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한다.
영화 음악은 인간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트리거,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불씨.
화면과 대사를 보고 듣는 두가지 감각을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영화와 달리, 음악은 청각이라는 한가지 감각만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청각을 통해 다시한번 영화의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음악이 상상력을 자극해 이미지를 떠올려 울컥하게 만들기도 하고, 소름돋게도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효과적인 예술품이란 말인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인데, 나는 그 쪽 세계를 아예 모르기 때문에 아는 음악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영화 '세븐'(데이비드 핀처를 좋아한다)을 관람했다. 모건 프리먼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조사하는 장면 뒤에 흘러나온 그 음악을 들었다. 그 때 느꼈던 충격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파이프 담배를 물고 포커 게임을 하는 경비원들, 오래된 건축 양식의 도서관, 수많은 고서들, 흰 셔츠와 조끼에 타이를 갖춘 모건 프리먼, 그의 지적인 자세, 펜으로 직접 쓴 손글씨, 거친 질감의 종이 위에 흘러가는 검은 활자들, 늦은 저녁 문을 닫은 도서관의 정적, 오래된 카세트 라디오에서 울려퍼지는 G선상의 아리아.
고등학생이 그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G선상의 아리아’는 지금도 나의 플레이리스트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이렇게 영화음악은, 두고두고 영화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얼마나 좋은가? 이어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눈을 감고 그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이 계실까봐 영화 '세븐'에서 ‘G선상의 아리아’가 흘러나온 장면을 공유합니다.
많은 영화 음악 감독 중 단연 존 윌리엄스를 좋아한다.
존 윌리엄스의 음악들은 인류에게 주어진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베토벤, 모차르트 등의 수퍼스타들이 사라진 이후에 드디어 인류에게 다시 나타난 천재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요새 유행하는 대중음악가들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아서 일 수 있는데,
이건 개인 취향으로, 오케스트라가 주는 매력쪽에 더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자.
존 윌리엄스는 뉴욕 줄리어드 음대에서 클래식(피아노)을 공부했다. 그의 영화 음악 커리어는 긴말이 필요 없다. 그의 작품을 한번 나열해보자. 어차피 이 글은 작품을 한데 모아놓기 위한 플레이리스트 성격이 강하니까. 계속 추가할 예정이다.
죠스, 인디아나존스, 수퍼맨, 스타워즈, 쥬라기공원, ET, 해리포터, 나홀로 집에 등등 더 많지만 그만하자. 이 정도로 이미 레전드 오브 레전드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그의 음악을 몇 가지 같이 들어보고 느끼면 더 좋겠다.
1. 스타워즈 (Imperial March)
존 윌리엄스가 직접 지휘한 아래 영상을 보자. 스타워즈 'Imperial March' 스타워즈 팬이라면 당연히 알 수 밖에 없는 음악이다. 들으며 눈을 감으면, 저 멀리 어두운 곳에서 다스베이터가 허리에 광선검을 차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듯 하다. 첫 음을 듣자마자 관객들의 박수가 터진다. 마지막 음이 끝나고 관객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친다. 감동은 이런 곳에서 온다. 하찮은 마케팅이나 어쭙잖은 돈자랑에서 나오지 않는다. 모두의 감정이 네트워킹하며 울리는 공명. 그 곳에 진정한 감동이 있다.
2. 스타워즈 (Main Title from 'Star Wars: A New Hope')
우주에 대한 책을 읽고, 곰곰히 생각할 때 스타워즈의 음악을 틀어놓으면 그 신비함이 배가 된다. 알 수 없는 우주에 대한 경외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왜냐면 나는 그 음악을 듣고 스타워즈를 무의식 속에 떠올리기 때문이다. 스타워즈의 테마를 들으면 도대체 저 먼 곳, 다른 행성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머리털이 쭈뼛한 벅찬 상상을 해 볼 수도 있다. 우리는, 내 세대는, 스타워즈로 우주에 대한 환상과 꿈을 키웠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음악이 있겠다.(아래 영상) 이 연주 영상을 좋아한다. 몇가지 재미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20초 쯤 음이 살짝 밀려서 뭔가 어색한데(나만 느끼는 걸수도) 그 때 존 윌리엄스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는게 흥미롭다. 그리고, 38초 부터 몇초간 나오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여유로운 미소가 너무너무 멋지다. 진심으로 연주를 즐기는 듯한 모습이 힙하다. 나도 저렇게 일하고 싶다. 이 연주 끝에도 기립박수가 나온다. 존 윌리엄스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3. 인디아나 존스 (Main Theme 'Raiders March')
나의 정서에는 아웃도어에 대한 동경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워크웨어를 좋아하고, 군인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지향하는 마음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적이어야 하는, 어려운 이상향. 어릴적 보았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고고학을 가르치는 교수, 채찍을 들고 워커를 신고 정글과 사막을 뛰어다니며 모험하는 닥터 인디아나 존스.
터키 여행을 할 때, 구형 디펜더를 타고 오프로드를 1시간 가량 도는 액티비티가 있었다.(흙과 사막길) 그 때 내 음악은 인디아나 존스였다. 먼지때문에 숨을 못쉴 지경이었지만, 인디아나 존스가 지하 동굴과 사막을 뛰며 모험하는 것을 바라보며 행복해했던 나로서는 음악과 사막은 찰떡궁합이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런 감동은 보통 '울컥'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혼자 다니기에 창피할 것도 없다.
인디아나 존스 테마 음악은 유럽을 여행하면서도 많이 들었다. 로마의 천년도 더 된 성당에 들어간다거나, 알함브라의 궁전을 돌아본다거나, 고대 유적지를 혼자 걷고 있을 때 많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 음악을 들으면 피곤함을 모르고 걷고, 느낄 수 있었다. 인디아나 존스를 들으며 유적지를 느낀다는 건 다시 할 수 없는 경험이다.
4. 수퍼맨 (Main Theme 'Superman March')
큰 마음을 먹고,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해야 할 때 혹은 너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는 수퍼맨 타이틀을 듣는다. 예를 들면, 며칠 전 업무 시간에 열심히 전처리한 통계 데이터를 다 날려먹었던 경우라던가. 다시 떠올리니 슬퍼진다. 며칠동안 만든 데이터인데 그걸. -_- 다 때려치우고 싶더라. 하지만, 그 때도 마음을 다잡고 이 음악을 틀었다. 어차피 해야 될 일 아니던가? 수퍼맨은 절대 징징대지 않는다. 들으며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했다. 결국 다시 하긴 했다. https://brunch.co.kr/@dontgiveup/112
이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지적 능력이 배가 되고(물론 이건 상상이지만), 가슴이 펴지며, 고개를 든다. 나도 모르게. 어쩔 수 없다. 내 머릿속에 수퍼맨의 이미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 음악을 들으면 실제로 마음도 넓어진다. 양보하고 용서할 수도 있다. 음악은 이토록 위대한 것이다.
영화 음악은 이렇듯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생에 의미를 갖는 음악을 한두개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다.
영화에는 주제가가 있다.
'나의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제 음악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자.
당신 인생 영화의 테마 음악은 무엇인가요?
떠올랐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온 감각을 집중해 눈을 감고 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 외 다른 영화 음악 (개인취향)
007 : https://youtu.be/TvHsN5-YBLI
아이언맨 1(오프닝) : https://youtu.be/kEAp_Z9cpZ4
아이언맨 2(오프닝) : https://youtu.be/AD6wqKo51MU
아이언맨 3(엔딩) : https://youtu.be/4XJ07onCqAs
미션 임파서블 : https://youtu.be/XAYhNHhxN0A
쥬라기 공원 : https://youtu.be/-NqaupGcCpw
록키 : https://youtu.be/B_bQ6vlG0Gg
본 시리즈 : https://www.youtube.com/watch?v=ftm1hiXgY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