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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20. 2021

 네, 유럽에 혼자 왔습니다 9 (마지막)

2017.10.09 (프랑스)

9일차


4:30 모닝콜, 5:30 조식, 6:30 출발.

어제 늦게까지 맥주를 마셔서 그런지, 몸이 찌뿌둥하다. 어쨌든 일어나서 샤워했다. 드라이어는 안빌렸다. 한국 가는 날이라, 섭섭한건가. 드라이어까지 빌려서 머리를 말릴 기분은 아니었다. 대충 수건으로 탁탁 털어서 머리 말리고 내려갔다. 마지막 조식 메뉴는 크로아상, 커피, 꿀, 삶은달걀. 적당히 먹었다.


조식 후 방에 올라가서 마지막 짐을 모두 정리해서 로비로 내려왔다. 버스에 올랐다. 유럽에서의 매일이 그랬듯, 아침은 춥고 어둡다. 안녕 빠리.



공항은 무지넓다. 버스 내려서 텍스리펀부터 처리하고 출국심사대 지나서 면세점에서 초콜릿을 샀다. 그 다음 검색대 통과 이제 벨트까지 풀어서 검색대에 넣는게 익숙하다. 들어와서 52번게이트 근처에 일찌감치 앉았다. 역시나, 늘 그렇듯 연착.


비행기 좌석 앞자리 흑인 탑승객이 키가 커서 불편한지 의자를 너무 뒤로 제끼셨다. 뭐라하니 좀 앞으로 해줬다. 고맙습니다. 영화는 최민식 주연의 '특별 시민'을 봤다. 재밌네. 시나리오 좋다. 인상적이다. 심은경 연기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색한 것 같기도 하고, 연기파 같기도 하고. (어색한 연기파?) 기내식 한끼 준다. 점심 12시 30쯤 출발했으니 딱 맞다. 오늘도 치킨 먹었다. 이러다 닭 될 듯.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일주일만에 다시 온 이스탄불. 2시간 50분 정도 비행한 듯 하다.(영화 한 편이 딱 맞다.) 환승을 위해 이스탄불에 내려서 자유시간 1시간을 줬다. 시끄러운 면세점도 이젠 지쳐서 바로 게이트로 와서 누웠다. 40분은 쉴 수 있겠다.


드디어 한국행을 탔다. 타자 마자 음료서비스를 하길래 레드와인 달라고 했다. 작은거 한병 주길래 땅콩이랑 다 마셨다. 알딸딸하면 잘 수 있을것 같아서. 근데 이 터키항공 이코노미지만 좀 넓다. 견딜만하다. 와인마시고 영화('콩') 보고 있으니 제법 쾌적하다. 밥도 주고 음료도 주고 영화를 혼자 볼 수 있는 10시간이라니 이거 나한테는 최고의 컨디션 아닌가? 그게 아니면 그냥 몸이 적응한 건가. 와인도 괜찮네. 하루 한잔은 괜찮을것 같다. 집에 가서도 하루 한잔 해볼까. 콩 계속 보자 불쌍한 콩. 좀 자다가 깼다. 두번째 영화는 '인페르노' 베니스, 피렌체 여기저기 가봤던 곳이 나온다. 단테 이야기 이기도 하고. 영화보고 또 잠깐 잠들었다. 꿈인지 영화인지 여전히 비행기인건지, 비몽사몽이다. 아침 먹으란다. 거의 다 온 듯하다. 10시간 금방 간다. 

반갑다 한국.


이렇게 나의 첫 유럽 여행은 마무리 됐다.

시원섭섭하다. 

그것이 좋은의미에서든 나쁜의미에서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여행하고 돌아가는 느낌이다.

손으로 만졌던 오래 된 건물들의 감촉,

수백년 전 예술가의 혼이 깃든 아름답고 우아한 작품들,

더불어 고즈넉한 유럽의 풍경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무튼 꿈같은 시간이었다.

또 보자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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