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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는 없는 파프리카의 사연

오늘 파프리카 사 온 사람 이리 와 보세요




얼굴하고 이름만 아는 걸 정말 안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장을 보며 우리가 파프리카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생김새와 이름뿐이에요.

 

파프리카라는 무슨 색일까요? 노랑, 주황, 빨강? 

파프리카는 담황색이기도 하고 초록색이기도 하고 울긋불긋하기도 해요. 

씨앗은 엷은 누런빛, 잎과 줄기는 초록, 다 익기 전 열매는 여러 빛깔이 뒤섞여 있거든요.


농부는 노랑, 주황, 빨강 파프리카보다 초록 파프리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요. 

파프리카 줄기는 쭉쭉 뻗어 오르는 걸 좋아하는데 버티는 힘이 약해요. 

잘 자라려면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줄기를 지탱해줄 줄을 걸어 주어야 해서 

농부는 열매보다 줄기를 돌보며 더 많은 땀을 흘려요. 


땀 흘려 길러도 거두자마자 음식물 쓰레기가 되는 수확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자라면서 살이 트거나, 거두는 동안 꼭지가 떨어지면 버려져요. 

맛과 향은 그대로인데, 

상처받았을 뿐인데 말이죠. 


이것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우리가 사고파는 파프리카의 열매는 

잎과 줄기, 뿌리, 그리고 이를 보듬는 농부의 손과 이어져 있다는 것. 


그 풀내 가득한 상기가 

파프리카의 진짜 이야기에 한발 다가가는 커다란 실마리가 될 거예요.



글 동부기, 그림 안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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