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하나
참 따뜻했던 나.
참 정이 많았던 나.
참 눈물이 많고 사람이 좋았던 나.
스쳐 가는 만남에도 정을 듬뿍 주고, 항상 이별 앞에서는 마음이 찢어지듯 한 고통을 느낀 나. 이별이 너무나 힘들고, 헤어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나. 마음의 무너짐 때문에 두 눈이 안 떠질 정도로 퉁퉁 부을 때까지 울고 또 울었던 나.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지 못한 나.
많은 정을 나누어주는 만큼 마음의 고통도 많이 받았던 나.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난 참 차가운 사람이 되었다. 30년 전의 그 정 많고 마음의 상처를 잘 받았던 사람은 어디 갔는지, 같은 사람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나는 너무나 차가워졌다. 정이 없어진 것도 있지만 매우 냉정한 사람,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부는 사람으로, 맺고 끓음이 엄격하고, 매정한 사람으로 어느새 변해 있다.
난 나의 변한 모습에 인지를 못 하고 있었는데 내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내 인생의 벗 남편이 말해준다.
“넌 참 차가운 사람이야.”
“네가 나쁘고 못된 게 아니라 참 차갑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내가 그런 사람이구나. 처음에는 놀라기도 하고 아니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어느새 담담히 받아들이게 된다.
나에게는 너무나 심적인 고통이 많았던 해외 생활. 많은 차별과 냉대를 받으면서 마음이 단단해진 거 같다. 처음에 흐물흐물했던 내 마음의 근육이 많은 안 좋은 일들을 겪으면서 단단하게 바뀌었다.
날 변화 시킨 이 30년도 내가 살아남기 위해 변한 내 모습도 내 인생의 한 부분. 부정하고 싶지도 않고 뭐가 옳고 나쁜지 따지고 싶지도 않다. 난, 나름대로 내가 살기 위해 택한 최선의 노력이었고, 지금의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차갑고 이기적으로 보일지라도 난 현재의 나를 변화시키고 싶지 않다. 다시는 그 아픔들을 겪고 싶지 않다.
아주 힘들었을 과거의 나에게도,
현재 열심히 살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도,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들이 많을 미래의 나에게도,
누가 뭐라고 하던지 믿고 끊임없이 응원해 주고 싶다.
과거의 정 많은 나도
현재 차가운 나도 내 모습의 한 부분이니까.
오직,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하나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