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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20. 2021

네, 유럽에 혼자 왔습니다 7

2017.10.07 (프랑스)

7일차


6시 모닝콜, 6:30 식사, 7:50 호텔 출발, 8:20 기차 출발.

아침 6시 모닝콜. (이젠 모닝콜 벨소리를 들으면서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피곤한지 눈이 안떠지고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 뻐근하다. 간만에 자면서 땀도 좀 흘린 듯하다. 머리가 살짝 아픈건가? 어제 융프라호흐에서 너무 추운데 몸에 힘을 잔뜩 주고 바람에 안날라가려고 용을 써서 그런건가. 아프면 안되는데. 아무튼 일어났다.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샤워 하고 나갔더니, 6:30 조식에 살짝 늦었다. 아침은 커피, 빵, 치즈, 햄, 요거트.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닌가. 어째 짠 듯 계속 똑같다. (유럽은 이게 표준인것 같다.)


대충 챙겨먹고 방으로 올라가서 남은 짐 정리하고 비타민을 하나 챙겨먹었다. (이걸로 컨디션이 좀 나아지길) 7:50 집합해서, 로비로 내려간다. 이제 바로 길건너에 있는 기차역으로 간다.

호텔 문을 나서는데, 오?! 근데 엄청 춥다. 프랑스 사람들 두꺼운 패딩에 털모자 쓰고 다닌다. (내 패딩이 어디있더라.) 새벽에 안개가 짙다. 기차가 정확한 시간에 왔다. 떼제베는 아니고 IRT?? 뭐더라. 암튼 그거타고 4시간 간다. 출발.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보는데, 요 며칠 버스를 탈때와 마찬가지로 유럽은 참 넓은 들판이 많다. 1차 산업이 여전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넓은 밀밭도 많고, 방목해서 키우는 소나 양의 넓은 농장도 많다. 그래서 눈이 탁 트이는 시원한 풍경이 많다.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나도 한국에서 '멀리' 보고 싶다. 저 멀리 들판도 보고 싶고, 저 멀리 산에 걸려있는 지는 해도 보고 싶다. 부럽다 정말.



벨포트에서 파리로 가는 기차안에서 '학생가의 살인' 을 모두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27세에 썼다는 작품이라 좀 우습게 생각했었는데, 나름 정교하게 꼬아놓았다. 확실히 추리에 특화된 재능은 재능이다. 창 밖에는 계속해서 고즈넉한 전원 풍경이 펼쳐진다.


파리 동역에 도착. 인산인해다. 역시나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현재 파리는 패션위크기간이라 차가 많다. 세계 4위의 인구밀도답게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파도처럼 움직인다. 그리고 대부분 옷을 잘 입는다. 스타일이 좋다. (이것도 기분탓일수도)

시민들이 권력을 스스로 쟁취한 나라, 프랑스. 단두대가 세워졌던 콩코드 광장,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 에펠탑 등을 볼 예정이다. 운이 좋게도 역대급 날씨였다. 다이애나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터널, 인셉션의 바로 그 다리를 지난다. (이런 내용은 가이드가 없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소중한 정보다. 이게 또 패키지 여행의 장점이자 매력이 아니겠는가.) 

프랑스 사람들은 새거 안좋아한다고 한다. 새로 오픈한 백화점이 망하고 있다고 한다. 150년이 된 쁘렝땅 등 오래된 역사를 가진 백화점이 오히려 더 인기 있다고 한다. 이런게 참 멋지다. 느낌있다. 오래된 것에 가치를 더 부여하는 철학. 

지나가면서 봤는데 에펠탑은 생각보다 안크다. (왜 내 머릿속에서는 어마어마 할 거라고 생각했지.) 이따 다시 와서 더 자세히 봐줄께 에펠탑.


점심은 '스타킹'이라는 한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여태까지 중에 제일 맛있는 한식이었다. 밥 두공기 먹고 싶었는데 더부룩할까봐 참았다. 반찬 무료 추가에 감동했다. 밥은 2유로. 같이오신 분은 여행 내내 계속 소주를 반주로 하시는데, 소주가 4유로란다. (아내 분 표정도 좀 보셨으면..) 

맛있게 잘먹고 베르사유궁으로 이동한다. 파리 외곽으로 22km 거리에 있다.


얘네는 혁명이 일어날 만 했다. 조선도 이런식으로 혁명을 통한 근대화가 이루어졌어야 했는데, 근데 조선도 이 정도로 썩어문드러져서 사치와 낭비의 끝을 보여주지는 않았던것 같은데 베르사유궁은 그냥 돈지랄 끝판왕이다. 내가 다 화가 날 지경이다. 거울방이며 침실, 금도금으로 떡칠한 온갖 물건들. 게다가 우습기 짝이없는 가발하며, 태양왕이라고 지 혼자 이름붙인 것 부터가 개그다. 침대가 짧은게, 누워자면 송장이라고 앉아서 자서 그랬다니, 여러모로 내 기억엔 개그 귀족들로 남을 듯하다. 마리 앙뚜아네뜨 좀 더 찾아봐야겠다.

정원은 보수하다가 만건지 입장료 따로 받아서 들어가지는 않았다. 


다음은 개선문. (또 대리석이다.) 나폴레옹이 로마문화에 빠졌다더니.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전쟁에서 이겼으니 이정도는 해야지. 그치. 그냥 큰 문인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조각이 화려하다. 저 멀리 라데팡스의 신 개선문도 보인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라데팡스 지구도 가봤으면 싶다. 개선문 앞 회전 로타리는 12개의 길이 뻗어있다는데 신호도 없고 차선도 없이 차들이 사고 안내고 잘 다닌다. 우리나라도 도입하면 어찌되려나.

바로 길건너 샹젤리제 거리도 걸어봤다. (맞다. 오 샹젤리제. 바로 그 노래속 거리) 인도가 넓은 거리다. 시간이 되는 한에 쭉 걸어봤다. 볕이 좋아 노천 카페에 사람들이 잔뜩 앉아 해를 쬔다. 쭉 걷다가 퀵 이라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밀크쉐이크하나 사서 마시며 걸어봤다. 2유로. 바닐라 샀는데 맛이 찐하다. 햄버거도 사서 먹어보고 싶다. 날이 쌀쌀하다. 완연한 가을날씨다. 날씨 너무 좋다. 오, 샹젤리제.


저녁은 2017 미쉐린에 빛나는 한식당 restorant coreen이었나, 암튼 된장찌게 백반 먹었다. 맛났다. 역시 미쉐린의 힘인건가. 아무튼 한식당만 놓고 보면 프랑스의 완승이다. (역시 프랑스는 한식이지!) 맛나게 먹고 에펠탑으로 간다.


에펠탑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전망대로 올라갔다.(말이 2층이지 엄청 높이 올라간다.) 마침 석양이 기가막히다. 그동안 이런 아름다운 것도 모르고 뭐하고 살았나 싶다. 한동안 멍하니 쳐다봤다. 라데팡스까지 한눈에 보인다. 우리 가족 다 같이 왔음 좋았을껄. 엄청 춥다. 패딩 갖고 오길 잘했다. (역시 모든 여행에 패딩은 필수다.) 도시 전체가 건물이 낮으니까 전망이 제법 좋다. 서울은 고층건물이 많아서 시야가 이렇게 안나올꺼다. 우린 안될꺼야 아마. 이래서 계획 도시가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 (서울도 나름 계획도시 아니었나? 계획을 잘못해서 그렇지) 

관람을 마치고 내려가려는데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문을 안연다. 뭐야? 테러 위험이란다. 어떤 놈이 무슨 이상한 행동을 해서, 엘리베이터 작동을 멈춘다는 것 같은데. 뭐야 전부 스톱이다. 얘들 설명도 제대로 안해주고 그냥 멋대로다. 타랬다가 내리랬다가. 우왕좌왕 난리.

결국 '에펠탑을 걸어서 내려왔다.' (이런 경험 언제 해보겠나.)

나중에 들은 바로는, 어떤 또라이가 뭐 에펠탑에서 자살하겠다고 난리를 쳐서 에펠탑 올라오려고 줄서있던 인원들 모두 내보냈다고 한다. 테러에 민감해서 그런 듯하다. (만약 우리가 올라오기 전에 그 일이 일어났다면, 우리 에펠탑 관람은 취소되었을꺼다. 이것도 운이 좋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걸어서 내려오는데 중간에 엘리베이터가 정상화돼서 계단으로 걸러내려가는 나와 엘베탄 사람하고 눈도 마주치고.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20분정도 걸린 것 같다. 에펠탑에서 걸어내려가는 건 정말 흔하지 않은 경험인데, 나는 재밌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에펠탑에서 바라본 풍경
에펠탑에서 바라본 풍경
에펠탑에서 바라본 풍경


에펠탑 내려와서 바로 버스타고 유람선 선착장으로 이동했다.(여기서는 버스가 함부로 길가에 임시로 정차할 수가 없어서, 정확한 시간에 버스와 우리 인원이 만나야 한다. 이건 뭐 거의 아트의 영역) 근데 여기 선착장이 그 영화 '테이큰2' 마지막 장면의 그 선착장 같은데 물어볼 사람이 없네. 나중에 영화다시 보면서 비교해야겠다. 

9시 에펠탑 반짝반짝 쇼가 시작됐다. 신기하네. 일단 배에 타서 추울것 같아서 안으로 들어왔다. 이따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그때 밖에 나가서 봐야겠다. 다시 나가서 뱃머리에 섰다. 옷을 잔뜩 껴입었더니 좀 살만하다. 이런저런 풍경들을 봤다. 근데 무지하게 춥다. 한시간 투어인데 40분정도 뱃머리에 있다가 들어왔다. 으 추워. 에펠탑 지날즈음 다시 나가서 인증샷찍었다. 유람선투어 끝나서 버스로 돌아와(버스로 돌아오는 길이 인산인해) 호텔로 출발했다. 호텔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었다. 하루가 길다. 얼른 씻고 쉬어야지.


방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체크를 했는데 (유럽에 왔더니 호텔룸에서 안되는게 너무 많아서, 들어오자마자 방체크는 기본이다.) 역시나 드라이어가 안된다. 여기는 서늘해서 머리 감고 바로 말려야 하는데. 로비에가서 얘기했더니, 마냥 밝은 얼굴로 필요하면 하나 잠깐 빌려준단다. 그게 아니라 고쳐달라고 했더니 그건 안되고, 이거 잠깐 빌려가란다. 그래서 안된다. 나는 이틀 필요하다 했더니 방을 바꿔준다네? 오 럭키, 바꿔준 방에 가봤더니 나는 한명인데 3베드를 줬네. 그리고 아예 이 방에는 드라이어가 없네? 내려가서 그냥 원래 방에서 묵는다고 했다. 드라이어는 아침에 빌려야겠다. 피곤하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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