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 Mar 19. 2023

아이언맨을 좋아합니다 정말이에요


얼마전 작성한 글을 읽고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아이언맨 OST를 많이 추천했던데, 왜 그런거냐고.

https://brunch.co.kr/@dontgiveup/162


마블 시리즈를 좋아했다.

왜 과거형으로 이야기하냐면 ‘어벤저스 엔드게임’으로 나의 마블영화는 끝났기 때문이다.


2008년에 개봉했으니, 아이언맨 1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은 그보다 훨씬 전에 들었다. 소식을 듣고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쇠냄새가 날 것만 같은,  메카닉 그 순수의 모습으로 아이언맨이 개봉한다는데,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나는 갓 입사한 사원이었다. 회사 생활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던 애송이였다. 상사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롤모델이 될 만한, 정말 '멋진 선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위를 아무리 열심히 둘러봐도 그런 선배는 찾을 수 없었다. 전.혀.


그 때 아이언맨이 나타난거다.

Iron man 1 (2008)


아이언맨은 나에게 닮고 싶은 '멋진 선배'가 되주었다.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와 본인의 분야에서 뛰어난 지식을 갖춘 그야말로 지적인 마초의 전형. 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 화내지 않는 사람을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토니 스타크는 신경질나고 짜증나는 상황, 심지어 포탄이 쏟아지는 상황에도 농담을 한다. 쿨하지 않은가? 게다가 그는 스타크 인더스트리 대표다. 동굴에서 대충 망치로 두드려서 아크리액터를 만들었다. 메카닉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천재.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를 후배로서, 동생으로서 성장시키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시리즈 내내 드러난 점도 와 닿았다. 그게 진정 선배의 역할이니까.


그런 그가 아이언맨 1편부터, 2편, 3편에 이르기까지 내 직장 생활과 같이 지내주었다. 어벤저스나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행운이 또 있을까 싶다. 좋은 선배가 내 앞에 계속 나타나준거다. 힘들 때마다 중간중간 계속.


어벤저스 엔드게엠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꺼라는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영화가 개봉했다.

개봉 당일 새벽 첫 시간에 혼자 관람했다.

'그 장면'이 나오는 순간 슬프진 않았다. 페퍼 포츠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You can rest now"라고 이야기할 때, 나는 '고마웠다'고 말했다. 진짜 고마웠다. 10년이 훌쩍 넘는 나의 고난한 회사 생활에 멋진 선배가 되어주었으니.


그리고 며칠 후, 회사에서 단체 관람을 한다고 하여 당시 같이 일하는 회사 동료 분들과 같이 갔었다. 영화가 끝나고 감정을 도저히 추스를 수 없었다. 옆에 앉아 계셨던 개발자분께 "저 안 기다리셔도 돼요, 먼저 나가셔도 됩니다." 라고 했는데. 나보다 열 살도 넘게 어린, 그 분이 나에게 이렇게 답해주셨다.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그렇다. 진짜 감동은 세대를 넘어 영향을 준다. 시간은 그토록 무의미한 것이다.


나에게 마블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 근본에는 아이언맨이 있다. 아이언맨 1편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토니 스타크의 성장기' 라고 부르고 싶다. 그는 천방지축 자기밖에 모르는 천재에서, 책임감을 다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엔드게임이 그 마지막을 장엄하게 그렸다.


어쩌면 그것이 나의 회사 생활과도 같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더 감정이입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언맨 1로 회사생활을 시작한 애송이에서, 지금은 벌써 십수년차 시니어가 되었다. 어려운 시기를 토니 스타크 덕분에 잘 버텨냈다. 누군가는 비웃을 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근사한 어른' 그 자체였다.


나는 과연 엔드게임의 토니 스타크 처럼 책임감을 다하는 어른이 되었을까?

아직 잘 모르겠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고요한 일요일 오전, 문득 그가 떠올라서 이 글을 썼습니다.

안녕, 아이언맨.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음악 좋아하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