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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시맘 Jul 05. 2024

삶의 주도권 잃어버리다.

꼭두각시

요즘 내가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불행한지를 생각해 보았다. 스트레스가 혼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점점 커져서 내 스트레스를 가족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불행한 감정이 나를 감싸고 모든 일에 쉽게 짜증이 나며 나의 신경질을 가족이 더 이상 받을 수 없을 만큼 커진다.


온몸에서 검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나!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근본적인 이유를 찾기 위해 내 일과를 분석했다. 도대체 이 불행한 하루는 어디서 오는가:


아침 출근/등교 준비, 회사일

오후 회사일

저녁 회사일, 퇴근/하교 아이와 시간 보내기


내 일과는 오로지 회사 일을 위해 있는 느낌.

회사일로 하루를 시작해서 회사 일로 하루를 마감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하루 종일 내가 한 일은 회사 일밖에 기억이 안 난다. 일어나서 회사 이메일 확인, 자기 전에 회사 이메일 확인. 머릿속에는 온통 회사 생각.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회사에서 난 너무나 과한 (?) 충성심을 보인다. 아무도 알아주지도 고마워해 주지도 않는데 말이지. 


그만큼 회사 일은 나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 중요한 삶의 일부가 지금 내 삶을 조금씩 흔들어 놓는다.


1년 넘게 책임자로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올 3월에 새로운 동료에게 넘겨주었다. 진행 예정 있었던 새로운 프로젝트 두 개는 안 좋은 경제 사정으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당연히 갑자기 내가 맡아서 할 프로젝트가 없다 보니 대안으로 3월에 넘겨주었던 프로젝트의 팀원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내가 책임자가 아니니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고 결정권도 없고 그 책임도 안 지고 365일 일 안 해도 되니 나에게도 드디어 워라밸 이란 삶이 오겠다고 잠깐의 착각.


워라밸이 아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나와 일하는 스타일과 방향성이 너무나 다른 새로운 책임자.

벙어리로 미팅에 앉아 있는 고문의 시간, 그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시간.

존재감 상실


일과의 대부분인 회사 생활에서 내가 프로젝트 주도권이 없으니 내 존재는 철저히 무시되었다.


나에게 주도권이 없어져서 받는 이 스트레스는 정말 업무량이 많아서 받았던 스트레스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내가 책임자로 일했을 때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받는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했지만 그만큼 나에게는 큰 만족감과 성취감이 있었다.


지금은 일의 주도권을 잃어버리고 내 삶의 주도권도 잃어버린 기분이다.


꼭두각시가 되어서 남이 하라는 데로 움직여야 하는 이 상황을 난 받아들이기가 힘이 든다.


이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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