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최근 대학에서 맡은 과목의 첫 수업, 온라인 강의 영상을 편집하며 묘한 해방감을 맛봤다. 예전 같았으면 꼬박 하루를 다 바쳤을 작업이다. 숨소리 하나, 무음 구간, 자막의 위치와 사소한 말실수까지 현미경을 들이대듯 수정하다 보면 어느새 8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프리미어의 자동 편집 기능을 믿고, '완벽해야 한다'는 오랜 강박을 조금 내려놓아 보았다.
사실 이번 영상은 유튜브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는 화려한 콘텐츠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에 대한 규정이 엄격했다. '오후 2시까지 업로드 완료'. 내가 편집 창을 연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이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시간 앞에서 나의 완벽주의는 다시 꿈틀거렸다. '오타가 있으면 어쩌지?', '설명이 매끄럽지 않으면 내 권위가 떨어져 보이지 않을까?' 업로드를 못 하면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하면 된다는 대안이 있었기에, 완성이 불가능해 보이는 그 상황 속에서도 이 질문들은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촬영에 들인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의지적으로 포기할 것은 빠르게 포기했다. 오직 마감 시간을 준수하는 것에 집중하며 영상을 무사히 업로드했다. 한숨을 돌리며 결과물을 다시 보니 핵심 내용은 충분히 잘 전달되고 있었다. “아, 이게 되는구나.” 모니터 앞에서 잠시 멍해졌다.
이 짧은 성취감은 그간의 유튜브 활동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동안 나는 영상 하나하나에 지나친 애정을 쏟았다. 편집에 하루 이상을 소요하는 일은 예사였고, 노력에 비례하는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 날엔 ‘내가 왜 이렇게 수고스러운 일을 하고 있나’ 하는 후회가 밀려오곤 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완벽함(Perfection)'보다 '완성(Done)'이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체면을 차리느라 완성도에 집착하는 사이, 정작 창작자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인 ‘정기적인 업로드’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기술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지금, 완벽을 기다리는 행위는 어쩌면 영원히 시작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살기로 했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완성이 완벽보다 낫다.)
이 깨달음은 교육에 대한 내 관점도 바꿔놓았다. 과거의 강사가 독보적인 지식을 가진 ‘사전’이었다면, 이제 지식은 유튜브나 AI가 더 친절하고 빠르게 제공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여전히 누군가의 강의를 들으러 오는가.
나는 그 이유를 '완성의 경험'에서 찾기로 했다. 소화할 수 없는 많은 지식을 머리에 집어넣어 주는 것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써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끝까지 만들어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진짜 강의다. 그래서 이제 강의를 준비할 때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내가 무엇을 설명할까?”가 아니라 “이들이 오늘 무엇을 완성해서 돌아갈까?”라고.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AI 사용법을 전파하기 위해 공부하는 마음이 늘 편안한 것은 아니다. 요즘은 새로 나오는 AI에 대한 감탄보다는 “또 나왔어?”라는 불안감이 앞선다. "이것도 배워야 하는데", "저것도 써봐야 하는데"라는 압박감. 어느 순간부터 나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쫓기고 있었다.
그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 탓이었을까. 매일 하루에 한 번씩 이유 없는 두드러기가 돋기 시작했다. 항히스타민제를 삼키며 깨달았다. 세상의 모든 파도를 다 탈 수는 없다는 것을. 나에게 필요한 파도만 골라 타도 충분하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의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속도를 앞지를 순 없다. 하지만 그 속도에 내 영혼까지 끌려갈 필요는 없다. 공부가 실력이 되고, 실력이 신뢰가 되는 단순한 원칙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나의 도움이 필요한 입문자와 초보자를 가르치면 된다. 그러다 내 실력이 성장하면, 좀 더 높은 수준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 된다.
나는 오늘도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AI의 속도에 쫓기고 있는가, 아니면 나만의 리듬으로 '완성'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가.
글을 읽으면서 느끼신 소회를 짤막하게 작성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정도의 짧은 글도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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