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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pr 05. 2023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인생무상


위 사진 중앙에 서서 웃고 있는 인물.

7조원의 재산을 가진 중국 부호, 한룽 그룹 '류한' 회장이다.


그는 2012년 포브스가 발표한 중국 부자순위 148위에 올랐다. 중국 인구가 14억이 넘는데, 그 중에 148번째 부자라는 말이다.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당시 재산이 400억 위안, 한화로 7조 76억원.


그는 1980년대에 건축 쪽 일로 부를 축적한 후, 1997년 쓰촨성에 한룽 그룹을 설립, 호주와 미국 광산까지 소유하는 등 사세를 급격히 확장해 나갔다. 정계에도 진출해, 쓰촨성 상무위원 등을 맡는 등 정/재계에서 탄탄히 자리를 잡았다. 한마디로 위세가 당당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그는 조폭과 연루되어 사업을 진행한 것이 발각되었다. 조폭 두목이었던 셈이다. 20년간 조폭을 운영하며 기업을 성장시켰다. 경쟁관계에 있던 조직/기업인 등 8명을 살해한 혐의 및 정치인 매수, 사기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어 구속되었다. 살인,불법 감금,불법 도박장 개설 등 혐의는 15개에 이른다. 실제 경찰의 수색에서 수류탄, 총기까지 발견되는 등 조폭 조직의 실체도 명확히 확인되었다고 하니,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류한 _ 신화(新華)통신


중국은 고의 살인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죄를 책임지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그는 사형을 선고 받았다.

선고받으며 울부짖었다.


2015년 2월 9일 사형이 집행되었다.

그는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했다.


악인은 처단받는 것이 맞다. 나는 특히 이런 조직적인 범죄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 이야기의 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른 결과다. 권력을 등에 업고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갈취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건 비단 조직적인 범죄인 뿐만이 아니다. 학교에서 강한 힘을 가졌다고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학폭에서부터, 회사에서 폭언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하급자를 괴롭히는 상급자들, 거기에 정치인/경찰/검사 등 공권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입맛에 맞게 사안을 재단하여 민간인을 괴롭히는 사람들까지. 사회에는 온갖 부류의 '류한 회장'과 같은 족속들이 존재한다.


그럴 필요가 있나?

대체 왜 그렇게까지 본인의 권력과 재산을 증식시키고 싶은 걸까? 죄를 저지르고, 타인을 짓밟으면서 말이다. 무엇을 위해?


어차피 모든 인간은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간다. 모든 건 덧없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나는 탈무드의 이 짧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세계 곳곳을 다니는 어느 여행자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 마을에 현인이 있다는 소식에 곧장 그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현인의 집은 책 몇 권, 조그만 식탁, 의자 등이 전부였고
가구며 서재도 없이 너무 초라한 집이었습니다.

여행자는 초라한 집의 모습에 놀라 다른 가구며 집기가 어디 있는지 물었고
현인은 잠시 침묵한 뒤 여행자에게 되물었습니다.

"그대의 것은 어디 있습니까?"

"제 것이요? 저는 여행자 아닙니까. 그저 지나가는 존재일 뿐인걸요."

그러자 현인은 조용히 웃으며 여행자에게 말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류한 회장은 사형 집행 전 유서를 썼다.

7조의 재산을 이룬, 조폭 두목이었던 그의 유서가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내가 바로 이 글을 쓴 이유이다.)


그는 허망한 인생의 끝에서 아등바등 타인을 괴롭히며 악행으로 쌓아올린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의 무상함을 느꼈나보다. 인생무상말이다.


다정하게 대하고, 선한 영향을 주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와 권력을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고, 해를 입히지 말자.

화가 나는가? 그냥 그러려니 하자. 허허 웃으면 넘어갈 수 있다.

소중한 건 바로 우리 곁에 있다. 그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자.


그의 유서를 아래 붙인다.

사형 집행을 기다렸던 류한 회장과는 달리,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많다.

바꿀 수 있다.


류한 회장의 유서 (2015)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노점이나 작은 가게를 차리고 가족을 돌보면서 살고 싶다.   

내 야망이 너무 컸다.
인생. 모든게 잠깐인 것을
그리 모질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바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물처럼 그냥 흐르며 살아도 되는 것을

악쓰고 소리 지르며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 한마디 참고
물 한모금 먼저 건네주며
잘난 것만 재지 말고
못난 것도 보듬으면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 보듯이

서로 불쌍히 여기고
원망하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살걸 그랬다

세월의 흐름이
모든게 잠깐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흐르는 물은 늘 그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왜 나만 모르고 살았을까

낙락장송은 아니더라도
그저 잡목림 근처에 찔레나무 되어 살아도 좋을 것을

근처에 도랑물,시냇물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그냥 소나무 한 그루가 되면 그만이었던 것을

무엇을 얼마나 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동안 아등바등 살아왔단 말인가

사랑도 예쁘게 익어야 한다는 것을
덜 익은 사랑은 쓰고 아프다는 것을
예쁜 맘으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젊은 날에 나는 왜 몰랐단 말인가

감나무의 '홍시'처럼
내가 내 안에서 무르도록 익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아프더라도
겨울 감나무 가지 끝에 남아 있다가
마지막 지나는 바람이 전하는 말이라도 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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