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투어..
자카르타에서는 처음으로 여행을 가봤다. 목적지는 반둥.
거리는 자카르타에서 대략 150km 정도 떨어졌고, 문화와 예술과 화산과 온천과 아울렛이 유명한 동네..
가는 방법은 렌트를 하거나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 등이 있는데..
1차로 렌트를 알아보니 2일 렌트비 70만 루피아 * 2 = 140만 루피아, 기사 숙박비 30만 루피아, 톨비 기름값 별도 부담에 기사 식사비까지 하면 대충 18만원쯤 나올 기세라 탈락..
기차를 알아보니 왕복 1인에 12만 루피아로 저렴하고 막힐 염려 전혀 없고 기차역도 집에서 가깝고 좋은데 돌아오는 표가 올 매진.. 그래서 탈락.. -_-
기차표 예매를 부탁했던 인니 직원이 회사 바로 근처에 나도 잘 아는 곳에서 반둥을 오고가는 셔틀 버스가 있다고 추천을 해주는데 가격도 괜찮고 메르체데스 벤츠 버스(!!)에 자리마다 USB포트(!!!)도 있는 고급스런 버스라며 강추를 하길래 셔틀로 결정하고 예약을 했다..
나는 벤츠 버스라고 하길래
이런거?
혹은
이런거? 막 이런 상상을 하며 버스 타는 곳으로 갔더니..
...
응?
저.. 저기요.. 이... 이거? What the....f....... -_-;;
틀림없는 메르체데스 벤츠 버스 맞고 자리마다 USB 포트도 있으니 제대로 알려준건 맞긴 한데.. 에이 쒸..
가격도 처음에 기차보다 좀 비싸다고 해서 둘이 왕복에 33만 루피아인줄 알았는데 요게 편도 요금이었다.. 1인 왕복이 33만 루피아.. 기차에 거의 3배 가격.. -_-;; 뭐 그래도 렌트보다는 싸니까..
다행스럽게도 표를 금요일에 예약을 했는데 돌아오는 차편 좌석이 확보가 됐다.. 예약을 도와준 한 친구는 나보고 익스트림리 럭키라고 투썸즈업을 했고 다른 한명은 자기 30년 넘게 살면서 그 시간에 좌석이 있는건 처음 봤다며 온갖 호들갑을 떨었는데 돌아올때 자리가 한개였나 두개 비어서 왔.. 에이 쒸..
여튼 그래도 고급진 벤츠 버스를 타고 반둥을 향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승차감도 좀 많이 딱딱했다.. 에이 쒸..
살짝 졸기도 하다가 게임도 하다가 음악도 듣다가 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밖이 번쩍번쩍 하더니 폭우가 쏟아진다.. 주중 내내 쨍쨍하더니 왜 하필 간만에 여행한번 가겠다는데 날씨가 왜!!
그래도 여차저차 생각보다 그닥 막히지 않고 잘 가고 있다 싶었는데 반둥 거의 도착해서 좀 막힌다.. 차가 좀 안움직이는 정도.. 주말에는 반둥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아 엄청 막힌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역시나.. 그리고 비도 오고..
터미널에 도착을 해서 우버를 부르려고 보니 바로 근처에 한대가 있어서 부랴부랴 신청을 했더니 바로 그 차가 콜을 받았고 바로 반대편으로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 그 차가 눈앞에 바로 딱.. 완전 운 좋게 비도 거의 안맞고 우버를 잘 잡아타고 호텔을 갈 수 있었다.. 우버 아저씨한테 다음날 아침에 와달라고 예약도 걸어두고 호텔에 들어가서 체크인을 하려고 하는데 여권을 안가져왔네? 응? 끼따스(인도네시아 체류 비자 이름)라도 있냐고 물어보는데 있을리가 만무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년에 만들었다가 가방안에 쳐박아둔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어서 요건 어떠냐고 물어보고 심지어 한국 면허증도 있다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니까 결국 고거 두개 다 카피하고 통과시켜줬다.. ㅎㅎ
호텔은 Ibis styles 어쩌고 호텔을 잡았는데 모든게 동글동글하게 디자인된게 디게 귀여운 호텔이었다.. 방도 깨끗하고 침대도 아담(?)해서 귀엽고 가격도 귀엽고(수수료 택스 포함 $58) 꽤 만족스러웠다.. 뭐 물론 샤워할 때 욕실 바닥에 홍수가 난다거나 조식에 먹을게 거의 없었다는 것 정도의 작은 흠은 있었지만 한국 TV도 나오고 인터넷도 잘 되고 이 가격에 이 정도면 뭐.. 뭐 한국 TV에서는 박신양이 사람 갈구는 것만 주구장창 몇시간 나왔지만 뭐 그래도 오랜만에 한국 프로그램 보니 반갑기는 하더구만..
근처에 밥을 먹으러 나가봤는데 비도 오고 식당 찾기도 어려워서 호텔로 돌아와서 주문 후 엄청 늦게 가져다준 저녁 맛나게 먹고 이름은 헤드&숄더 맛사지인데 코와 눈썹 주위만 30분을 넘게 해주는 왜 이름을 이따구로 지은건가 싶은 1시간 30분짜리 맛사지를 자카르타 물가 수준의 가격을 요구하는 호텔 안 맛사지 집에서 시원하게 받고 꿀잠을 자며 토요일 일정은 끝이 났다..
둘째날..
일어나서 커텐을 걷으니 맑은 하늘이 보였다.. YES!!!
아.. 그러고보니 반둥으로 여행온 이유를 안적었네..
와이프가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하게 알게된 인도네시아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하는 일이 공연 기획, 그리고 주로 생활하는 곳이 반둥이고 곧 있을 공연 준비로 반둥에 머무르고 있어서 우리를 반둥으로 초대를 했다.. 와이프는 이미 지난 목요일에 요 친구를 자카르타에서 만나서 그 친구하고 댄싱 공연도 같이 보고 예술쪽에 일을 하는 지인들도 몇명 소개를 받기도 했었는데, 반둥에서도 이 친구가 갤러리 구경도 시켜주고 반둥에서 활동하는 지인들도 소개해주겠다며 우리를 불렀다..
말도 잘 안통하는데 와이프랑 이 친구랑 노는걸 보면 참 신기하다.. ㅎㅎ 물론 그 친구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데 우리가 영어를 못해서 -_-;; 그 친구는 인니식 영어도 아니고 발음도 진짜 영어 발음.. 자기가 하는 일에 영어가 필요할 것 같아서 혼자 독학한 영어라는데 정말 놀라웠다.. 부럽기도 하고.. 그 정성과 열정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아침 일찍 만나 갤러리부터 찾아갔다.. 반둥에 가장 최근에 생긴 Titik Temu Artspace..
정말 생긴지 얼마 안된 곳이라 구글 검색에도 안나오고 그러니까 우버 아저씨도 모르고 우버 기사 앱에서 검색을 해도 안나오고.. -_- 대충 근처 호텔을 그 친구가 알려줘서 그 호텔로 돌아가 그 친구를 만난 후에 걸어서 갤러리를 찾아왔다..
1층은 갤러리로 운영을 하고 2층은 비지니스용으로 공간을 대여해준다고 한다.. 아직 입주한 사람은 거의 없다던데 분위기는 꽤 괜찮아 보였다.. 그 친구의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곳..
대충 요런 분위기.. 3층은 미팅룸도 있고 그 위에는 옥상도 있고.. 좋아보였다.. 사장 언니가 반갑다며 선물로 커피 원두도 선물로 주고.. 와이프는 사장 언니에게 포트 폴리오도 보여주고 인도네시아 예술 시장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 듣고 반둥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의미도 들을 수 있었고 무척 도움되는 시간이었다.. 둘이 죽이 잘 맞아서 그림 팔면 몇대 몇으로 나누고 자기가 알고 있는 콜렉터들 얘기도 하며 당장이라도 계약하고 전시회도 할 기세로 진지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갤러리를 나왔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NuArt Sculpture Park..
주위에 고급스런 저택들을 지나고 지나다 보면 이곳이 나온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여기는 발리 출신의 조각가 Nyoman Nuarta라는 분이 만든 곳인데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작품도 그의 작품이고 발리에 엄청 큰 가루다(힌두 신 중 하나) 조각상도 만들었다고 하고 여튼 꽤 잘나가고 돈도 많이 버는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이 곳에 작업실도 있고 여기저기 그의 작품들이 전시가 되어있다.. 발리 출신이라고 공원 분위기도 완전 발리스럽게 꾸며놨다.. ㅎㅎ
그 중에서도 내가 감동 받은 고래.. 정말 고래 사이즈로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거대하다.. 그리고 사진 왼쪽에 살짝 나오는데 고래 꼬리도 길 옆쪽에 만들어져있다.. ㅎㅎ
혹시라도 반둥을 가려고 계획을 하신다면 이곳은 꼭 한번 들러볼만하다.. 공원 자체도 멋지고 좋은 작품도 많다.. 다만 레스토랑도 같이 하고 있는데 내 입엔 걍;; 밥은 밖에서 먹도록 하자.. 이 근처에 유독 한국 식당들이 많이 몰려있던데 유명한 청기와도 있고 맛난데 많다..
이곳에서는 그림 전시도 하고 있는데 일단 이곳은 포트폴리오와 전시 계획서 등을 내면 심사후에 전시를 허락해준다고 한다.. 전시 담당자에게 살짝 그런 얘기를 듣고 연락처를 받은 후에 다음 코스로 이동..
한참을 우버를 타고 막히는 길을 뚫고 또 뚫으며 고급진 카페와 식당들을 지나고 지나서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다보면 나오는 곳.. 이 동네가 전망이 좋아서 고급스런 곳들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반둥에서 가장 높은 곳중에 하나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기온이 낮아서 시원하고 좋다..
이곳의 이름은 Selasar Sunaryo Art Space라는 곳.. 이곳도 Sunaryo라는 분이 만든 곳이고 조각 작품 등이 전시중이었다.. 여기는 담당자와 약속이 안되서 그냥 구경만 하고 왔는데 와이프가 전시할 분위기는 좀 아니었고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있다던데 숙소가 좀;;
갤러리를 구경하다보니 소세지 트리라는 이름의 나무가 있던데 진짜 거대한 소세지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ㅋㅋㅋ
여기까지 갤러리 투어를 끝내고 여행의 마지막 백미 면세점 쇼핑 반둥에서만 살 수 있다는 그랜드 마더의 헤어를 사러 갔다..
과자나 빵 위주로 파는 쇼핑몰인가본데 기념품들을 사러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각자 꽤 많은 과자 빵 등을 산다.. 우리는 그랜드 마더의 헤어를 샀는데 원래 이름은 아로마니스라고 하는데 이걸 그랜드 마더의 헤어라 부르는 이유는.. 별다른 맛은 없는 뻥튀기 같은 것이 위 아래에 있고 그 사이에 우리나라 솜사탕 같은게 둥글게 말려서 들어있는 먹을거리인데 솜사탕이 흰색이라 할머니 머리카락 같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란다.. ㅎㅎ
대충 요렇게 생겼는데 지난 목요일에 와이프가 그 친구를 처음 만났을때 그 친구가 가져왔었는데 와이프님께서 남편 주겠다고 집에 싸가지고 오신 덕에 먹어보게 됐는데 바로 한번 먹고 그 달콤한 맛에 반해서 이참에 우리 먹을 것도 사고 회사에 가져갈 것도 사고 그랬다.. 요거 맛난다.. 많이 먹으면 다 살로 갈거 같아서 많이 먹기는 좀 그렇고 한개 정도 먹으면 꽤 맛난다.. ㅎㅎ
이렇게 기념품도 사고 버스 터미널에 원래 예약했던 시간보다 2시간 좀 더 넘게 일찍 도착했다.. 앞에 취소한 사람이있으면 좀더 일찍 출발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를 해봤는데 그런 행운은 우리에게 존재할리가 없었다..
1시간에 한대씩 차가 있어서 혹시나 그 다음 시간도 기대를 해봤으나..
역시나.. 꾸역꾸역 원래 예약했던 시간까지 터미널에서 죽때리다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피곤하기도 했고 돌아올때 차가 엄청 막힌다는 얘기들이 많기도 했고 그 친구도 공연 막바지 준비라 들어가서 일해야 한다고 해서 일찍 갔던건데.. 역시나 돌아오는 길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갈때보다 거의 1시간 넘게 더 걸렸다.. 갈때는 휴게소도 안들리고 바로 갔는데 돌아올 때는 시간이 오래걸려서인지 요렇게 생긴 휴게소에서도 잠깐 들렸다..
괜히 밖에 나갔다가 말도 안통하는데 다시 못돌아오는거 아닐까 싶어서 그냥 사진만 찍고 다시 버스로 올라탔는데 우리나라처럼 거대한 주차장이 있는건 아니고 그냥 갓길처럼 생긴 곳에 차 세워두고 약간의 매점과 포장마차 같은 것들이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요렇게 1박 2일의 짧았던 반둥 갤러리 투어는 끝이 났고.. 아마 다음에 와이프가 다시 자카르타를 오면 그 친구도 만나고 다른 그 친구의 지인들도 만나러 반둥은 또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끝!!
*레지던시 프로그램 : 그림 그리는 사람들에게 먹고 자고 하면서 그림만 열심히 그릴 수 있게 공간도 제공하고 가끔 어떤 곳들은 약간의 용돈도 주는 갤러리나 단체에서 작가들을 지원 해주는 프로그램.. 이것도 어느정도 급이 되어야 할 수 있다고 하고 요걸 하는게 개인 경력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