었다. 모 대학 건축학과에서 AI 특강을 진행했고, 곧이어 졸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20시간짜리 AI 교육 프로그램을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강사로 참여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동료 강사들을 모집하는데 집중했다. 그런데 진행을 하다보니 바로 깨닫게 되었다. 실제로는 그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공급하는 기업의 대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나는 더 이상 혼자 강의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의 목적에 맞는 커리큘럼을 만들고, 강사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각 과정에 적합한 사람을 배치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일은 낯설었지만 동시에 익숙했다. 과거 직장 생활에서 수없이 기획안을 작성하며 익힌 사고방식이 그대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A안은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 현실적인 방향으로, B안은 가까운 미래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제시했다. 고객이 단순히 선택하도록 만들기보다, 스스로 생각하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교육 프로그램은 거의 한 번에 통과되었고, 나는 ‘개인 강사’가 아니라 ‘교육을 기획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이어 같은 대학에서 교직원 대상 AI 교육 프로그램 제안도 들어왔다. 6시간짜리 단일 과정이었지만, 대상이 다른 만큼 접근 방식은 전혀 달라야 했다. 나는 국내 대학에서 진행된 교직원 대상 AI 교육 사례를 조사했고, ChatGPT, Gemini, Claude를 활용해 자료를 모았다. 그러나 핵심은 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선별이었다. 이미 상향 평준화된 교육 구성 속에서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두 가지 안을 제안했고, 단 한 번의 통화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의 안이 채택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역할은 더 많은 정보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를 구조화하고 맥락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게 나는 바빠지고 있었다. 그런데 연말에는 서울콘 AI 전람회에 출품을 신청해놓은 상태였다. 엎친데 덮진 격이다. 준비 기간은 촉박했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 시간적 여유는 충분치 않았다. 작품 기획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과거 진행했던 어떤 작품과 같은 주제로 새로운 영상 1편을 만들고 디지털 페인팅 1점, 그리고 그것을 영상화한 작품까지 총 3편을 출품했다. 그런데도 운 좋게도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발표 시간은 짧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온 뒤 몇 사람과 명함을 나누고 미래의 기회가 될 것같은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그 자리에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러 간 것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프로그램을 들으며 다른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듣고, 행사 종료 후에는 정리까지 함께했다. 바쁜 와중에 내가 이렇게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이유는 이 생태계 안에서 얼굴을 익히고, 관계를 쌓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향후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할 새로운 강사진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바로 이런 자리에서 형성된다.
1월에는 내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 소규모 온라인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몇달 동안 진행해 왔던 일이지만, 그동안 무료로 진행해 온 세미나를 유료(1.5만원)로 전환했다. 더 이상 무료라는 형식 안에서는 새로운 강사를 섭외하기도, 나 스스로 지속 가능성을 만들기도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다만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참석자를 20명으로 제한했다. 그 덕분인지 특별한 홍보도 없이 단 하루만에 마감되었다. 이번에는 내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ComfyUI를 주제로 두 명의 강사를 섭외했다. 2월에는 건축·인테리어 AI, 3월에는 시네마틱 영상 제작을 주제로 세미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행사 기획이 아니라, 실력있는 AI 크리에이터들을 전문 강사로 훈련시키는 양성 시스템이기도 하다. 1인 기업가로서 나는 이제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사람인 동시에, 강사진을 길려내는 판까지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AI 모델과 서비스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Z-image, Kling O1, Sam3D, 더 똑똑해진 LLM들. 예전 같았으면 모두 따라가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선택하기로 했다. 모든 것을 아는 대신, 내가 이미 선택한 도구를 더 깊이 다루는 쪽을 택했다. 실무적으로 내가 직접 사용하지 않는 도구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양보다 질, 속도보다 지속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중요해졌다.
최근에는 AI 영상 교육 강의를 듣고 있다. 놀랍게도 이 강의는 AI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영상 제작의 기초, 장면의 의도와 리듬, 메시지의 밀도에 대한 이야기다. AI 사용법은 양념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 강의를 들으며 나는 내가 그동안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자각하게 되었다.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도구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라는 것을. 그것이 곧 감독이자 진정한 크리에이터라는 것을. 곧 대학 졸업생과 재학생들에게 영상 제작을 가르쳐야 하는 지금, 이 깨달음은 나에게 필수적인 기반이 되었다.
나는 이제 나를 이렇게 부르고 싶다. 1인 크리에이터였던 사람, 그리고 지금은 1인 기업가로 이동 중인 사람. 이 두 정체성은 서로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지탱한다. 콘텐츠를 만들던 경험은 기획의 감각이 되었고, 기획의 설계는 창작을 더 진지하게 만든다. 나는 여전히 혼자이지만, 더 이상 혼자서 모든 것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다음 단계다.
글을 읽으면서 느끼신 소회를 짤막하게 작성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정도의 짧은 글도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크리AI티브_ AI 교육 문의
크리AI티브 유튜브 채널 안내
크리AI티브_공간 오픈톡 안내 (입장코드 : 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