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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Oct 22. 2022

가까이 앉아 귓속말로 전해주는 이야기 4

인생의 불확실성


날이 춥다.

다들 가까이 앉아보자.


신은 인간의 많은 실수를 가엾게 바라본다.

그 중, 신이 생각하는 인간의 가장 어리석은 행동은 무엇일까? 바로 '계획 세우기'다.

실제로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거의 없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자신의 성공과 삶의 순탄함에 자만하면 안되는 이유다.


나는 위와 같은 원리를 한동안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계획되었던 것이 무산되거나, 뜻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심지어 어떤 때는 계획 자체를 없애버리기 까지했다. 계획을 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장본인에게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고, 창피한 행동을 한 적이 많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왜냐면, 계획대로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 오후 3시에 서점에 들러 갖고 싶었던 책을 구매한다' 는 계획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신중한 사람이니, 며칠을 고민한 구매 결정이었을테다.

좋은 책을 읽을 생각에 마음이 설레고 두근두근 기대가 크다.

그런데 그 계획이 어떤 긴급한 일로 인해 실현이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갑자기 3시에 차가 고장난다거나, 뭔가를 두고나와 다시 집에가야 한다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의 계획이 틀어지게 만든 장본인이 미워진다. 화가 난다. 이렇게 만든 하늘의 신에게 분노한다.

어떻게든 계획을 실현시키려고 이렇게도 조정해보고, 저렇게도 조정해보지만 그럴때마다 일은 틀어진다. 당연하다. 원래 모든 건 혼돈을 향해 나아가게 되어있다. 이미 화가 나 있는 상태라 사람들과 쓸데 없는 마찰도 생긴다. 계획이 틀어져서 생긴 나의 분노가, 태도가 되어 사람들에게 표출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감정의 배설인가. 기분이 태도가 되다니, 그것보다 창피한 일은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이런 생각이 든다.

"지나고보니 별거 아니었잖아? 내일 다시 혹은 며칠 후에 시도하면 되는거였어. 내가 도대체 왜 그렇게 조급하고 화가 났었지?"

매번 똑같다.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우리 모두 마찬가지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계획을 세워놨는데, 그것이 틀어지면 화가 나고 이성이 마비된다.

운전 중이다. 내 차선 앞쪽이 시원하게 뚫려있다. 엑셀레이터를 밟아 쭉 속도를 올리고 싶다. 패달에 발을 올려 꾸욱 누른다. 갑자기 난데 없이 옆 차선의 차가 내 앞으로 끼어든다. 감히 내 앞길을 막아? 브레이크를 밟으며 클락션을 울린다. 가속하고 싶었던 내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화가 난다.

분노에 휩싸여 운전하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내 인생을 움직이는 동력이 '화'라면 결국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다.


물론 기대가 컸으니 마음이 약간 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더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해보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감정, 잠시만  생각을 해보자.' 거짓말처럼  시간도 지나지 않아 부글부글 끓는 감정은 가라앉는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불확실성 어이없어 웃음이 난다. 그렇게 화가났던  자신을 생각하면 너무 창피하다. 인간의 분노는 그렇다. 결국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일 . 별거 아니다. 호르몬에 지배당하지 말자.



결국 시간이 모두 해결해준다.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되었더라도 화내지 말자.

계획했던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노여워하지 말자.

문제를 차갑게 바라보고, 해결 방법을 깊게 고민하자. 반드시 해결된다.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진 않을거다. 연습이 필요하다. 자전거를 타듯, 기타를 치듯 연습하자.

당신도 언젠간 '아 역시 시간이 지나면 별거 아닌 일이었구나' 라고 깨닫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된다.


사소한 일에 목숨걸지 마라.
대부분은 다 사소한 일일 뿐이다.


기회는 또 온다.

계획했던걸 할 수 없었다고? 걱정마라. 기회는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 이번에 못한다고 영원히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기회를 놓치고 얻는 장점도 반드시 있다. 새옹지마란 그런 것이다.

그게 바로 인생의 매력이다.

우리는 조급해지지 않고, 우아하고 세련되게 삶을 가꾸어나갈  있다.


눈을 감고,

깊게 호흡하자.

나는 내 감정의 주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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