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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Aug 24. 2020

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

MBTI는요? 별자리는요?

 

"야, 내가 지금 기가 막힌 심리 테스트 봤거든?"



두 명의 남자가 한 카페 테이블에 앉아 30분 내내 서로 말도 없이 핸드폰만 보다가, 한 남자가 입을 뗐다.



 "뭔데?"


 "너 혼자 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다리 밑으로 뭐 하나를 떨어뜨렸어. 그게 뭘까? 1번 지갑, 2번 핸드폰, 3번 반지, 4번 신발."



얼마나 신기했던지 남자는 금이라도 발견한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친구에게 물어봤다. 친구는 다리를 꼬고 등받이에 몸을 기대 구부정한 자세로 듣고 있는 것이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다.



 "글쎄, 핸드폰?"


 "핸드폰? 기다려봐. 핸드폰···"



남자는 스크롤을 내려 핸드폰에 해당하는 결과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야, 너 돈 문제 때문에 항상 걱정이 있지?"


 "오, 맞아. 나 요즘도 난리야. 나 얼마 전에 자동차도 뜬금없이 고장 난 거 알잖아."



친구는 결과를 듣고서야 관심이 생긴 듯 자세를 고쳐 테이블 위로 팔을 옮기며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 할까봐 걱정되지?"


 "대박, 맞아. 나 요즘 계속 야근하거든. 요즘 실적 압박이 더 세져가지고. 진짜 기가 막히네."



그때 핸드폰을 보며 결과를 읊던 남자는 갑자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스크롤을 다시 한 번 더 내렸다.



 "아, 미안. 내가 3번 결과를 보고 말해주고 있었네."


 "뭐야. 여태 신기해하고 있었구먼."



남자는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결과를 읊어주기 시작했다.



 "다시 봐볼게. 혹시 너 요즘 인간관계에 우울한 일 있냐?"


 "어, 나 대박 많지. 여자 친구랑도 요즘 안 좋거든. 대박 소름."


 "그리고 너 요즘···"



남자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순간 흐르는 정적에 친구가 갸우뚱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자 남자는 그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다. 별로 재미없네."


 "···그러게."



두 남자는 다시 각자의 핸드폰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날 밤 친구는 여자 친구와 크게 싸웠고, 그다음 날 회사에서 야근으로 밤을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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