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 코로나가 열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하였듯 코로나는 인류가 자초한 결과라고 봐도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 이미 우리나라 천만 인구가 코로나 증세를 경험했다. 지금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코로나가 만든 특이한 상황은 무수히도 많지만, 그중 거시적으로도, 미시적으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경제 상황이다. 수많은 자영업자가 길을 잃고, 이유불문의 실업자가 대거 출현하였으며, 아예 파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도산해버린 기업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막기 위해 나타난 방법이 바로 '양적 완화'.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이 직접 채권을 매입하여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은행은 채권을 한국은행에 팔고 여유금이 생겼으니, 이것으로 대출을 한다. 여유가 있으니 금리를 조금 낮춰도 된다. 국민들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라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대출 받은 돈으로 다시 필요한 소비를 하며,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 심리를 태우기 위해 명품 등을 사며 '보복 소비'를 하기도 한다. 내수 경제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이것이 양적 완화다.
양적 완화는 2008년, 그 이름도 유명한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서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양적 완화를 시행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 돈을 거둬들여야 하는데(인플레이션이 우려되므로), 이것을 '테이퍼링'이라 한다. 하늘로 붕 띄운 헬륨 풍선 같은 경제가 너무 높이 올라가 펑, 터지기 전에 다시 땅으로 끌어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2008년에는 양적 완화 시행 후 테이퍼링이 진행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3년에 테이퍼링에 대한 언급이 나왔으며, 2014년에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작하며 경기 진정에 돌입했다. 반면 지금 코로나 사태는 2020년 양적 완화 시행 후 불과 2년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2023년까지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적이 있으나, 생각보다 걷잡을 수 없는 물가 상승에 백기를 들어올린 것으로 판단된다.
양적 완화를 하기 위해, 즉 경기 부양을 하기 위해 시중에 뿌린 돈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국가의 부채로 남는다. 국가의 부채는 어떻게 해결할까? 국민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늘리거나 부채를 더 늘려서 소위 '돌려 막는다'.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는 상황에서 세금을 늘릴 수 있을까? 아니, 다시 부채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이것이 문제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막기 위해 늘린 부채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도 못하였는데, 난데 없이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빚 위에 빚을 올리는 상황이 되었다.
심지어 2008년과 비교하여 양적 완화의 규모도 컸다. 미국은 소위 '헬리콥터 머니'라 하여,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모양새처럼 '무제한'으로 양적 완화를 했다. 코로나로 인해 생긴 너무 큰 산불을 막기 위해서는 소방차 몇 대로는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헬리콥터로 무한정 대량의 물을 뿌려야만 했다. 문제는 그 물이 모두 빚이라는 것. 누군가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 여기서 문제. 그 부채는 결국 누가 채워 넣을까? 경기가 다시 붕 뜨면 국가는 부채를 돌려 막는 방법에서 세금을 늘리는 방법으로 전환할 것이다. 그 인상된 세금은 누가 내게 될까.
미국은 무제한 양적 완화를 실시하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했다. 코로나가 새로운 경제 체제를 열어낸 것이다. 본디 경제란 국가가 개입하지 않아도 수요와 공급이 알아서 치고 박으며 시장 가격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승자와 패자가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게임이다. 이것을 자유시장경제라 한다. 그러나 코로나가 그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국가라는 헬리콥터가 개입해 돈을 뿌리지 않고서는 승자 없는 게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나중에 경제가 다시 성장하는 시기에 모든 국민이 패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만만한 재산세, 상속세, 자동차세, 종합부동산세 ···.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이라면 세금 인상을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양적 완화를 통해 시중에 돈을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내수 경제에 극적인 방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도 큰 문제다.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코로나가 이제 독감이니 뭐니 한다 해도, 아직 사태는 심각한데, 코스피는 어찌 이리 높을까? 코스피가 매일 역사적 신고가를 달성하는 순간이 있었다. 정작 나는 아직 손가락 빨고 있는데. 벽 너머 주식 시장에서는 하루 걸러 잔치가 열리곤 했다.
노동의 가치에 대해 의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은, 여유금이 생기는 족족, 또는 대출을 받아서까지 투자 자산에 집어 넣기 시작했다. 소비해서 나라 살려달라고 돈을 공급했건만, 정작 소비는 더디고 엉뚱하게도 주가와 부동산 가격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양적 완화의 실패 측면 중 하나다.
경제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는 마냥 지원금 정책과 기준 금리 인하에 펄쩍 뛰며 좋아할 수 있을까. 반대로, 테이퍼링과 기준 금리 인상에 그저 고개만 숙여야 할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양적 완화와 테이퍼링의 순환은 21세기의 새로운 통화 정책 '공식'이다. 국가 부채가 지나치게 많이 쌓이며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전통적인 방식인 기준 금리 조정만으로는 침체한 경제를 도저히 살릴 수가 없다. 일단 믿어보아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당장 죽어나간다고 기준 금리를 계속 낮추기도 어렵고, 당장 살만하다고 금리를 올리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제는 '공식'이 되어버린 양적 완화와 테이퍼링의 원리와 결과에 대해 우리는 민감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이라면 더욱이 그렇다. 새로운 경제 체제가 열리고 있는 지금을 환영하면서도 한껏 경계하며 올바른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현명한 국민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