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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20. 2021

네, 유럽에 혼자 왔습니다 8

2017.10.08 (프랑스)

8일차


7시 모닝콜, 8시 식사, 9시 출발 

(4,5,6 아니면 5,6,7 아니면 7,8,9 셋중 하나다. 여기 0.5씩 살짝 변주가 들어간다.)


뭐지? 너무 추워서 덜덜 떨면서 일찍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5시. 여기는 난방도 안되네. 라디에이터가 있는데 그냥 모형인듯? 어젯밤 너무 추워서 목도리에 패딩까지 입고잤는데도 추워서 깼다. 뜬눈으로 버티다가 7시에 조식먹으러갔다.(일찍 내려갔는데, 먹을 수 있더라.) 크로아상, 커피, 삶은 달걀, 갈아놓은 사과. 배가 너무 고파서 엄청 맛있게 먹었다. 역시 시장이 반찬. 드라이어는 아침에 빌려서 쓰고 돌려줬다. 그냥 이렇게 살면 어찌저찌 살아진다. 불평할 거 없다. 모든 것은 다 사소할 뿐.


루브르 박물관으로 출발한다. 역시나 프랑스 왕들이 세계 여기저기서 모아놓은 온갖 종류의 작품들이다. 국력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다. 모나리자! 바로 그 모나리자를 드디어 만났다. 사람 많다. 모나리자 앞은 바글바글. 영차영차,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모나리자 앞에 서본다. 반가워요 모나리자. (생각보다 작네요.) 

밀러의 비너스, 날개있는 그거 상, 비너스와 함께 유일한 그리스 작품 (로마가 복제한게 아니다. 그리스꺼다. 근데 로마작품이라고 해도 어마어마한거 아닌가) 유리 피라밋 등등 뭐 전부 보려면 몇달이 걸린다니 내 평생 다 볼일 있을지 모르겠다. 파리에 살면서, 저런 곳을 언제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갑자기 뭔가 우울하다. 괜찮다. 또 오지 뭐.



다음은 드럭스토어로 버스타고 이동했다. 달팡 수분크림, 앰플 구매. 며칠에 한개씩 뜯고 남은건 냉장고에 넣고 며칠후에 쓰면 된단다. (또 쇼핑했네.)


다음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이다. 달팽이 요리가 전식, 소고기가 본식, 후식은 커피 에스프레소. 이 코스의 이름은 에스까르고(달팽이요리)

달팽이요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달팽이는 총 6알 나온다.('알'이라고 세는거 맞나.) 맛은 올리브오일에 소금간 파슬리 조금하고 볶아놓은 느낌이다. 달팽이 먹고 소스에 빵 찍어놓으니 맛있다. 바게트도 딱딱하지않고 괜찮다. 속이 부드럽고. 역시 바게트는 빠리바게트인건가. 금방 먹고, 다음 음식은 소고기라는데 텀이 길다. 가게 분위기는 현지인데 내부는 한국인들로 바글바글하다. (한국인이 많으면 뭔가 실망스럽다. 하지만 나도 한국인이잖아? 누가 누굴 탓하랴.) 슬슬 음식이 늦다며, 불만이 터져나온다. 그래도 다들 맛있게 먹었다. 디저트로 에스프레소. 설탕하나를 전부 넣어서 들이켰다. 쓴맛 이후에 넘어오는 달콤한 맛. 매력적이다. 


다음은 쁘랭땅 백화점 쇼핑타임이다. 아내 주려고 지갑하나 샀다. 보테가로 샀는데 마음에 들어할지 모르겠다. 보테가가 상대적으로 싸다고 해서 샀는데 잘한건지. 320유로니까 40만원 정도다. 

쇼핑끝나고 텍스리펀받는게 진짜 버라이어티했다. 내가 그렇게 욕하던 명동 롯데백화점 중국 관광객들 처럼 줄을 길게 서서 받았다. (역시 남 욕할거 하나 없다.) 너무 힘들어서, 백화점 계단에 앉으려고 하다가 명동 롯데백화점이 생각나서 참았다.


끝나고 노틀담 성당으로 이동했다. 드디어 빠리에 비가 내린다. 준비한 우산을 펴고 노틀담 거리를 열심히 걸었다. 노틀담 성당은 나폴레옹이 즉위식을 치른 곳이다. 화려함을 넘어 기괴한 장식들이 묘하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최고다. 아름답다. 몇 백년에 걸친 증축으로 만들어진 성당이다. 실제로 예배를 드리는데 노랫소리가 황홀하다. 종교의 힘이란. 거대한 기둥들의 향연이다. 웅장하고 거대해서 복종하게 만든다. 아늑한 복도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인가. 밖으로 나와서 제로 포인트도 밟았다.


다 보고 저녁먹으러 이동했다. 저녁은 바로바로 부대찌게. 의정부출신 아저씨가 빠리에서 운영하시는 가게다. 빠리에서 먹는 의정부출신 쉐프의 부대찌게라니. 너무나 맛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빠리는 한식이 맛있다’. 이번 여행의 교훈이다. 순두부찌게, 된장찌게, 부대찌게 모두 맛있었다. 물론 달팽이 요리도 맛있었지만. (미안, 달팽이)


드디어 공식적인 모든 일정이 끝났다. 

마지막 밤. 바에서 같이 여행한 멤버 몇명과 맥주를 한잔했다. 혼자 여행 온 철주, 승현이 아빠엄마, 정현이 아빠엄마 이렇게 12시까지 맥주마시고 방으로 돌아왔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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